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서 역대 정권을 다 통틀어서 가장 균형인사, 또 탕평인사, 그리고 통합적인 인사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들을 국민들은 내려주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 2012년 대선 때부터 함께 해왔던 많은 동지들이 있지만 그분들을 발탁하는 것은 소수에 그치고, 폭넓게 과거정부에서 중용되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능력이 있다면 과거를 묻지 않고, 그리고 또 경선과정에서 다른 캠프에 몸담았던 분들도 다 함께 하는 그런 정부를 구성했습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인사정책 자평이다. 이 답변에 유인태 전 의원이 "어떤 국민이 인사를 그렇게 인정하나"라고 반박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던 유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인 17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자화자찬'이라고 일축하며 "벌써부터 상당히 오만한 끼가 보인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은 좁은 인력 풀에서 끌어다 쓰려다 실패한 것 아닌가"라며 "진짜 탕평을 하려면 정의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에까지 추천을 받아 널리 인재를 구했어야 했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특히 "오만과 자만은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라며 "만약 (야당과) 인사 협치를 했다면, 지금쯤 다른 분야에서도 제대로 협치가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증세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솔직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당부했다. 그는 "복지를 확대하면서 재원 걱정을 말라는 대통령의 말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서민 증세는 없다'고 못 박은 데 스스로 발목을 잡힌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을 빼면 나머지 야당들도 증세에 긍정적이지 않나"라면서 "지금 정치적인 조건이 좋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강조한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는 강한 격려를 보냈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보수 야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데, 저런 심각한 불법 행위를 그대로 두고 적폐를 어떻게 청산하나"라고 되물었다.
특히 유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김대중 정부에서 벌어진 국정원 도청 사건 파문이 일자 노무현 정부가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했던 일과 비교하며 "자유한국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두고 시비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명백한 불법 행위를 눈감으라는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원세훈 국정원장이 선거 개입 조치를 해놓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 했을 리가 없지 않나"라면서도 "전임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하려면 물증이 있어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유 전 의원이 문 대통령에게 가장 간곡하게 당부한 대목은 국회와의 협치였다. 그는 "문 대통령은 국민만 보고가겠다고 했는데, 이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야당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유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0일간 야당을 설득하는 데 온정성을 쏟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자유한국당이 비협조적이라면 국민의당, 바른정당과라도 협치해야 한다. 어떻게든 협치에 온정성을 쏟아서 문재인 정부가 국회 입법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역대 정권들이 국회를 무시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 문재인 정부도 혹시라도 그런 태도가 있다면 큰 낭패를 부를 것"이라며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전병헌 정무수석이 그 점에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유인태 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오만과 자만을 경계하고 좀 더 겸손해야"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차를 맞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정무수석으로 정권 초기 100일을 겪어 본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난 100일을 어떻게 봤나?
유인태 : 두 정부가 처한 조건이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보수 진영이 처음부터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당선될 때부터 퇴임할 때까지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워낙 큰 표차로 이긴 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보수 진영의 기반이 많이 무너져내렸다. 지금은 그 때보다 정치 환경이 훨씬 더 좋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는 스스로 정치에 뛰어들었다기보다는 정치적 부름에 호명돼 나온 측면이 있어서 '과연 잘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012년 대선을 거쳐 이번 대선에서 토론하는 것을 보고 지난 4년간 엄청난 내공을 쌓았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 대선 토론만 봐도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전에 없던 절박함이 묻어나더라.
인간적인 매력으로 따지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진실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돌적인 승부사 기질이 있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진솔함과 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정치적 환경이 주는 안정감 등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게 된 배경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오늘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어떻게 봤나?
유인태 :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문제에 대한 답변을 보고 걱정이 됐다.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균형 인사, 탕평 인사, 통합적 인사라는 긍정적 평가들을 국민이 내려주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는데, 벌써부터 상당히 오만한 끼가 보인다. 어떤 국민이 인사를 그렇게 인정하나? 조금 더 겸손한 자세로 '인수위도 없이 하다보니 미숙한 면이 있었다. 나름대로 5대 원칙을 지키려고 애를 썼지만 국민들 보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라고 했으면 보다 설득력이 있지 않았겠나.
