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작심하고 지대개혁론을 논하고 헨리 조지와 토지를 이야기하면서 토지보유세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급기야 헨리 조지가 살아있다면 오늘날 중국식 토지제도를 찬성했을 거라고 언급하면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을 중심으로 논쟁이 더 확산됐다. 그동안 일부 정치인들이 토지보유세 찬성에 주력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추미애 대표의 중국식 토지제도 발언은 상당히 진보된 변모를 보여주었다. 토지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토지는 한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힘이 있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고려 말기나 조선 건국 초기 역사책을 들춰볼 필요까지는 없다. 한국 근현대사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조선 말 동학농민운동, 일제 강점기에 진행된 지주소작제의 법적 확립과 그 후의 농지개혁 등 우리 근현대사는 실로 토지로 인한 갈등의 역사다. 1970년대 강남개발로 인한 부동산 투기열풍의 전국적인 확산은 토지사의 한 획을 긋는다. 추미애 대표가, 한국이 지대추구의 덫에서 빠져나와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젊은 세대에 미래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바로 이러한 구조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의 역사적 흐름과 최근 경향은 이웃나라 중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토지는 여전히 특정 지역과 국가를 초월하여 역사 변화의 핵심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호출된 공공토지임대제
추미애 대표가 언급한 "중국식 토지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헨리 조지가 자신의 책 <진보와 빈곤>에서 제시한 토지 소유 및 사용의 일반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일거에 토지의 사적 소유권을 철폐하고 토지의 공유를 선언한 후 토지개량물에 대한 사적 권리를 완전히 보호한다는 조건하에 각 필지마다 최고가격 청약자에게 임대한다면, 정의의 법칙도 만족시키고 경제성도 충족시킬 수 있다. (중략) 토지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사용권을 주어 최대의 생산을 확보할 수 있다. (390쪽)
필자는 위와 같은 방식을 '공공토지임대제'(public land leasing system)로 칭한다. 이는 토지를 정부(公) 또는 공동체(共)가 소유하면서 개인 또는 기업에게 임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헨리 조지는 토지가 사유화된 시장경제 체제를 염두에 두고 사유 토지를 매수나 환수하는 대신 지대를 조세로 환수하자는 '토지보유세' 주장을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어렵게 만들고 이명박 정부가 무력화한 종합부동산세는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헨리 조지의 입장을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헨리 조지가 말한 공공토지임대제 이론이 토지사유화가 공고한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생명력을 발하는 것일까?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그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치고, 2012년에 시작된 유럽발 금융위기로 다시 한 번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자, 사람들이 다른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상상의 핵심은 "함께 살자!" 였다. 그러자 한국에서도 협동조합 운동이 활성화되고 여기저기서 사회적 경제가 논의되었다. 마을만들기나 도시재생 등도 새롭게 전개되었다. 서울시는 2012년에 '공유도시 서울'을 표방하고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하게 이어나갔다. 급기야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승격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경제위기를 맞이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싹텄다.
그런데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토지였다. 여러 사업이나 활동을 전개하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지가가 너무 비싸 자력으로 마련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시민들과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이런 저런 활동이 잘 전개되어도 문제가 발생했다. 역시 토지였다. 주로 세입자들이 전개한 운동의 성과는 고스란히 토지소유주(건물주)의 지대, 즉 임대료만 올려주었고,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노력으로 자신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시민들은 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개념이 바로 '공유지'(commons)다. 토지, 그거 누가 만들었지? 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건물주가 지역 공동체의 노력의 소산을 고스란히 임대료 상승으로 수취하지? 이런 법적 권리가 정당한 것인가? 토지라는 것이 시민들 모두의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활동을 지원하는 '공유자원'이 아닌가? 이런 물음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은 공유토지에 대한 욕구를 집약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논의가 전개되면서 도출되는 균형점은 토지를 함께 소유하되 사용자의 지대납부 능력에 따라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공유자원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사회적인 목적이 분명하다면 시장지대보다 더 낮은 수준의 토지임대료를 납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귀결점은 헨리 조지가 제시한 이론적 방향성과 크게 유사하다. 문제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유도시는 이러한 개념이 약하다.
공공토지임대제의 장점과 효과
헨리 조지는 이론의 무게 중심을 공공토지임대제에 두었지만 정책 실행의 무게 중심은 토지보유세에 두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사회의 여론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토지보유세 인상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동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토지임대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는 물론이고 마을만들기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전개하려는 주체들이 공동체가 부동산 자산을 소유 내지 관리하는 지역자산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토지보유세가 강화될수록 이론상 지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공공토지임대제 실현이 더욱 유리해진다. 어쩌면 헨리 조지는 자신의 관점을 일부 수정해야 할 때가 된지도 모르겠다.
공공토지임대제는 제도 그 자체로 많은 장점이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헨리 조지도 언급했듯이,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최고 지대 청약자에게 안정적인 토지사용권을 부여하는 경매입찰 방식에 있다. 가장 높은 지대를 납부할 자신이 있는 이들이 토지경매시장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다. 즉 토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자신이 있는 이들에게 토지사용권이 부여된다. 이런 식으로 효율성이 도모되는 것이다. 이 때 제시된 지대는 고스란히 정부 수입이 되어 재정 또는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형평성이 도모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되는가?
