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논란', 과장된 주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입양특례법 부작용 지적, 뚜렷한 근거가 없다"

2012년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 이후 언론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된 "입양특례법이 아동 유기를 늘렸다"는 주장이 과장된 것이라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1일 보건복지부, 중앙입양원, 입양기관, 입양부모, 해외입양인 등을 상대로 개정 입양특례법에 대한 입장을 조사한 내용 등을 담은 '입양특례법의 입법영향분석'(김준 사회조사심의관) 보고서를 냈다.

2011년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입양특례법 개정안은 원가정을 보호하고 아동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입양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해외입양인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문제 의식이 어느 정도 반영된 법안이다. 법 개정으로 입양숙려제, 가정법원의 입양허가제, 입양정보 공개제도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양친될 자의 자격 등 각종 절차를 정비하고 강화됐다.

그러나 입양특례법 시행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편에서는 이 법률이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함으로써 입양 감소, 불법 입양, 유기아동 증가 등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어 왔다. 특히 입양 아동을 출생등록 하도록 하는 조항 때문에 출생등록을 꺼리는 미혼모들이 베이비박스 등에 아동을 유기하는 숫자가 급증했다는 주장은 현재까지도 언론을 통해 볼 수 있다.(☞ 관련 기사 : 5월 17일 자 <국민일보> [가장 슬픈 범죄] 입양 발목잡는 입양특례법)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의견을 낸 입양기관 관계자도 개정안의 부작용으로 "온라인(브로커)을 통한 음성적 입양 거래, 영아 유기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아동의 안전한 보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입양 의뢰 되는 대다수 아동의 친생부모가 미혼임을 감안할 때 친생모의 가족관계등록부 등재에 대한 전면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베이비박스'가 아동 유기 장소로 급부상한 결과일 뿐"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는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입양건수가 급감하고,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영아 수가 급증하자 많은 언론이 이 현상을 입양특례법의 부작용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한다"며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영아를 유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베이비박스가 등장한 것에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도별 기아 수와 베이비박스 아동 수]

ⓒ국회입법조사처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영아의 숫자가 2011년 이후 급증했지만, 유기 아동이 그만큼 증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동은 2010년 4명, 2011년 37명, 2012년 79명, 2013년 252명, 2014년 280명 등 가파르게 증가한 반면, 기아 아동 숫자는 2010년 191명, 2011년 218명, 2012년 235명, 2013년 285명, 2014년 282명 등 완만히 증가했다.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영아 숫자는 입양특례법 개정 시점인 2012년을 기준으로 급증했지만, 유기 아동 숫자는 2012년을 기준점으로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고 하기 어렵다. 기아 숫자만 놓고 보면 2001년 717명이나 되다가 해마다 감소해 2006년 230명으로 급감했다가 다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2013년 이후 대부분의 기아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러한 현상은 베이비박스가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영아를 안전하게 유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베이비박스가 급부상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입양과 관련한 절차들이 강화됨에 따라 출산사실 노출 등을 꺼리는 친생부모에 의한 영아유기가 다소 증가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지만,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영아 수의 급증을 이 법률의 부작용으로 지적하는 것을 사실을 과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불법 입양, 뚜렷이 증명할 자료가 없다...출생등록은 타협하기 어려운 원칙"

보고서는 "개정 입양특례법과 관련해 가장 많이 지적되었던 사항의 하나는 부작용으로 불법입양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고, 이러한 주장의 핵심에는 출생증명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뚜럿이 증명할만한 자료가 없다"고 반박했다. 보고서는 "일각에서는 입양아동의 감소가 불법입양이 증가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실이라고 주장하지만, 입양아동의 감소는 요보호아동의 감소 등 다양한 다른 요인들의 영향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의 보호 및 권리의 차원에서도 모든 아동이 출생 직후 등록되어야 한다는 것은 타협하기 어려운 원칙"이라며 이런 주장이 해당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요구하고 있는 보편적 출생신고제가 도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유엔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지속적으로 개선 권고를 받아왔다"며 "따라서 유럽처럼 출생신고를 의료기관과 부모 공동의 의무로 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되, 동시에 사생활 보호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미 행정자치부와 대법원이 공동으로 의료기관 연계 출생통보제의 도입을 위해 시범사업을 개시하였으며, 의료 기관 등에 출생사실을 관계기관에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건이 제 20대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고 현재 관련 입법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보고서는 "현재 중앙입양원은 불법입양(사인간 아동입양) 모니터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2015-16년 불법입양으로 적발되어 형사처벌된 사례는 없지만, 여전히 사인간 입양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간간히 불법입양이 사건화되거나 언론의 추적보도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한계에 대해 "인터넷 게시물 정보만으로 입양특례법,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령의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즉각적인 삭제 조치(포털) 및 수사(경찰청) 요청이 어렵다"며 "모니터링이 개방형 사이트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폐쇄형 회원제 사이트는 모니터링이 어렵고, 내용상 긴급하고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 미혼 임산부의 게시글을 발견해도 중앙입양원으로서는 댓글 게시 외에는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불법입양은 미혼모 등이 출산한 영아를 마치 자신들이 출산한 것처럼 꾸며 입양 사실 자체를 숨기려고 하는 행위이므로, 우리 사회의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떠한 입양관련 법제 하에서도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개정 입양특례법의 문제가 아니라 혼인외 출생, 입양 등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개정 입양특례법이 법체계적인 측면(입양이 민법과 입양특례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문제), 입양 절차(여전히 국제 기준에 못 미침), 입양가정에 대한 지원, 입양 정보의 관리 및 공개(입양 당사자들의 알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함) 등 여전히 보완해야할 지점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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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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