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함께 사는 길] 문화재청의 '허가' 결정은 위법이다

2017년 11월 24일 문화재청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의 문화재현상변경을 허가했다. 이에 2018년 1월 10일 '시민소송인단' 350여 명은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취소소송'을 제기, '설악산을지키는변호사들'이 이번 사건에 대한 소송을 대리하게 되었다.

문화재청의 불허 결정을 뒤집은 중앙행심위

먼저 문화재청의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처분의 경위에 대하여 살펴보자. 2016년 7월 20일 양양군은 문화재청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문화재현상변경 신청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2016년 12월 28일 문화재현상변경 허가를 불허(이하 '제1처분')한다. 그러자 양양군은 2017년 3월 3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에 위 불허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제기한다. 중앙행심위는 2017년 6월 15일 양양군청의 손을 들어주었고, 위 결정에 따라서 문화재청은 2017년 11월 24일 문화재현상변경 신청에 대하여 조건부 허가(이하 '제2처분')를 하게 된다. 350여 명의 시민소송인단은 이 제2처분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문화재청의 이번 조건부 허가(제2처분)는 여러 가지로 잘못되었다. 문화재청의 제2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문화재청의 제1처분과, 제2처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 중앙행심위의 결정에 대하여 살펴봐야 한다. 문화재청은 제1처분을 하기 전 분야별 소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의 동물, 식물, 지질, 경관 등에 대한 현지조사 및 각종 자료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삭도 공사 및 운행 등으로 인하여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하였고, 문화재현상변경에 대하여 불허가 처분을 하게 되었다. 불허 사유는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에 삭도(索綯)가 설치될 경우 야생동물들의 서식환경 중 특히 산양의 주요 서식처가 훼손되고, 삭도 설치 구간의 수목이 훼손되어 숲의 틈으로 외래종의 유입에 따른 식생 변화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며, 설악의 대표적 경관이 인공구조물로 인하여 훼손당하여 국립공원으로서 가치에 반한다는 것 등이었다.

▲ 2008년 1월 10일 '시민소송인단'은 '설악산을지키는변호사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과 함께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문화재현상 변경허가 취소소송' 소장을 서울 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지국민행동

그런데 이러한 문화재청의 제1처분을 중앙행심위가 뒤집었다. 중앙행심위는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의 청구가 있는 때 처분청에게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명할 수 있다.

중앙행심위는 설악산에 오색삭도를 설치하는 사업은 일반 국민은 물론, 노약자, 장애인 등 이용약자에게 이 사건 문화재에 대한 접근 향유의 기회를 확대시키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여 문화재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킬 수 있는 공익적 성격의 사업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러면서 중앙행심위는 문화재청의 제1처분이 문화재에 대한 접근 활용과 이를 통해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제1처분을 뒤집은 것이었다.

모순과 무지의 결정

하지만 위 중앙행심위의 결정은 세 가지 측면에서 주된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중앙행심위는 문화재 훼손 가능성과 문화재 활용 가능성에 대한 주 쟁점을 논의하면서 기준 불일치의 모순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중앙행심위는 문화재 훼손 가능성을 고려할 때에는 이 사건 사업 구간만을 대상으로 보지 않고, 설악산 국립공원 전체를 고려 대상으로 하거나 북한산 등 설악산 이외 국립공원 등을 포함하여 이 사건 오색삭도가 설치된다 하더라도 훼손되는 면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저감 대책으로 충분히 환경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행심위의 논의 구조가 일관성을 가지려면 문화재 활용 측면에서도 이 사건 사업 구간만이 아닌 설악산 국립공원 전체를 고려하거나 삭도가 설치된 전국의 명소들을 고려하여 문화재 활용 측면을 언급했어야 한다. 그러나 중앙행심위는 유독 문화재 활용 측면에서는 이 사건 사업 구간에 설치되는 경우만을 고려하여 문화재 활용 측면을 판단하였을 뿐, 동일지역인 설악산 국립공원에 이미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동종시설인 권금성 케이블카 이외에 추가로 삭도를 설치하면서까지 문화재 활용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지, 전국 명소에 설치된 케이블카 이외에 이 사건 사업을 통한 문화재 활용방안을 제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삭도 이외에도 설악산이라는 문화재를 향유하는 대체수단(권금성 케이블카, 포장된 탐방로 등)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행심위는 케이블카 설치 결론을 미리 결정한 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논거를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