처음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내정했을 때는 나도 감탄했다. 천하의 영재를 모은다는 느낌을 줬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쪽에 있던 장하성 고려대학교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발탁할 때도 그야말로 탕평 인사라고 봤다. 그러나 후반부 인사에서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은 좁은 인력 풀에서 끌어다 쓰려다 실패한 것 아닌가. 진짜 탕평을 하려면 정의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에까지 추천을 받아 널리 인재를 구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나는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에게 '고용노동부 장관 한번 추천해달라'고 물밑에서 의사를 타진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정의당에서 천거한 사람이 괜찮으면 써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마찬가지로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에도 물밑으로 비서실장을 보내든지 해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철학에 맞는 괜찮은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타진했다면, 인사 협치가 됐을 것이다. 만약 인사 협치를 했다면, 지금쯤 다른 분야에서도 제대로 협치가 됐을 것이다.
물론 전반적으로 보자면 문재인 대통령이 비교적 무난하게 100일을 지내왔다고 본다. 전임 대통령이 워낙 엉망으로 해놓은 탓에,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전임 대통령 덕을 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 답변에서 스스로 '탕평 인사'라고 자화자찬한 것은 아쉬웠다. 오만과 자만은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다. 좀 더 겸손해야 한다.
프레시안 ::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함께하는 사람과 정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유인태 : 물론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인만큼, 적폐 청산을 위해선 코드에 맞는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 하지만, 가령 탈원전 기조와 철학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다른 정당에서 추천 받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문재인 정부 인사가 전체적으로 인재를 널리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과 국정 철학이 다른 사람을 쓰라는 뜻은 아니다.
프레시안 : 9월 정기국회부터 입법적 성과를 내야 한다. 여기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지난 취임 100일간 야당을 우군화시키려는 노력이 덜했던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유인태 : 정치에는 막후 거래, 막후 대화가 중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막후 거래를 별로 안 좋아해서 거의 안 했다. 오히려 공개적으로 지르는 스타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초기에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까지는 좋았다. 중요한 것은 막후에서 어느 정도 서로 공감을 만드는가 여부다.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전병헌 정무수석이 그 점에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지금 야당이 워낙 약체이다보니, 청와대가 자체 지지율에 취해 야당이나 국회를 무시할까 봐 우려된다. 역대 정권도 청와대가 국회를 무시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 역대 정권이 그랬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도 혹시라도 그런 태도가 있다면 큰 낭패를 부를 것이다. 국회를 더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당정청 협의를 해야겠지만, 협의할 내용을 야당과도 미리 공유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마다 어깃장을 놓고 과하게 반대하더라도 청와대는 국회와의 협치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
프레시안 :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야당과의 관계가 원활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과 거리가 멀어진 듯한 인상이다.
유인태 : 그런 방향으로 정계 개편이 될까? 국민의당과 정책연대 정도에 그칠 것이다. 호남 지역구 의원들은 바른정당과 합당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민주당과 통합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이 있는데 국민의당 인사들에게 지역위원장 자리를 내주는 게 바른 일인가?
"국정원 '댓글 수사'가 정치 보복? 불법을 눈감으란 말인가?"
프레시안 :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현 정부 5년은 물론이고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 해나갈 과제라고 말했다. 특정 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지난 100일 간 국방, 검찰, 국정원 등에서 적폐 청산 이슈가 나왔고 일각에선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등이 반발하고 있는데, 이런 적폐청산이 오히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제도적 개혁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유인태 : 노무현 정부 때 검찰이 김대중 정부 시절 불법 도청에 관여한 혐의로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했다. DJ 정부 때까지만 해도 국정원 도청은 다반사였는데, 구속까지 시켰다. 전 정권을 승계한 새 정권이었음에도, 불법이 드러난 이상 구속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때와 비교해보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대놓고 대선에 개입했다. 보수 야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데, 저런 심각한 불법 행위를 그대로 두고 적폐를 어떻게 청산하나? 자유한국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두고 시비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명백한 불법 행위를 눈감으라는 말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원세훈 국정원장이 선거 개입 조치를 해놓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 했을 리가 없지 않나.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다는 증거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임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하려면 물증이 있어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역풍이 불 수 있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가 각종 개혁과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인태 : 이 정권은 '촛불 정권'이지 않나. 아직 검찰 개혁은 인사 하나밖에 못 했다. 국방 개혁, 국정원 개혁, 재벌 개혁도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한다. 워낙 그동안 썩어 문드러졌는데 한꺼번에 안 할 수가 있나?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증세, 지금이 적기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 과제를 이루려면, 재원 마련 방안이 필수적이다. 증세 논의가 시작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초기부터 임기 내에 '서민 증세는 없다'고 선을 그어 운신의 폭을 좁혔고,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증세에 소극적은 자세를 보였다. 차라리 이렇게 지지율이 높을 때 증세 문제에 대해 좀 더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유인태 :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산타클로스 복지 아니다, 재원 대책 걱정마라"고 안심시켰지만, 복지를 확대하면서 재원 걱정을 말라는 대통령의 말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서민 증세는 없다'고 못 박은 데 스스로 발목을 잡힌 것 아닌가 싶다.
