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했던 우리의 촛불행동은 혹한의 어둠과 거짓 속에서도 기어코 독재자를 물리치고 새로운 민주 정부 수립을 성취해냈다.
참으로 세계의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장엄한 평화 대행진이었고 장정(長征)이었다. 이 위대한 과제를 이뤄낸 '퇴진행동'은 지금 각자 모두 오랜 만에 자신의 삶터와 일터로 돌아가 지친 마음과 몸을 추스르고 소속된 조직도 다시 정비하는 시기이리라.
국민주권주의의 제도화를 위해
우리 주변에서는 여전히 국민을 기껏해야 동원 대상이나 정권의 박수 부대로만 치부하는 사고방식이 적지 않다. "위민(爲民)보다 여민(與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서 여민(與民)이 그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반드시 구체성과 제도화가 수반돼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는 단지 미사여구의 성찬으로 그쳐서는 결코 안 되며,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구체적으로 제도화돼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은 당연히 검찰인사를 비롯해 사법행정, 환경영향평가, 관료개혁, 방송개혁 등 국가의 모든 분야에 참여하고 감시하고 개입해야 하며, 이것이 법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필자는 그 동안 기회만 있으면 국회 청원실 제도의 활성화를 주창해왔다. 하지만 지금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정작 국민이 직접 호소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국회법에서 정한 상임위원회의 직무에는 의안처리와 함께 국민들의 청원 심사 또한 명시해 놓고 있지만, 19대 국회 들어 청원심사소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상임위가 대다수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국회"가 단지 국회 정문을 개방하고 국민들에게 국회를 관람하도록 하는 차원이 돼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국회 청원실을 국민에게 완전히 개방해 국민의 뜻을 오롯이 국회에 반영하는 것은 국민주권의 시대에 부합하는 국회의 중요한 임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국회가 온라인 청원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해 100만 명 이상의 서명을 얻은 청원을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 심의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방안이다.
지금의 국회 구조로는 어떠한 개혁도 불가능하다
현재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5분의 3인 180명의 의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후에도 상임위에서 18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되고, 법사위에서 9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본회의에 회부된 뒤에도 60일 이내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으면 차기 첫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결국 신속처리안건이 최초로 지정된 후 본회의 표결까지는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이렇게 거의 1년이나 소요되니 전혀 '신속'하지 못하고, 사실상 유야무야, 불가능하게 된다. 당연히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법안이 통과된 사례는 전혀 없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도 80%의 국민들이 열렬히 찬성했던 특검 연장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채 무산됐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내년에는 개헌이 예정돼 있는데, 개헌을 위해서는 최소한 200명의 의원이 확보돼야 한다.
선거법 개정도 지금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선거법을 개정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자유한국당만 해도 107명의 소속 의원이 있다. 어떤 사안도 막아낼 수 있는 숫자다.
이러한 국회에서 그 어떤 개혁도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국회를 개혁에 동참하도록 하는, 예를 들어 '국민주권 실현과 적폐청산을 위한 국회 개혁 시민행동' 등의 운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2의 촛불행동이 있지 않는 한,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시 깃발을 들어 2기 촛불행동에 나설 때다.
국민주권의 시대, 국민이 나라를 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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