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량 안보 대 재생에너지 확대
농업진흥지역은 '국토의 계획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녹지지역·관리지역·농림지역 및 자연환경보전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농업진흥구역에서는 농업 생산 또는 농지 개량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토지이용행위, 그 밖에 '농지법'에서 정한 토지이용행위만이 허용된다. 농업진흥지역에서 농업 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토지이용행위는 다음과 같다.
△ 농수산물의 가공·처리 시설 및 농수산업 관련 시험·연구 시설
△ 어린이놀이터, 마을회관, 그 밖에 농업인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편의 시설 및 이용 시설의 설치
△ 농업인 주택, 어업인 주택의 설치
△ 규정에 해당되는 농업용 시설, 축산업용 시설 또는 어업용 시설의 설치
△ 국방·군사 시설의 설치
△ 하천, 제방,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토 보존 시설의 설치
△ 문화재 보수·복원·이전, 매장 문화재의 발굴, 비석이나 기념탑,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공작물 설치
△ 도로, 철도, 그 밖에 해당되는 공공시설 설치
△ 지하자원 개발을 위한 탐사 또는 지하광물 채광, 광석의 선별 및 적치를 위한 장소로 사용하는 행위
△ 농어촌 소득원 개발 등 농어촌 발전에 필요한 시설
△ 농산어촌 체험시설
△ 농기자재 제조시설
그중 농어촌 소득원 개발 등 농어촌 발전에 필요한 시설에 2015년 말 이전에 준공한 건축물의 지붕만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농촌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늘고, 관련 규제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태양광 설치 가능한 건축물의 준공 시기 제한을 폐지하여 2016년 이후에 준공한 건축물의 지붕에도 태양광 발전 설비의 설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원칙적으로 농업진흥지역에 태양광 시설을 불허하고 있다. 과거에 농식품부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보전가치가 높은 농업진흥지역은 철저히 보전하되, 매년 실태조사를 하여 보전가치가 낮은 농업진흥지역은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서 궁극적으로 농업진흥지역에 태양광 설치 가능 여부가 향후 재생에너지 보급에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답은 농업공존형 태양광
농식품부를 비롯한 농업계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에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경지면적 감소에 대한 것이다. 농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농지전용을 해야 한다. 즉, 농지가 아닌 잡종지로 변환해야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데, 농지가 잡종지로 변환되면 지가상승 등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농지보전부담금(농업진흥지역 밖에 태양광 설치 시 농지보전부담금 50퍼센트 감면, 2019년 12월 31일까지)이라는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경우에 농가소득을 기대할 수 있지만, 경지면적은 고스란히 감소한다.
하지만 농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되, 농지전용을 하지 않을 때는 부분적으로 농지가 보전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경지면적이 보전되면서 농산물 생산량에 대한 공급량도 조절할 수 있다. 제주 감귤폐원지 활용 태양광 보급사업은 포화 생산되던 감귤의 생산량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품질 및 가격 하락 문제와 고령화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감귤 산업의 전반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고, 추가로 태양광 발전으로 감귤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주었다. 그래서 농업적으로 보전가치가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농업진흥지역에 제한적으로 농업공존형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 위에서 언급한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업공존형 태양광은 동일 농지에서 농작물 재배와 태양광 발전 사업을 병행하는 '농사+태양광발전' 방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시설 아래는 그늘이 비치기 때문에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농업공존형 태양광은 식물의 광합성량은 광포화점을 넘어가면 더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농작물 재배에 적합한 일조량 공급이 되도록 태양광 전지판의 배치를 조절하거나 폭이 좁은 전지판을 사용한다.
독일과 일본의 농업공존형 태양광
독일에서는 농지에 태양광 전지판을 높게 설치하고 아래에 작물도 동시에 재배하는 농업공존형 태양광(Agrophotovoltaic, APV) 실증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작물 재배를 하며 동시에 태양광 발전을 하면 토지의 이용 효율을 60퍼센트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독일 최초의 APV 실증단지는 2016년 9월 콘스탄스 호(Lake Constance) 지역의 헤겔바흐(Heggelbach)에 있는 데메테르(Demeter) 농장 커뮤니티 들판에 구현되었다. 해당 지역은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6퍼센트로 확대하고, 그중 태양광발전 비중 15퍼센트를 달성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발전용지로 전환 가능한 농지가 제한적이며 지붕 태양광으로는 한계가 있어 APV 등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독일은 2019년까지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고, 2020년까지는 연구결과를 정책에 반영하여, 'APV 특별지역' 지정 제도 마련으로 농업 보조금을 받으며 태양광발전을 가능하게 하고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및 경매제도 반영 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본은 2012년 7월 FIT 도입 후 태양광 설치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 한 방식이 솔라셰어링이라고 불리는 농업공존형 방식이다. 2004년 아키라 나가시마(Akira Nagashima)에 의해 고안되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농업공존형 태양광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2013년 농지에서 태양광 발전을 허용하는 농지법 개정과 관련 지침이 만들어졌다.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농업공존형 태양광 누계 허가 건수는 약 775건으로 나타난다. 일본에서도 초기에는 비농업 목적으로 농지를 일시적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필요로 하는 농지법(The Agricultural Land Act)이 큰 제약으로 작용했는데, 일본 농림수산성은 2013년 4월 지침을 발표하여 농지에 태양광 설치를 조건부 허가했다.
