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민정수석실을 노리고 있다

[인터뷰] <권력과 검찰> 저자 최강욱 변호사·上

최강욱 변호사는 명쾌하다. 검찰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이런 검찰이 없기 때문." 검찰 개혁의 방향은? "검찰이라는 조직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전 세계 검찰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한민국 검찰 개혁의 방향은 '힘 빼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가 올해 초 낸 대담집 <권력과 검찰>(창비 펴냄) 표지에서도 강조한 말이다. 최 변호사는 노무현 정권에서의 검찰 개혁 실패를 문재인 정부가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이라는 '괴물'에 대해 잘 모르고 '선의'로만 접근했던 것이 실패의 한 원인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사건을 통해 적폐청산 일 순위로 검찰이 지목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검찰 일각에서 "조국 XX가 어디까지 저럴 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최 변호사가 이를 폭로한 이유도 검찰의 '저항'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기 위해서다. 검찰은 마지막엔 조직의 수장까지 제물로 삼을 정도로 무서운 조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립 등 국회의 입법이 필요한 개혁 과제를 완성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고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한 번의 실패 경험이 있다. 누구보다 검찰 개혁 의지가 높고 고민도 깊다. 평검사 중심으로 검찰 내부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여기서 관건은 국민들의 지지 여론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준동할 검찰, 또 이들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잠재울 수 있어야 한다. "검찰 개혁에 대한 지지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최 변호사는 당부한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최강욱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청맥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 최강욱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검찰 개혁, 이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이 마무리 국면이다. 드디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건데, 최근 발표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강욱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 마련 등 예상했던 부분이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이란 표현에 경찰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대선 공약은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이관'을 '조정'으로 바꾸자, 용어 해석을 놓고 이견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검찰 개혁은 국민의 지지와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가 검찰 개혁에 실패한 것은 여론의 지지를 확실하게 얻지 못했기 때문이지, 개혁 방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2003년 안대희 대검찰청 중수부장이 이회창 차떼기 사건도 수사하고 안희정·최도술 등 노 대통령 최측근도 구속하면서 '국민검사'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정권 초반 검찰 개혁 동력이 소진된 측면이 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이런 부분을 아주 집요하게 활용했다.

지금도 물밑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개혁 추진 세력은 조그마한 흠만 있어도 동력을 상실할 위험성이 높다. 검찰이 최근 민정수석실 관계자의 뒤를 밟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혁 저항 세력은 늘 있다. 이들은 개혁의 흐름을 수차례 좌초시킨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곳곳에 덫을 놓을 텐데, 이를 돌파하는 방법은 국민의 지지밖에 없다.

이번에 책 <권력과 검찰>을 내면서 부제에 '이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라고 했는데, 역대 정부를 통틀어 검찰 개혁에 대한 주권자의 뜻이 지금처럼 확실하게 드러난 적이 없다. 국민 모두가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의 실상을 낱낱이 보지 않았나. '홍만표(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수억 원대 뇌물을 받아 구속)-진경준(김정주 넥슨 대표에서 각종 특혜를 받아 기소)-우병우(홍만표 및 정운호 몰래 변론 의혹과 넥슨 게이트 연루 의혹 등)'로 이어지다 결국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까지 목격했다.

프레시안 : 공수처 신설은 검찰 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제시됐다. 하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금도 국민의 지지가 높다고는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는 공수처의 연내 신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가능할까?

최강욱 : 박근혜 대선 공약이었던 상설특검제도와 특별감찰관제가 현재 시행되고 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경험을 반추해야 한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수처 신설에 맞서 박근혜 후보가 상설특검제도와 특별감찰관제를 주장했고, 2014년 2월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일종의 미봉책이었다.

▲ <권력과 검찰>(최강욱 지음, 창비 펴냄) ⓒ창비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검찰 출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시적으로 공수처 신설을 반대하고 있다. '공수처가 과연 제대로 완성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 신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치권 반대에 부딪혀 적절한 선에서 타협한다면 공수처가 지금의 검찰을 견제하는 조직이 될 수 있을까? 금 의원은 이럴 경우, 국민들이 또 다른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귀담아들어야 하는 말이다. 그래서 검찰 개혁의 동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과 제도라는 것은 기존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관행에 대한 부족함을 채우는 동시에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어떤 것이 국민에게 더 유익한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공수처를 만들지 않고 단기간에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키고 권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방법이 있을까? 아쉽게도 현재까지 나온 대안은 공수처가 유일하다.

