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과 한 몸 짱뚱어 이야기

[함께 사는 길] 국외반출 승인대상종이 되어버린 갯벌 생태계의 지표종

짱뚱어(학명 Boleophthalmus pectinirostris)! 한 세대 전만 해도 갯벌과 염전 수로에 흔한 물고기였지만, 이제는 국외 반출시 국가의 승인(해양수산생명자원에 지정됨)을 받아야만 하는 귀한 몸이 됐다. 좋은 일만은 아니다. 그만큼 희귀해졌고, 그래서 보호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망둑어과에 속하는 짱뚱어는 지역별로 '망둑어, 망둥어, 짝동이, 짱동이, 장등어, 철목어' 등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짱뚱어를 비롯해 날망둑, 갈문망둑, 무늬망둑, 문절망둑, 말뚝망둥어, 도화망둑, 사백어, 밀어 등 5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길이 20센티미터 정도인 짱뚱어의 최대 수명은 3년이다. 머리는 크고, 눈은 머리 꼭대기에 붙어 볼록하게 위로 튀어나왔다. 양 눈 사이는 아주 좁고, 까무잡잡한 피부(짙은 회색)와 등지느러미의 표면에 코발트 색(형광빛) 작은 점들이 별처럼 촘촘히 박혀있어 지역 방언으로 '별짱뚱어' 또는, 비단처럼 아름답다 해서 '비단짱뚱어'라 부르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 서남해 연안과 일본 아리아케 주변, 중국과 타이완 연안에 분포한다.

ⓒ고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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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는 아가미 호흡을 하는데, 물 밖에서도 장시간 견딜 수 있다. 허파가 없지만 목구멍 안쪽에 잘 발달한 실핏줄을 통해 공기를 호흡하고 체표로 산소를 통과시키는 피부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생김새나 생육 환경이 말뚝망둥어와 흡사하지만 다른 종이다. 말뚝망둥어는 동물성 먹이를 먹지만 짱뚱어는 초식성이다. 동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거나 갯벌을 훑어서 개흙 표면의 돌말류(규조류)를 먹는다. 또 펄갯벌에 내려앉은 유기물을 가늘고 미세한 이로 갉아 먹는다. 짱뚱어가 사는 갯벌 위에 난 잇자국들은 그래서 생긴다. 겨울에는 굴 안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짱뚱어는 칠게의 집을 제 걸로 찜해 놓고, 주인인 칠게가 나타나면 지느러미를 최대한 치켜세워 한바탕 결투 끝에 물리친 뒤 칠게의 집을 뺏는다. 끝이 뭉툭한 주둥이로 약 50~90센티미터 굴을 파고 들어가 2~3개의 구멍을 Y자 모양으로 서로 연결해 유사시 대피할 수 있는 탈출구를 만들어 놓고 산다.

썰물 때는 집 주변 펄 위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도 위험을 느끼면 재빨리 구멍 속으로 숨는다. 소리보다는 시각적 움직임에 무척 예민해서 어떤 물체가 움직이거나 새 그림자만 스쳐도 깜짝 놀라 즉각 반응한다.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갯벌 위를 기어 다니거나 꼬리지느러미를 이용해서 도약하고 뛰어다닌다. 물 위를 깡충깡충 뛰거나 수영으로 이동한다.

ⓒ고경남

짱뚱어는 보통 썰물 때 갯벌 밖으로 나오지만 조금 때보다는 바닷물이 갯벌을 촉촉이 적셔주는 부드러운 사리 때 주로 활동하며, 계절과 날씨 그리고 추위와 무더위에도 무척 민감하다. 겨울철에는 갯벌 속에서 동면한다. 기온이 낮은 이른 봄과 늦가을이면 보기 힘들다. 여름 맑은 날에 활발하게 활동한다. 짱뚱어를 보러 연안 갯벌에 간 이들 가운데 짱뚱어와 마주치지 못한 이유는 그런 생태적 특성 때문이다. 가을철 갯벌 온도가 평균 16℃ 이하로 내려가면 서식공에서 휴지기(동면)를 보내다 18℃ 이상 기온이 오르는 봄이 되면 다시 볼 수 있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이 되어 산란 절정기에 이르면 수컷이 미리 산란 구멍을 파 놓고 암컷을 유혹하는 몸부림을 시작하는데 부채꼴의 화려한 등지느러미 2개를 활짝 펼쳐 머리를 치켜들고, 제 키만큼 뛰어 오른다.

암컷들 중 절반만 산란에 성공한다. 5월에서 7월 중에 2번 이상 산란하는데 짝짓기 후에 수컷이 암컷을 굴속 산란 방으로 유인하여 산란을 돕고 3~4일 동안 1회 산란에 1만~2만여 개의 황금알을 낳는다. 암컷은 산란만 하고 새끼를 돌보는 건 수컷이 한다. 새끼들은 약 한 달 동안 스스로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수컷의 보호를 받으며 산란 공 출입구 주위에서 유영 생활을 한 다음 독립한다.

▲ 장뚱어와 칠게. ⓒ고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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