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절전소'도 '발전소'도 될 수 있다

[함께 사는 길] 슬기로운 우리집 에너지 자립 선언

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 전에도 '절전'이란 말이 있었다. 중국 남북조 시대 때 토욕혼의 왕 아시는 20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들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화살 하나를 취하여 부러뜨려 보아라." 다들 쉽게 부러뜨렸다. "이번에는 화살 열아홉 개를 취하여 부러뜨려 보거라." 부러뜨리지 못하자 아시는 "하나는 쉽게 부러지지만 많으면 부러뜨리기 어렵다. 힘을 하나로 합친 연후에 국가는 견고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부러질 절(節), 화살 전(電), 고사 절전의 유래다.

1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절전'을 외친다. 화석연료 고갈,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기후변화, 핵발전소 증설과 방사능 폐기물 등. 지금 이 시대에 절전을 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화살을 뭉치면 부러뜨리기 어렵듯 여럿이 함께하면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지속가능하고 안전하며 정의로운 에너지 시대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 집부터 슬기로운 에너지 자립을 선언하자.

우리집 절전소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우리집 전기사용량을 점검하자. 집 안 구석구석 살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은 없는지,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모색해보자.

사용하지 않은 TV, 셋톱박스 플러그가 콘센트에 그대로? 스튜빗!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이라도 플러그가 콘센트에 꽂혀있다면 전력이 소모된다. 인터넷전화나 텔레비전 등을 연결하는 셋톱박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 사물인터넷이 떠오르고 가전제품에 적용된 스마트 가전이 확산되면서 이에 따른 네트워크 대기 전력이 증가하고 있다. 제품이 주요 기능을 수행하지 않을 때도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으면 전력이 소비되는데 기존에 제품이 꺼진 상태로 플러그만 연결되어 소비되는 대기 전력보다 최대 10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한다.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2014)에 따르면 2025년까지 네트워크 기기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140TWh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현재 세계 전기소비량의 6퍼센트 수준으로 캐나다와 독일의 연간 전력 소비량의 합보다 큰 수치라고 한다.

LED 전등으로 교체, 그레잇!

LED 전등의 에너지 효율은 기존 형광등 대비 40~60퍼센트다. 수명도 10년 이상으로 다른 전등에 비해 월등히 길다. LED 교체라고 다 같은 그레잇은 아니다. 전력소비량이 적다고 밝은 조명으로 교체하는 것은 스튜빗! 조명이 밝을수록 전력소비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눈 건강도 해친다. 눈이 편안함을 느끼는 간접 조명의 조도는 100~200룩스 정도이고 스탠드 같은 직접 조명의 조도는 400~700룩스 정도가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또한 같은 밝기라도 청색빛이 많이 나는 것보다는 주광색이 눈 건강에 더 좋다고 한다.

5시간 이상 보온중인 전기밥솥, 스튜빗!

우리집 가전제품 중 연간 전력소비량이 가장 큰 기기는? 답은 전기밥솥이다. 전력거래소 조사에 따르면 한 대당 무려 949KWh를 소모한다. 밥을 짓는 것보다 보온을 유지하는데 전력을 두 배 가까이 더 쓴다. 그야말로 쓸데없는 보온 스튜빗이다. 보온 기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먹을 만큼만 밥을 하자. 혹 밥이 남는다면 냉장실에 보관하면 된다. 더 오래 보관해야 하면 냉동실로 고고. 장시간 보온상태에서 누렇게 마른 밥보다 훨씬 맛있다.

냉수 기능 켠 정수기, 스튜빗!

냉온 기능이 있는 정수기는 용량 900리터의 대형 냉장고보다 무려 1.7배나 전기소비가 크다. 냉수와 온수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정수기는 전력이 아닌 필터로 정수한다. 플러그를 빼도 정수 기능에 문제가 없다.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으면 물을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수면양말과 내복 입고 전기난방용품 끄기, 그레잇!