일본은 농용지 구역의 갑종과 1종에 대해서 일시전용허가를 판단하고, 태양광 설치를 위한 구조물인 기둥 면적만큼만 농지일시전용을 허가한다. 구조물은 간단한 구조로 쉽게 철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신청 면적이 최소한으로 적정하다고 인정되는 것, 그리고 농작물 생육에 적합한 일조량 유지, 농기계 및 영농을 위한 공간 확보를 허가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 일시전용기간은 3년 이내로 하며, 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다시 확인하고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일시전용 재허가 조건은 농작물 평균 수확량이 동년 지역의 평균 수확량과 비교하여 20퍼센트 이상 감소하지 않아야 하며, 농작물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늘어나는 국내 농업공존형 태양광
농업공존형 태양광은 최근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경남 고성군에서 농지(약 700평) 위에 태양광 발전 설비 100킬로와트(㎾)를 설치해 전기를 판매하고, 설비 아래 농경지에서는 농사를 그대로 짓는 전력계통 연계 농업공존형(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다. 식물 생육에 필요한 적정 광포화점을 바탕으로 기존 벼농사를 그대로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을 겸작하는 형태이다. 2017년 9월 농업공존형 태양광 농지에서 경작한 쌀과 미설치 비교부지에서 자란 벼의 생육상태를 비교한 후 추수를 진행한 결과 태양광이 설치된 곳의 벼와 미설치 농지 벼의 생육상태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양측 농지에서 자란 벼의 이삭 수는 같았고, 벼의 전체 길이 역시 평균 110센티미터로 동일). 모듈 설치 농지의 재배면적은 비교부지 대비 85.9퍼센트였고,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면적을 고려하면, 재배면적에서도 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주)솔라팜은 2016년 4월 충북 오창에서 농업공존형 방식으로 태양광을 설치하고, 유기농 벼를 수확하고 있다. 기후에 맞는 영농법을 적용하여 여러 업체와 함께 태양광 발전소 실증을 하고 있다. 또한 이에 적합한 농업기술을 개발해 적용 중이다. 수확된 벼의 양은 기존 유기재배 벼와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고, 현재 배추, 감자 등 다양한 작물 생육 및 수확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7년 6월 LG전자와 함께 경기도 가평군 청평 수력발전소 인근 농지에 농업공존형 태양광 발전소(73㎾)를 준공하였다.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취지에서 농가 참여형 태양광발전소를 시작하였다. 현재 실증단계를 거쳐 앞으로 사업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가평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은 일본 시설을 벤치마킹한 고성, 오창 시스템과 다르게 한국형 구조로 설계되었다. 일반 모듈(72셀 375와트)을 견디기 위해서 기둥을 더 단단하고, 두껍게 설계하였고, 태양광 시설 기둥은 지하 3미터까지 매립하였다.
농업과 태양광의 상생, 가능하다
농업공존형 태양광은 농지 난개발을 최소화하며, 추가로 태양광 시설도 보급할 수 있다. 현재 실증 연구 중인 국내 농업공존형 태양광도 아직 농업진흥지역에서는 설치할 수 없다. 일본의 사례와 같이 농지 일시전용허가(구조물 기둥의 표면적만큼)를 통해 농업진흥지역에 제한적으로 농업공존형 태양광 시설 설치를 허용하면 무분별한 농지 난개발과 농지 침식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시적으로 전용하는 것인 만큼 경지면적 감소가 예상되거나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면 태양광 발전소 허가를 취소하고, 시설물을 철거할 수 있는 규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즉, 농업공존형 태양광은 농사+태양광 발전에서 농업(농업인)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또한 농업공존형 태양광이 아직 해외에서도 실증단계인 만큼 여러 분야의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농업공존형 시설에서 재배하기에 적합한 품종 발굴이 필요하고, 반대로 주요 품종에 맞는 태양광 시설도 필요하다. 벼 재배뿐만 아니라 밭작물 재배에도 적합한 시설 개발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과수시설에 적합한 시설 개발도 요구된다. 또한 국내 기후조건과 강우, 강설, 강풍 등 재해에 견딜 수 있는 농업공존형 태양광 표준모델, 그에 대한 안전기준 등도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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