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추돌사고, 평창올림픽 맞춰 개통하려 무리한 시운전"

철도노조 "코레일-철도공단 분리가 근본 원인"

지난 13일 발생한 열차 추돌 사고가 철도공사의 무리한 시운전 강행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오전 4시 50분경 경기도 양평군 경의중앙선 원덕-양평 구간에서 시운전 중이던 열차가 앞서 달리던 시운전 열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코레일 청량리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박모 기관사가 숨졌고, 열차에 동석 중이던 직원 6명이 다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올해 들어 철도공사(코레일)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사고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14일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에 '전면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안전조치가 마련되기 전까지 작업을 못하도록 노동청이 나선 것이다. 올해만 세 번째 작업중지명령이다.

해당 사고를 두고 철도공사는 1차 원인으로 신호시스템 오류를 들었다.

하지만 이날 철도노조는 이번 사고가 "근본적인 원인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선로 개통시기에 쫓겨 무리하게 2대의 열차를 동일선로에 투입했기 때문"에 일어났며 "기관사의 목숨을 건 무모한 시운전이 참사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선행 열차는 양평-원덕 간 폐색신호기 4호주 앞(외방)에 정차했다. 하지만 원덕역 신호기는 후속 열차 운행이 가능함을 나타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선행 열차가 궤도 상에 위치한 것으로 표시되고, 이와 연동해 원덕역 신호기는 정지 신호를 내보내 후속 열차가 추돌하지 못하게끔 해야 했다.

노조는 사고 당시 점검 내용 자체가 참사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박 기관사는 기관차 차상신호시스템(ATP)의 자동정지장치를 점검하기 위해 운행에 투입됐다. 선행 열차를 특정 신호기 앞에 정차시킨 후, 후속 열차가 선행 열차 바로 뒤 폐색 신호기를 향해 질주할 때 정해진 신호에 따라 차량시스템이 정상 작동(급정차)하는지를 테스트하는 시험이었다.

시스템 오류가 일어난다면 곧바로 열차가 추돌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점검 작업이었다.

노조는 이와 같은 위험한 점검을 하면서도 철도공사가 "기관사와 시운전 방식을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며 반면 "후속 열차는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기 위해 속도를 최대한 높여 위험운행을 감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시스템 오류를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는 건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며 "개통 시기에 쫓겨 점검 시간을 절약하겠다며 안전대책도 없이 무모하게 동일선 상에 2대의 열차로 시운전을 강행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아울러 "시운전을 2대의 동력차로 이행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라며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다 한들 추돌사고를 대비한 안전대책을 마련한 후 시행했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처럼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철도 운영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건설사와 운영사가 분리된 현재의 철도 시스템으로는 철도공단이 '묻지마 건설' 식으로 선로를 건설하고, 일방적으로 시설검증 계획을 요청하면 철도공사가 집행할 수밖에 없다"며 "시운전 계획 안전성 검토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철도 건설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과 운영을 담당하는 철도공사가 분리되었기에,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가 고착화했다는 얘기다. 노조는 이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작업자의 안전은 물론, 열차와 시민 안전을 위해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아울러 "이번 시운전 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고 현장에서 운행을 지시한 책임자, 시운전 계획 안전성 검토와 안전 정책을 사전 수립하지 않은 책임자를 밝혀내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경의중앙선 서울방향 양평역과 원덕역 중간 지점인 양평읍 도곡리 선로에서 시운전 중이던 열차 간 추돌사고가 발생해 40대 기관사가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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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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