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에 구름다리? 대구시, 뭣이 중헌지 모른다

[함께 사는 길] 생태계 보고에 인공 '랜드마크' 짓는 게 자랑할 일인가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명산 팔공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대구시가 팔공산에 국내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를 짓겠다며 내세운 명분이다. 대구시가 계획 중인 팔공산 구름다리는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부에서 동봉 방향으로 낙타봉 인근 전망대를 잇는 폭 2미터(m), 길이 230미터의 대형 구조물이다. 대구시는 대구관광 종합발전계획의 선도사업으로 팔공산 체험형 관광지를 개발해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완료했고, 올해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에 착공에 들어가 2019년 초에 완공할 계획이다. 국비와 시비 각각 70억 원씩, 총 140억 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다.

팔공산에 구름다리만 생기면,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대구에 관광객이 넘쳐나게 될까? 설령 그렇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산 한가운데 '뚝딱뚝딱' 인공 구조물을 세워도 되는 걸까? 이 모든 과정이 공론화 없이 후딱 진행되어도 되는 걸까?

▲ 대구 팔공산. ⓒ대구환경운동연합

'구름다리' 환경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해

대구를 북동쪽에서 감싸고 있는 팔공산은 해발 1192미터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봉과 서봉이 날개를 펼친 듯 이어져 있다. 총면적은 여의도 면적(2.9㎢)의 43배에 달하는 126.852제곱킬로미터(㎢)로 대구 동구와 영천시, 경산시, 칠곡군, 군위군 등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팔공산은 이미 2014년 국립공원연구원의 자연자원조사를 통해 생태계의 보고임이 확인됐다. 수달, 담비,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 12종을 비롯해 원앙,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11종과 가야물봉선, 고려엉겅퀴, 꼬리치레도롱뇽 등 한국고유종 61종을 포함한 4739종의 생물 종이 팔공산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다른 도시형 국립공원인 북한산, 계룡산, 무등산이 2900여 종, 3300여 종, 3600여 종인 것에 비하면 팔공산의 생물자원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가늠할 수 있다. 팔공산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해 보면 연간 이용가치가 389억 원, 보존가치는 2110억 원이며 총자산 가치는 5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팔공산에 국내 최장 구름다리를 짓는다는 게 과연 자랑할 만한 일일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게 긴 인공조형물을 산에 건설한 적이 없다.

특히 팔공산 능선 쪽은 다양한 야생동식물의 서식처로서 생태적으로 민감한 구간인데 이런 곳에 교각을 세워 구름다리를 놓는다는 것은 비단 나무 수백여 그루를 벌목하는 문제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기암괴석이 발달된 산 정상부의 경관미를 훼손하는 것을 물론이고, 야생동물의 서식환경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은 '구름다리와 같은 거대한 인공조형물을 설치하게 되면 생태계 교란과 서식지 파괴가 가속화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종원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도 '사전 정밀조사도 없이 환경영향평가 수준에서 새로운 시설을 합법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는 식민지 점령군이 하는 짓'이라 비판하며, '훼손된 생태계의 영역이 크게 확장되면서 회복 불가능한 서식처 유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대구 팔공산. ⓒ대구환경운동연합

'구름다리' 경제 효과는 불분명해

과연 구름다리만 지으면 팔공산에 관광객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까? 한 마디로 뜬구름 잡는 소리다. 팔공산 구름다리로 인한 관광객 수요 예측이 엉터리라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다.

대구시 투자심사위원회 회의자료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동화사 145만 명, 케이블카 32만 명인 관광객이 구름다리 공사 완공 후인 2020년에 400만 명, 2021년에는 5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에 대해 대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동화사나 케이블카가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박 사업이라는 것인데, 이 같은 수치는 국내 주요 구름(출렁)다리 현황과 언론에 보도된 일부 시설의 관광객 유치 효과를 참고자료로 제시하였을 뿐, 정작 수요 예측의 객관적인 근거는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팔공산 구름다리의 경우 다른 지역의 구름다리와 달리 기존의 케이블카 노선을 연장한 것에 불과해 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기본계획 자료를 보면 케이블카 방문객 수가 연평균 5퍼센트 증가한다고 가정하고, 2020년 구름다리 전망대 개장 시 20퍼센트 증가할 것을 적용해 케이블카 방문객을 39만652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6년의 케이블카 방문객 32만1390명에서 6만9262명이 증가하는 것이다. 전체 팔공산 방문객에 비하면 그 효과가 보잘것없는 수준인 것이다. 140억 원이라는 공적 자금을 들여서 케이블카 이용자를 일부 늘리는 데 그치고, 결국 큰 효과 없이 케이블카 사업자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구 경실련은 '구름다리만으로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12시간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그 정도로 체류시간을 늘리려면 '새로운 시설이 더 필요하고, 낙타봉 일대가 마구잡이로 개발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팔공산 구름다리는 '외부관광객 집객(集客), 체류시간 증가, 팔공산 일대 활성화 등의 경제적 효과가 거의 없는 예산 낭비성 토목사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대구시

팔공산 구름다리 꼭 지어야만 하는가

1500년 넘는 세월 동안 쌓아온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스토리텔링이 인공 구조물을 세워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보다 더 절실할 순 없는 걸까?

팔공산은 생태적 가치만 높은 것이 아니라 문화, 역사, 종교적 가치도 뛰어난 곳이다.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국보 제14호)과 삼존석굴(국보 제109호) 등 국보 2점과 갓바위(관봉 석조약사여래좌상, 보물 제431호) 등 보물 29점을 비롯해 지정·비지정 문화재가 165점이나 된다. 토목공사 벌여서 멀쩡한 생태계를 훼손하지 말고 넘쳐나는 관광자원을 어떻게 콘텐츠로 풀어낼지, 더 고민할 수는 없을까?

구름다리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대구시는 끊임없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한다. '훼손'과 '최소화'라는 낱말이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고 환경 파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닌데도 마치 면죄부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형식적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사업이 뒤집어진 사례가 얼마나 있던가? 자연 앞에 이 형용 모순의 문장을 들이미는 인간의 뻔뻔함이 너무 부끄럽다.

정말 인간에게 필요하다면 최소화해서라도 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팔공산 구름다리가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시설인지부터 다시 제대로 묻고 따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구름다리를 짓는다면서 어떻게 제대로 된 경제성 검토나 정밀한 생태 조사도 없이 혈세 140억 원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만큼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한 번 지으면 되돌릴 수 없는 구름다리를 짓기보다 이미 생태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우수한 팔공산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훼손된 곳은 또 어떻게 복원하고, 야생동식물 주요 서식지를 어떻게 보호할지, 체계적인 관리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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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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