여름에만 발생하던 전력 피크가 몇 년 전부터 겨울철에도 발생하고 있다. 겨울철 전력 피크의 원인은 전기온풍기, 전기스토브, 시스템 에어컨 등 전기난방기 때문이다. 전력 피크는 발전소를 추가로 불러온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겨울철 실내온도는 18~20도. 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고 권한다. 실내온도를 낮추고 대신 체감온도를 높여주자. 내복은 체감온도를 약 2.4도 올려 주고, 카디건과 무릎담요는 각각 약 2.2도와 2.5도를 올려 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목 부위를 목도리 등으로 감싸면 체감온도를 최대 5도까지 높일 수 있다.

ⓒ김소희

우리집 발전소

더는 절전할 곳이 없다면 이제 우리집 발전소를 세워보자. 햇빛이 비치는 곳이라면 누구든지 태양광발전소를 세울 수 있다. 다른 발전소처럼 대형보일러나 증기터빈, 배터리 등이 필요 없다. 햇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화시키는 반도체로 만든 태양전지와 태양전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로 바꾸어 전력망과 전기기구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인버터,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옥상이나 마당이 가장 좋은 장소다. 아파트라면 베란다도 좋다. 옥상이나 마당, 베란다 난간이 없더라도 실망하실 필요는 없다. 벽면에 부착하는 태양광 제품도 있다.

설치면적은?

태양광 1KW당 평면 기준으로 대략 8~12제곱미터의 면적이 필요하다. 1KW 이하의 미니태양광의 경우 베란다의 경우 너비 1.6미터 이상이면 설치가 가능하다. 만일 우리 집의 한 달 평균 전력 소비량이 350KWh 이하라면 3KW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얼마나 생산되나

보통 발전용량에 일조시간을 곱하면 발전량을 예상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평균 일조시간은 3.2시간으로 260W급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면 매월 25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양문형 냉장고 한 대의 소비 전력과 비슷하다. 태양광발전 용량이 크면 클수록 생산하는 발전량은 더 커진다. 다만 햇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라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 위치를 잡아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고 해도 일기에 따라 발전량이 변할 수 있어 매일 생산하는 전력량이 일정할 순 없다.

소음으로 인한 생활 피해가 있지는 않을까?

인버터가 작동되면 작은 저주파 소음이 날 수는 있다. 그러나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데다가 워낙 작은 소리라서 실생활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다.

혹시 세입자도 설치할 수 있을까?

태양광은 일반 가전제품처럼 이전 설치가 가능하다. 당연히 설치할 수 있고 이사 갈 때 처음 시공했던 업체에 연락해서 떼어달라고 하고 이사를 간 곳에 다시 설치해 달라고 할 수 있다.

설치비용은? 지원은?

발전용량과 사용제품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260W 60만 원에서 900W 200만 원까지 가격은 다양하다. 설치 이후 별도의 유지관리비가 들어가지 않고 지속적인 전력생산으로 전기요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몇 년 안에 설치비용을 만회할 수 있다.

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 발전설비를 주택에 설치할 경우 설치비의 일부를 보조 지원하기도 한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의 경우 2월 말에서 3월 중순에 주택 지원 공고를 할 예정이다. 서울시 등도 연초에 공고할 계획이다. 자세한 지원기준과 지원금은 신재생에너지지원센터와 관할 지자체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다만, 관련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조기에 마감될 수 있으니 연초에 신속하게 상황을 확인하여 지원금을 신청해야 한다.

만약 지원을 못 받으면 어떻게 설치하나

먼저 시공업체를 선택해야 한다. 미니 패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공사는 간단하지만 한 번 설치하면 2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므로 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설비의 지원 등에 관한 규정」 제18조(시공자)에 따라 각 업체의 시공실적, 하자보증기간, 생산물책임보험 가입 여부, A/S 이행실적 및 의무사후관리수행 등을 평가해 매년 ‘주택지원사업 및 건물지원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선정하고 선정된 업체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 운영하는 그린홈 홈페이지에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선정해 공개한 기업들 중 해당 기업의 소재지, 설치 가능 지역, 사용제품 제조사, 참여기업 선정연도, 하자보증기간 등을 꼼꼼히 살펴 적합한 업체를 선정해 시공 검토를 요청하면 된다. 주의할 것은 유·무선상의 통화로만 시공 검토를 의뢰하지 말고 반드시 현장 상담을 요청해 구체적인 설치 여부 및 진행 과정을 협의하도록 한다.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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