북미 정상회담 '이상기류' 속 김정은 방중, 배경은?

중국 외교부 "알려줄 수 있는 소식 없어…북중 정상 교류 유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는 관측이 사실로 굳어지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한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현재 알려줄 수 있는 소식이 없다"면서 "중국과 북한은 정상적인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다롄에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항공모함 시험 운항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롄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8일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오후 1시 30분경 북한 고려항공의 항공기가 다롄 공항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비행기는 이날 오후 4시 30분경 다롄 공항을 이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종합해보면 김 위원장이 7일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에 방문, 다롄에서 시 주석과 만남을 가진 뒤 8일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베이징을 방문했던 김 위원장이 40여 일 만에 다시 방중한 것이 사실이라면 외교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 발표가 지연되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시점에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만난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문턱을 높이려는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 중국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은 취임사에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WMD(대량살상무기)의 폐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of North Korea’s WMD program)"를 언급하며, 핵무기와 함께 생화학 무기도 검증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미국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행위는 모처럼 마련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정세를 원점으로 되돌려 세우려는 위험한 시도로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우수근 상하이 둥화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PVID나 WMD 이야기를 하면서 추가적인 조건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은 중국과 가까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이 계속 그렇게 나오면 자신들은 중국에 경도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 구축 국면에서 다소 소외됐던 중국 역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중 간에 누가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 하는 점이 향후 미중 관계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면서 중국이 이후 국면에서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고 자신들에게 채워진 제재라는 족쇄를 풀어주는 것은 미국이겠지만 정작 경제 발전에 필요한 대규모 지원은 누가 해 줄 수 있을지 고민스러울 것"이라며 북한에 중국과 관계를 튼튼히 다져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도 김 위원장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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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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