공수처는 기득권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저항이 더 클 것이다. 공수처 신설 반대 세력은 공수처와 같은 조직이 전 세계에 없다는 이유를 드는데, 사실 이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세계적으로 가장 막강한 검찰이 있기 때문에 공수처는 필요한 조직이다'라고 하면 된다. 특히 공수처는 영원히 있어야 하는 조직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제자리를 찾으면 언제든 해체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신설되면 어차피 검찰 출신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 겉으로는 반대해도 속으로는 찬성할 것이라고 하는데, 검사 중 일부는 실제로 이렇게 생각한다. 따라서 제도의 설계 못지않게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법, 또 소신과 능력이 있는 인력을 대비하는 것 등이 아주 중요하다. 공수처 신설이 헌정사에 유익한 경험으로 남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수사'라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 실행되는 전문적인 권한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의 목표대로, 공수처는 올해 안에 신설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다음 날, 조국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지명하는 등 일련의 인사를 보면 검찰 개혁 의지가 상당하다. 검찰은 그동안 구(舊) 정권 심판에 검찰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권과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지연시켰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검찰 개혁은 가능한 빨리 시행해야 한다.

수뇌부는 못 믿겠지만 당신들은 믿는다?

프레시안 : 이정렬 전 판사가 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검사와의 대화'를 하며 "'당신들 수뇌부는 못 믿겠지만 당신들은 믿는다'라"고 할 때 '아, 망했구나' 생각했다고 했다.(160쪽) 이게 참 무시무시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검찰이라는 조직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최강욱 : '검사 대부분(평검사)은 훌륭한데, 일부 정치검사(수뇌부) 때문이다'라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게 들리지만, 노무현 정부가 검찰의 속성을 모른 채 "본인들의 진심이 투영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161쪽)한 것 같다. 지금 보면, 일종의 자백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수뇌부를 내가 조정하지만 않으면, 검사들끼리 개혁을 위한 올바른 제도를 만들 수 있다'며 자체 개혁을 주문한 것인데, 이렇게 완벽한 자정 능력을 가진 조직이 있을까? 노 전 대통령의 지나친 낙관이 결정적인 한계였다고 본다.

어찌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검찰의 주요 간부로 성장한 사람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나쁜 짓을 한 주역이 됐다. 홍만표-진경준-우병우 등으로 이미 입증됐다. 그렇다면 검찰 일부 수뇌부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검찰 조직 자체를 바꿔야 한다.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좋은 검사도 언제든지 나쁜 검사(수뇌부)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이 가진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검찰의 막강한 권한에서 비롯됐으며, 이들이 정치권력과 결탁하면서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검'을 예로 들며, '검찰 출신 검사가 수사해도 대통령이 간섭하지 않아 독립성이 보장되니까 성역 없는 수사로 성과를 내지 않았느냐?'라고 한다. 그런데 이 논리의 가장 큰 허점은 특검이 한시적인 조직이라는 사실이다. 반면, 검찰은 60년 역사를 지닌 상시적인 조직이자 군사독재 정권과 지속해서 결탁한 조직이다. 특검도 상시조직으로 정치권력이 인사권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면, 분명히 망가진다.

▲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평검사와의 대화'를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프레시안 : 책에서 노무현 정부의 강금실 법무부 장관 사례를 개혁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언급했다. 또 검찰 개혁이 성공하려면 국민적 지지 외에도 개혁의 주체가 되는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집권여당 내 개혁 의지를 가진 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최강욱 : 비(非) 검찰 출신의 여성 법조인을, 그것도 사법고시 기수가 낮은 사람(현 부장검사급)을 장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검찰 개혁에 실패했다고 하는데 이는 본질에서 벗어난 말이다. 당시 강금실 장관의 상징성은 지금 조국 민정수석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가 검찰 개혁에 대한 비전이나 전략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책에서도 밝혔지만, "개인적으로 참여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사가 굉장히 이상했다". "강금실, 김승규, 천정배, 김성호 등 비검찰-검찰-비검찰-검찰 이런 순서"였다. "처음에 검찰을 개혁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강금실 장관을 보내니까 조직을 전혀 모르고 장악을 못 하더라. 그래서 검찰 출신을 보내니까 그 조직의 대표자가 되어서 저항하더라"라고 나중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말했다.(105쪽)