왜 증세를 우려하는지 나름대로 대통령의 고민은 있겠지만, 나는 증세를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정치적인 조건이 좋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지난 대선 때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하는 등, 자유한국당을 빼면 나머지 야당들도 증세에 긍정적이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대통령이 오늘 "국민적 합의가 모아지면 증세할 수 있다"면서 출구 하나를 마련해 놓긴 하더라.
프레시안 :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임시 배치한 것을 보면, 외교적 카드 하나를 너무 섣불리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유인태 :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면 사드를 임시 배치한다는 합의가 사전에 미국과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지지층에서야 좀 실망스럽겠지만, 그렇다고 사드 배치로 중국의 반발이 박근혜 정부 때만큼 심해질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 일주일 전에 중국에 가서 귀띔도 안 한 것이 중국으로서는 최고 존엄인 시진핑 주석에 대한 모독이라고 본 것 아닌가. 지금은 정부가 외교안보 문제에서도 중국과도 상당히 많은 소통을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서 운전석에 앉겠다고 선언했는데, 실제 행동은 다소 소극적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언급한 한미 군사훈련 축소 같은 방안도 너무 쉽게 버린 것 아닐까? 실질적인 해법을 우회해 운전석에 앉을 수 있을까?
유인태 : 북한 핵과 미사일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 한국 정부가 운전석에 앉기 어려운 것은 누가 집권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1994년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북한에 다녀가 제네바 합의를 했을 때였다면 한국 정부도 운전석에 앉기 쉬웠을 것이다. 그땐 북핵 문제가 시작도 되기 전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간 보수 정권이 '북한 붕괴론'만 믿고 상황을 너무 악화시켜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재에 동참하지만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데, 한국의 대통령이 이를 넘어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세간에서는 서로 '최악의 정상회담 파트너였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서 할 말을 다하기라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니까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권력구조 개편을 개헌의 중심으로 생각하지는 않은 듯한 뉘앙스였다.
유인태 : 국회 대세와 대통령의 생각이 다르니까 그렇다.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하고, 야3당은 분권형 개헌을 선호하니까.
개헌은 당론을 정해서 할 일은 아니다. 의원 개개인의 소신으로 가야 하고, 대통령도 개입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분권형 개헌 쪽으로 갈 텐데, 분권형으로 가는 전제가 선거구제 개혁이다. 개헌 먼저 하고 선거구제 개혁은 나중에 하자는 것은 나부터 반대한다. 지금은 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꿀 천재일우의 기회다. 보수가 궤멸된 상태에서 분권형 개혁을 더 절박하게 바라는 만큼, 이럴 때 선거구제 개혁을 시도해봐야 한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공약은 4년 중임제였는데, 국회에서 권력구조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가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보나?
유인태 : 4년 중임제로는 안 갈 것이다. 국회 개헌특별위원회에서 권력 구조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 분권, 기본권 신장과 같이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내용만 개헌하자고 나오지 않겠나.
만약 4년 중임제로 개헌한다면 다당제로 가는 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지 않다. 대통령 중심제와 다당제적인 선거제도는 아귀가 안 맞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가 이제 막 첫 발을 뗀 셈이고,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마지막으로 조언을 부탁드린다.
유인태 : 처음도 끝도 중요한 것은 협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0일간 야당을 설득하는 데 온정성을 쏟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는데, 이는 위험한 발언이다. 자유한국당이 비협조적이라면 국민의당, 바른정당과라도 협치해야 한다. 어떻게든 협치에 온정성을 쏟아서 문재인 정부가 국회 입법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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