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임대인이 임차인을 합법적으로 내쫓아, 그들의 것인 권리금을 약탈하고 있다. 임대인의 재산 증식 도구로써 사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대중이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필자가 택한 글쓰기 전략은 '역접근'이다. 현장에서 임대인이 부동산 법률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아 임차인을 내쫓는 것처럼, 본 연재 안에서의 '나'는, 임대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컨설턴트가 되어 '합법적으로 임차인을 내쫓는 방안'에 대해 조언한다. 이를 통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반증하고자 한다.
오늘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의 두 번째 허점을 살펴봅니다. 바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의 후단입니다.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①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밑줄 그은 '다만,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에 주목해주세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의 각 호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의 사항에 해당할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의 기간에도,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는 걸 방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1.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2.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3.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4.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轉貸)한 경우
5. 임차인이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6.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7.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나.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8.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역시 밑줄 그은 조항을 살펴봅시다. 먼저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입니다. 해당 사유는 6화에서 살펴보았습니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 세입자 내쫓고 싶나요? 3개월만 '잠수' 타면 됩니다)
과거에 사람 좋게 굴었다면, 이젠 좀 영리하게 구셔도 된다는 취지의 조언을 드렸던 것도 기억하시죠? 자, 그러니까 여러분은 이제 임차인에게로 가서 이렇게 말하세요.
"예전 월세 연체를 이유로 다음 계약 갱신은 거절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이면 됩니다.
"아차! 월세를 3기 연체한 기록 있는 임차인의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 받지 못하는 거 알고 계시죠?"
한편, 두 번째 밑줄 그은 조항, 즉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 허점 중에 백미입니다.
이 조항은 2013년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새롭게 생겨난 것입니다. 해당 문구의 삽입 까닭(개정 이유)에 대하여 법률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철거 또는 재건축의 사유를 세분화 (…) 상가 임차인의 보호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임."
여튼 이 조항에 의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재건축 계획을 사전 고지하는 것으로, 자신의 상가건물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차인은 그것을 사전(계약 체결 당시)에 고지받기 때문에, 불의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지요. 요컨대 본 조문은 임차인만을 두둔하기 위한 것만이 아닌,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을 조금씩 배려한 문장인 겁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 문구는, 2015년 권리금이 법제화되면서 '엄청난 구멍'으로 전락합니다. 이 조항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과 모순을 이루게 되었거든요. 가령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종료 전 3개월 내의 기간에 새로운 임차인을 데려와도, 임대인은 그 새로운 임차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함으로써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건물을 1년 뒤에 재건축할 계획입니다. 1년만 장사해도 괜찮다면 계약하시지요."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곧 재건축할 계획'이라는 임대인의 말은, 새로운 임차인에게는 '불의의 피해를 예방해주기 위한 임대인 나름의 선의의 조치'입니다. 또한 임차인 보호라는 명분으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조항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존 임차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러한 행위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방해하려는 임대인의 야비한 꼼수로 읽힙니다. 물론 사람 속을 뒤집어서 상대의 의중을 증거할 방도는 없으니, 기존 임차인은 임대인의 재건축 예정 선언에 감히 무어라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가요? 권리금 빼앗기 참 쉽죠?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