김의겸 기자는 "검찰 개혁을 하려면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당의 천정배, 법무부의 강금실 세 사람이 똘똘 뭉치고 합심해도 될까 말까 한데, 다 따로 놀았다"(48쪽)고 주장했는데, 이런 예를 들어 보자. 수구보수 세력을 개혁하기 위해 시민후보로 대표 최고위원을 한 명 뽑아서 자유한국당에 보낸 뒤, 그 사람에게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과연 될까? 안 된다. 강금실 전 장관이나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 모두 서로 더 협력하고 상의했어야 한다고 후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경험을 반추하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국 민정수석이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학계 출신으로 현직 법조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 모두 어느 날 갑자기 '개혁'이라는 칼자루를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적어도 10년에서 20년 동안 검찰 문제를 고민하며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복기하며 비판적인 발언도 많이 했다.

조국 민정수석이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면서 가겠다"고 했는데, 이제 관건은 문 대통령이 두들겨 맞으면서도 당차게 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또 국민이 그 길을 얼마나 지지해 주느냐 하는 점이다. 박상기 장관도 취임하면서 "개혁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또 검사들의 법무부 파견을 줄여 '탈(脫) 검찰화'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사람의 일성(一聲)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 중 하나를 골라서 쉽게 말한 게 아니다. 과거 검찰과 법무부는 한통속이 돼 검찰 개혁에 저항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법무부는 사실상 '검찰 식민지'로 이대로는 검찰 개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법무부와 국방부는 각각 검찰청과 육군이라는 하부 기관에 사실상 장악된 상태다. 이는 역사적으로 검찰과 군부가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독재군사 정권을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고 보면 알겠지만, 이제는 법무부가 검찰 개혁안을 주도하며 국민에게 제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의 저항이 기초 단계에서부터 봉쇄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두 사람이 이끄는 검찰 개혁은 입헌적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진짜 나라다운 나라가 될 것이다.

'조국 XX'가 검찰 개혁 할 수 있는지 한 번 해보자?

프레시안 : 지난달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진행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지금 (검찰이) 자기들끼리 모여가지고 '대통령'이라고도 안 하고 '문 아무개'가(라고 하며), 민정수석도 아니고 '조국 XX'가 어디까지 저럴 수 있는지 한 번 해보자.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지금 검찰은 드러내놓고는 저항할 수 없는 상태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개혁에 저항할 것 같다.

최강욱 : 검찰 내부에 이런 저항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대다수 검사가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검사들의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첫째, 검사 스스로도 홍만표-진경준-우병우 등 해도 해도 너무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어디 가서 검사라고 말하기가 창피하다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검사들이 '민간인 불법 사찰'로 구속된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을 거론하며 '그래도 정권에 타격을 입히지 않았느냐?'며 으스댔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성과를 내세우며 스스로 잘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을 통해 검찰 문화가 일반적인 정서와 괴리되어 있다는 점도 새삼 확인했다.

둘째, 일명 '웰빙 검사'를 지향하는 검사가 늘었다. 초임 검사들, 주로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들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포기하는 것뿐이지 개인의 삶이 윤택하고 화려한 것은 아니다. 정치권력에 의탁해도 정권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신세가 바뀌는 것을 마주했다. 또 옷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해도 과거와 같은 비전이 없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젊었을 때부터 정치검사가 되고 싶어 했을지 모르지만, 요즘 검사들은 '어떻게 하면 내 삶이 보다 행복할까?'에 관심이 더 많다. 일부에서는 '수사권이 경찰에 이관되면, 야근도 하지 않고 편할 것이다'라는 말도 한다.

그럼에도 검찰의 이너 서클(Inner circle, 소수의 핵심 권력 집단)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또 이런 세력을 뒷받침하는 정치세력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검찰을 등에 업은 어두운 기득권이 도처에 널려 있고, 그들의 이익을 지키려 손을 잡을 것이기에"(221쪽), 검찰 개혁에 대한 지지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기득권 세력에게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팔짱을 낀 채 검찰 조사를 받고, 질문하는 기자에게 레이저를 쏘듯 노려보며 제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최강욱 변호사는 책에서 "(우병우가) 검찰 수뇌부에 사람을 보내 '절대 혼자 죽지 않겠다'며 압박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7쪽)고 전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 및 기득권 세력에게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중요하다. 우병우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국민들이 공분하지 않았나. 만약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다면,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판결을 기대해도 될까?

