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지지율 30%선 붕괴…퇴진론 본격화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에 아베 "내가 지시한 것 없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지율 하락에 주 원인인 이른바 '사학 스캔들'과 관련해 본인은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당인 자민당이 도쿄 도의회 선거에 이어 센다이 시장 선거에서도 패하면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4일 아베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과 관련, 본인과 친구인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이사장과 연관이 있었는지에 대해 "그가 나의 지위와 입장을 이용하여 무엇을 이루겠다고 한 것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가케 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52년 동안 수의학과 신설을 허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베 정부가 '국가전략특구' 제도를 이용해 가케 학원에 대해서만 이례적으로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했다는 점을 비롯해 관련된 문건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면서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날 "개별 안건에 대해 내가 지시한 것은 전혀 없다"며 부당한 압력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해당 학원에 편의를 제공하도록 측근들에게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내 친구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의심의 눈이 (나를)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관점이 결여돼 있었다"며 그동안 해명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일일이 설명을 하면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마모토 고조(山本幸三) 지방창생(활성화)담당상 역시 이날 특구 선정과 관련 "내가 진두지휘했고 판단했다. 총리의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특구 워킹 그룹의 좌장을 맡고 있는 핫타 타츠오(八田達夫) 오사카대학교 명예교수도 "총리가 특정 사업자를 우대해달라고 한 일은 일절 없었다"고 말했다.

도쿄도의회 이어 센다이 시장 선거에서도 패한 아베

가케 학원의 수의학과 설립과 관련, 아베 총리와 관계자들이 뒤늦게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민심은 아베 총리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도쿄 도의회 선거에 이어 센다이(仙台) 시장 선거에서도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패했기 때문아다.

24일 일본 주요 언론들은 센다이 시장 선거에서 민진당을 비롯해 야당의 지원을 받은 무소속의 고리 가즈코(郡和子) 후보가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지지를 받은 스가와라 히로노리(菅原裕典)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은 지난 2일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끌고 있는 도민퍼스트(우선)회에 참패한 바 있다. 당시 선거는 고이케 지사의 높은 인기로 인해 진 것이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야당 연합에 무릎을 꿇은 셈이 돼버렸기 때문에 민심이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 급락도 이같은 민심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10일 18세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통신>의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9.9%로 집계돼, 언론사가 주관한 여론조사 최초로 30%대가 붕괴되기도 했다.

또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22~23일 일본의 18세 이상 10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26%의 지지율을 기록, 한 달 전보다 10% 포인트가 급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1~23일 TV도쿄와 함께 일본 전국 18세 이상 106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39%로 집계됐다. 다른 기관의 조사에 비해 높은 지지율이 나왔지만, 지난달 이 조사에서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49% 였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하락세는 분명해 보인다.

신문은 39%의 지지율이 2차 아베 내각에 대한 조사결과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며, 지난 2015년 안보 관련 법제가 중의원을 통과했을 때 지지율이 38%였다고 전했다.

또 2015년 당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응답이 41%, '인격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4% 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인격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4%에 달해, 아베 총리의 사학 스캔들이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과 관련, 아베 총리와 정부의 설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답한 사람은 77%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낮은 지지율은 아베 총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헌법 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을 임시 국회에서 자민당의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것과 관련, 응답자의 47%가 반대 의사를 밝혀, 찬성 37%에 비해 10% 포인트나 높았다.

이처럼 사학 스캔들로 직격탄을 맞은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내년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자민당 내에서도 아베 퇴진론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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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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