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산 빼돌리고 미술계 거장 작품 철거한 해운대구

데니스 오펜하임 유작 통보없이 철거...공무원은 해수욕장 용품 빼돌려

해운대해수욕장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공유재산을 빼돌리고 세계적인 설치미술 거장인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를 별도의 통보 없이 철거한 해운대구청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부산비엔날레와 해운대구 등에 따르면 국·시비 총 8억원이 투입돼 지난 2011년 4월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미술 작품 '꽃의 내부'가 최근 철거돼 고철로 버려졌다.


▲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됐던 미술 작품 '꽃의 내부' 모습. ⓒ부산시

이 작품은 세계적인 설치미술의 거장인 데니스 오펜하임이 지난 2010년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공모에 참여해 설치되던 중 그가 2011년 1월 지병인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유작으로 남겨졌다.

'꽃의 내부'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곳곳에 녹이 슬고 부식되어 갔다. 특히 지난 2016년 10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작품 일부가 부러지는 등 크게 파손됐다.

해운대구는 별다른 보수 작업 없이 '꽃의 내부' 작품을 방치해오다 "녹이 슬어 보기 싫다"는 등 시민들의 민원에 작품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해운대구는 이같은 결정을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와 작품 저작권을 가진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족 측에도 전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철거해 고철로 처분했다.

이에 대해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꽃의 내부 작품은 세계적인 거장의 유작으로 예술적 가치가 높다"며 "해운대구가 일방적으로 고철로 버리는 것은 몰상식한 행동이다"고 비난했다.

최근에는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족 측에서도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에 "이번 결정이 공공 미술 분야에서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며 대응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에 녹이 슬고 태풍 차바로 곳곳이 부서졌다. 이를 보수하기 위해 부산비엔날레 측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관리를 해운대구에서 해야 한다는 답변과 해당 작품의 재질상 복구가 어려워 철거하기로 결정했다"며 "통보를 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해운대구에 소유권이 있기에 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 해운대구 직원이 빼돌린 철제 울타리. ⓒ유점자 해운대구의원

한편 해운대구는 최근 해운대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직원이 공유재산인 철제 울타리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몰래 빼돌린 사실이 밝혔다.

해당 직원이 철제 울타리를 빼돌린 곳에는 해운대해수욕장 파라솔 등 폐기처분되야할 해운대구 공유재산들이 다수 발견돼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유점자 해운대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해운대구에서 하는 사업들만 봐도 제대로 된 공유재산 관리가 엉망이라는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해운대구는 향후 어떤 조치가 있을 예정이고 어떻게 정리했는지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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