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서 '동방의 등불'을 보고 싶다

[한반도 브리핑] 촛불 집회 1년,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촛불집회 1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되어 수개월 동안 수백만이 참여한 촛불집회는 헌정을 유린하고 국민의 신뢰를 져버린 권력에 대한 시민저항운동이었다.

1960년 4.19도 관권을 동원한 부정선거에 대항하여 벌인 시민저항운동으로 당시 대통령을 끌어 내렸지만 유혈사태로 많은 희생이 따랐었다. 반면 이번 촛불집회는 평화적인 저항운동으로 대통령을 끌어 내렸다. 결국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민주적으로 더욱 성숙해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고 세계 언론의 칭찬을 들었지만, 사실 그 이상 더 중요한 세계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촛불집회를 하고 있던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극우정치와 보호주의 경향이 유행하면서 각국에서 극우 정치인들이 득세를 하고 있던 시기였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날드 트럼프의 당선이 있었고, 장기간 외면 받았던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과 당수 마린 르펜이 급부상했다. 유럽 각국에서 '또라이'나 '꼴통' 취급을 받던 극우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지지율 2, 3위 정당이 되어 큰 소리를 내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로부터 대규모의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유럽 각국에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되는 틈에 국수주의적 극우 정치인이 득세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미국과 아시아도 전염되면서 마침내 범세계적인 문제를 국제협력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자국의 국익을 배타적으로 우선하며 인류보편 문제는 외면하는 극우 보수의 정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암울한 흐름 속에서 촛불집회는 단연 한 줄기 밝은 빛이 아닐까?

▲ 지난해 11월 27일 100만이 넘는 시민들이 박근혜 정부 퇴진을 외치며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프레시안(최형락)

기억하는가? 그 때 타고르가 보았던 등불을

1929년 <동아일보>에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의 시 <동방의 등불>이 실렸다. "...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이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당시는 3.1운동이 제국주의자들의 총칼로 진압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식민 지배를 벗고 자주독립을 이루고자 했던 3.1운동은 총칼로 진압되었다. 타고르는 무기력과 좌절에 빠진 우리 민족에게 위로를 주었다. 하지만 그는 연민의 정을 넘어서 동방을 비추는 밝은 빛을 코리아에서 보았다고 했다.

그 빛을 타고르 혼자 본 것은 아니다. 3.1운동이 한창 진행되는 1919년 4월 북경의 유력 주간지 <매주평론>(每週評論)과 북경대학교 <신조>(新潮)에는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 무기를 들지 않고 평화적 시위로 인민의 주장을 편 3.1운동을 높이 평가하면서 중국인민들에게 조선의 3.1운동에서 교훈을 찾아 봉기하자는 글이 실렸다.

이글의 집필자들은 5.4 운동의 주역이 된다. 또한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마하트마 간디도 3.1운동의 기사에 자극을 받아 인도로 귀국하여 반영 비폭력저항운동을 시작하였다.

비록 3.1 운동은 진압되었지만 상해임시정부 수립의 계기가 되어 후일에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기초가 되었고, 세계사적으로도 비폭력 시민저항운동을 통해서 민족자결의 보편가치를 밝게 비춤으로써 인류 문명사에 기여하였다. 과연 동방의 빛나는 등불이었다.

촛불은 국민주권이 바로 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라는 요구였다. 대통령의 탄핵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은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촛불이 요구하는 과제는 상당 부분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촛불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나라만의 제대로 된 나라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극우 보수적 보호주의 물결속에 인류문명사의 역주행을 막고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협력의 보편정신을 되살리는 동방의 등불이 되는데 있다고 본다.

한반도 핵위기를 촛불 정신으로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은 그 영향이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인류문명사에 큰 전기를 마련하고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타고르가 예언한 코리아의 밝은 빛을 촛불에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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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빈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는 지난 1986년 통일부에 입부한 이후 20여 년 동안 남북관계 현장을 지켜왔습니다. 고 이사는 개성공단지원단장과 정책홍보본부장, 하나원장 등 통일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사)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을 지냈습니다. 현재는 평화재단과 (사)한반도평화포럼 등에서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한 연구‧자문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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