최강욱 : 의구심은 있지만, 법원의 판결에 기대하는 편이다.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관심이 변하지 않는 한 사법부도 큰 틀에서 나쁜 짓은 못할 것이다.

다만, 검찰 개혁이라는 큰 주제에 집중한 나머지 그늘을 틈타 준동(蠢動)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의 경우, 법원은 지난 6일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소멸시효가 완정돼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검사의 책임을 부정했다. 그리고는 검사의 청부로 문서 필적을 감정한 김 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분석 실장 개인에게 배상책임을 물었다. 검사가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며 혜택까지 받은 사건인데, 보조자인 하수인에게만 책임져라? 말이 안 된다. 법원과 검찰은 이렇게 일종의 동업자 의식, 즉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 사법부 적폐 청산과 관련해 '검찰 문제지, 그래도 법원은 다르지 않아?'라고 생각하면, 그 그늘을 틈타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다행히 사법부도 주권자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지난 겨우내 국민들이 촛불을 들지 않았다면, 과연 특검이 지금과 같은 수사 성과를 냈을까? 국회가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을까?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현직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을까? 또 법원이 지난해 12월 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정주 NXC 대표 간 관계에 대해 '지음지교(知音之交)'라는 사자성어를 써가며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이를 뒤집고 뇌물죄를 인정하며 징역 4년에서 징역 7년으로 상향 조정했을까?

"검찰이 권력의 개라면, 경찰은 그보다도 못한 개"


프레시안 : 현재 경찰 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서 '인권친화적 경찰 개혁'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경찰 역시 '인권 경찰'로 거듭나겠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한 이철성 경찰청장 하에서 경찰이 과연 바뀔까?

최강욱 : 경찰 개혁위원회 첫날, 이철성 청장도 있는 자리에서 "검찰을 비판했기 때문에 경찰에 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개혁위 위원으로 위촉했다면 오산"이라며 "검찰이 권력의 개라면, 경찰은 그보다도 못한 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여전히 국가주의자를 양산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가와 국민이 세금으로 파시스트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개혁위 위원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경찰청장을 앞에 놓고 파시스트 운운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경찰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역할이나 권한을 이야기 대신 '인권친화적 경찰 개혁'을 먼저 주문한 것이라고 본다. 경찰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닌, 권력자의 도구이자 개라는 생각에 못 믿는 것 아닌가. 지금 경찰이 '친일 경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 사망 265일 만에 사과했다. 하지만 경찰개혁위원회 출범에 맞춘 보여 주기이자, 원격 사과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연합뉴스
경찰도 현재 절박하다. 경찰 입장에서는 수사권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개혁위 제안에 저항하지 않고 일단 순응하자는 분위기다.

프레시안 : 국민 입장에서는 검찰이나 경찰이나 미덥지 못하지만, 엄연히 다른 조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나.

최강욱 : 대한민국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조직이라면, 대한민국 경찰은 세계적으로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특이한 조직이다. 또 인성이 나쁜 검사만 뽑아서 검찰이 망가진 게 아니듯 경찰도 무능한 사람만 뽑았기 때문에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두 조직의 차이라고 하면, 검찰은 어떤 사건에 배치되었느냐에 따라 서열이 나뉘지만 경찰은 계급이 확실한 조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경찰은 인사 문제에 취약하다. 그럼에도 두 조직 모두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다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경찰은 검찰의 잘못된 행태가 무엇인지 파악한 뒤 '검찰처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수사권이 조정돼 경찰이 권한을 행사하더라도 검찰처럼 남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최소한 검사가 경찰의 비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공수처에서도 경찰 수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수사 권한을 견제하고 분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경찰도 권력기관인데 수사권이 생기면 더 큰 괴물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수 있다. 그래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 자치경찰의 구체화와 제도화, 경찰위원회 등을 통한 민주적 통제장치 마련 등이 필수"(220쪽)라고 생각한다.

최강욱 변호사 인터뷰, 下편이 곧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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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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