두 번째로 중앙행심위는 이 사건 사업은 환경부장관이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여 국립공원계획변경처분을 한 바 있으므로, 문화재청은 위 환경부장관의 처분에 반하는 처분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그러나 환경부장관의 이 사건 국립공원계획변경처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적극적인 추진을 천명한 후 양양군이 3번째로 이 사건 사업 신청을 하자 단 4개월 만에 변경처분을 한 것으로 그 적법성에 대하여는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 자체로서 객관적이고 전문적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진 계획변경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다수의 전문가들이 환경부의 국립공원계획변경의 문제점에 대하여 지적하고 있으므로, 환경부의 위 국립공원계획변경처분이 있었던 사실이 이 사건 제1처분의 판단에 있어 고려대상이 될 수는 없다. 게다가 환경부장관의 국립공원계획변경은 자연공원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며, 국립공원의 보전, 이용에 국한되어 판단된 것인 반면, 이 사건 문화재현상변경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하여 환경부가 아닌 전문적이고 독립된 문화재청의 소관 사항으로써 판단의 주체와 대상, 범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앙행심위는 이 사건 사업 구간이 설악산 명소로 지정되지도 않았고, 보호 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천연보호구역 설악산에 대한 장기계획에 대한 이해 부족과 기본적인 보호구역 개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악산은 환경적 우수성과 보존 필요성에 의하여 문화재보호법에 의하여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의 자연환경적 가치와 관리의지 등을 문화재청이 종합적으로 검토한 다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카테고리 Ia로 등급을 산정하여 부여받았다. Ia 지역은 엄정자연보전지(Strict nature reserve)로서 전체 카테고리 6(+1)개 유형 중 가장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지역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인간의 방문과 이용, 영향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제한하는 지역"으로서 "과학적 연구조사와 모니터링"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설악산은 1982년 UN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생물권보전지역의 개념에서 핵심지역은 기본적 생태연구 등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활동만을 허용하며, 완충 지역 또한 건전한 생태적 활동을 위해 이용되는, 즉 환경교육, 레크리에이션, 생태관광, 기초연구 등에 이용되는 공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케이블카와 같은 휴양이나 관광시설 등 보전목적에 맞는 최소한의 시설은 완충 지역에 설치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오색케이블카 사업 구간은 생물권보전지역 중 핵심구역에 위치한 것으로 이용보다는 보전에 집중되어야 할 공간이다. 따라서 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 Ia 엄정자연보전지와 UNESCO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은 자연을 피동적으로 연구하는 데에 그치는 핵심보호지역으로 시설은 배제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며, 이는 문화재청의 천연보호구역의 개념과 동일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행심위는 천연보호구역이자 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 Ia 엄정자연보전지와 UNESCO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인 이 사건 사업 구간의 보전가치를 임의로 낮추고 활용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 2017년 10월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커이블카 사업을 부결 의결했음에도 문화재청장 직권으로 사업 추진을 허가했다. ⓒ환경운동연합

문화재청의 허가 결정은 '위법'

중앙행심위의 결정은 문제점이 매우 중대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이를 문화재청이 다툴 수 없고, 중앙행심위 결정의 기속력에 따라 문화재청은 재심의를 통해 양양군의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신청에 대한 다시 허가 또는 거부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허가 또는 거부의 권한은 문화재청의 고유의 전문적 권한으로서, 위 중앙행심위 결정 이유를 참작하면서, 문화재 훼손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 문화재 활용 가능성과 문화재보호구역에서 삭도 설치의 선례성에 대한 검토 등을 한 이후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위와 같은 재심의 시 고려사항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재위원회의 부결의결이 있었음에도 문화재위원회의 의결내용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다른 추가 조사나 검토 없이 이 사건 제2처분을 했다. 문화재청의 위 처분은 재심의와 관련한 검토사항에 따라 검토를 충실히 수행하여 현상변경신청을 부결시킨 문화재위원회의 합리적인 의결을 특별한 사정없이 따르지 않으면서도 추가적인 연구용역이나 조사 없이 문화재현상변경에 대한 허가를 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위법한 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위법한 문화재청의 결정에 대하여 양양군민, 강원도민, 전국의 시민인 동시에 연구자, 작가, 산악인, 교육자, 봉사자, 환경운동가, 지역주민 등 350여 명의 시민소송인단은 다양한 이유로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게 된 것이고, '설악산을지키는변호사들'이 이번 사건의 소송을 대리하게 된 것이다.

설악산은 천혜의 보물이자 후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자연자원이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원상 복구가 쉽지 않고 그 피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전국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봇물 터지듯 설치될 우려가 커진다. 설악산을 자연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이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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