다음으로, 공공토지임대제는 현대 도시계획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도시계획의 핵심 목표는 인접 토지간의 부조화 문제를 해결하고(용도지역지구제), 도시 발전에 따른 토지사용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이다(도시재생). 사회적 목표를 도모하기 위한 공공복리 추구 역시 매우 중요하다. 도시계획이 이러한 일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으로 '토지재산권'이 보다 유연해야 한다. 공공토지임대제는 기본적으로 도시계획부서가 상위기관이 되어 해당 필지별 상세 개발내용을 정해주면 토지비축기구가 주관하는 경매입찰 과정을 통해 토지사용권이 개별 사용자에게 양도된다. 그러면 사용자는 필지별로 설정된 개발내용에 따라 건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된다. 여기에 더해 토지사용권 기한이 있기 때문에 이 사용기간을 잘 활용하면 기존 토지사용자의 큰 저항 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토지이용을 변경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토지사용권 설정 기간을 도시기본계획 설정 주기와 맞추는 것이 좋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토지임대제는 네트워크형 사회에 부합한다는 점이다. <소유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현재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재산이 교환방식이 아닌 네트워크 방식 즉 임대방식을 통해 사용되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의 새로운 조류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J. Rifkin, 2001). 네트워크 방식이 부동산에 주는 의미는 소유권 매매방식 보다는 재산을 빌려주고 사용료를 물리는 임대방식이 더 우월한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토지가 소유에서 임대로 전환된다고 해서 이것 자체가 토지재산권 제도의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토지사유제와 네트워크 사회가 결합되면 토지독점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지소유권이 개인의 손이 아닌 공공의 손에 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시장경제가 건강하게 발전함과 동시에 네트워크 사회가 추구하려는 유연성과 상호 공존 사회를 바람직하게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중국식 공공토지임대제의 주요 내용과 한계
추미애 대표가, 헨리 조지가 살아있다면 중국식 토지제도를 찬성했을 거라고 했다. 필자가 보기에, 이런 견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왜 그런가 하면, 중국식 토지제도가 형식상 헨리 조지가 말한 원리에 크게 유사한지는 몰라도, 그가 핵심적으로 고민했던 지대 사유화 관점에서 보면 한국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토지제도는 크게 도시 토지의 국가 소유 및 농촌 토지의 마을 소유(집체 소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야말로 公과 共이 중요한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 소유에 기초하여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공공토지임대제는 토지출양제라는 방식이 가장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토지사용 기간에 따른 미래의 토지사용료를 자본화하여 '일시불'로 받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지대 환수라는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미래 지대의 추정이 어려운 점, 중국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수하지 못하는 지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 가능하다. 이처럼 정부가 환수하지 못하는 미래 지대는 고스란히 부동산 개발업자와 다주택 투기자 등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이 뿐만 아니라 토지 등 부동산 구입자들이 토지사용권 매입을 위해 은행대출에 의존하게 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과잉 공급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토지 등 부동산은 투기 대상이 되어버렸고, 그 결과 실질적인 차원에서 사유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오죽했으면, 전국적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실시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제시했겠는가?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부동산 보유세는 아직 시행되고 있지 못하다.
공공토지임대제의 또 다른 방식인 토지연조제는 지대를 매 년 납부하는 방식으로, 헨리 조지의 이론에 가장 부합하지만, 중심 자리를 토지출양제에 빼앗기고 주변적인 위치로 전락하면서 그 힘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런데 기존 토지출양제 방식으로 양도된 필지의 토지사용권 기한이 만기가 도래하면서 다시금 토지출양금을 일시불로 납부해야 하는가라는 논쟁이 벌어지자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토지연조제가 여전히 의미 있는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중국 사례는 토지문제의 핵심이 결국은 사회적으로 창출되는 지대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제대로' 환수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형 공공토지임대제의 세부 유형들
토지사유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은 사실 다양한 형태로 공공토지임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유형별로 관련 법률을 제시하면 아래의 <표 1>과 같다. 아래 법률들을 살펴보면 공공토지임대제 관련 규정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들로, 공공임대주택, 임대전용산업단지, 토지임대부 주택, 농지은행, 토지은행, 국공유지 임대, 택지개발 등이 있다.
기존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공공토지임대제 외에, 최근 협동조합 내지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발맞추어 새로운 유형의 공공토지임대제가 추진되고 있다. 이 영역에서는 공동체가 중요한 주체로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지역자산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도시재생사업, 공유도시(공간공유사업) 등이 있다. 여기에 더해 필자는 토지협동조합과 공공토지임대형 공정상가 라는 모델도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은 기존에 추진되던 공공토지임대제 세부 방안들에 최근 새롭게 추진되는 방안들까지 더하면 상당히 다양한 유형의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다양한 방안들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국가 및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국형 공공토지임대제 발전전략'으로 체계화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형 공공토지임대제 발전전략을 위한 정책과제
문재인 정부가 조세권이나 입법권 등을 지방정부에 부여하려는 상황에서, 현행 공공토지임대제를 더욱 활성화하여 새로운 지역 발전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정책과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도로신설 등 효과가 미약하고 토지보상비만 축내는 SOC 사업에 소요될 재정을 대폭 줄이고 토지비축자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는 국공유 재산 매각 관행에서 벗어나, 이러한 재산을 어떻게 민간 역량을 활용하여 의미 있게 활용할지를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택지개발 사업을 하더라도 개발 후 분양이 아닌 개발 후 토지사용권 설정을 통한 임대방식으로 가야 한다.
셋째, 공공토지임대제를 최근 진행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적극 고민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공공토지임대제를 지역 발전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칭 '공공토지임대제기본법'을 마련하여,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는 관련 법률들을 모으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토지비축 확대를 위한 '공공토지기금'(가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민간 토지에서 용익물권에 해당하는 지상권 설정을 활성화하여, 정부가 직접 매입하지 못하더라도 유사한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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