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산가족 상봉부터 시작하라

[한반도 브리핑] 대통령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과업을 안은 대통령의 취임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1987년 출범하여 30년의 수명을 다한 6공화국을 마무리하고 새 공화국을 준비하는 막중한 시대적 소명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다.

국내적으로는 국정농단 사태로 헌정질서가 중단된 초유의 사태를 수습하고 새로운 헌법 질서를 재건하는 일에 국민합의를 모아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뉴노멀(New Normal)의 등장과 4차 산업혁명의 대두라는 인류문명사적 환경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외교‧안보 측면의 당면 과제로는 전임 정부가 남긴 주변국과의 파행적 갈등관계를 전향적으로 해소하여 한반도 안보위기의 고질적인 악순환을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 공고하고 합리적인 한미동맹을 기초로 남북관계의 새 국면을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는 글자 그대로 역사적인 전환기에 출범한다는 것이 과장이 아닐 것이다. 나라를 새로 만드는 과업에 비견할 만큼 막중한 소명이 있다고 할 것이다.

꺼져가는 평화통일의 불씨를 새로 살리는 일조차도 국정의 우선순위에 들까 말까 할 정도로 새 정부는 할 일이 중차대하고 너무나 많다. 새 정부가 국정 우선순위를 잘 세우지 않으면 과제에 압도되어 갈팡질팡할 지도 모를 지경이다.

이렇게 막중한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중에는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에게만 해결할 기회가 마지막으로 주어진 오래된 숙제가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남북 이산가족 문제는 당사자의 고령화로 인해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이산가족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마지막 대통령

남북 이산가족의 60%가 80세를 넘은 고령이다. 우리의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이산가족 문제를 푸는데 주어진 시간은 이번 대통령 임기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과거 대통령들도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비중있게 다루었고 남북관계의 현안과 연계하지 않고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남북관계의 정치 상황과 분리해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추진한다고 했고,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7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의 남북 자유 왕래와 전면적인 서신 교환을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북핵문제와 정치적 현안에 밀리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

특히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시 하면서 대북 제재와 압박에 몰입하면서부터 이산가족 문제도 다른 남북 교류협력 사업들처럼 후순위로 미뤄졌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지난 수년간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언제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제의했다. 한 두 번의 상봉이 성사되기는 했지만 남북관계의 현안문제와 연계함으로써 이어지지 못했다.

남북이산가족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국제제재의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북한인권문제와 관련된 유엔결의가 권고하고 있는 사항이다.

새 정부는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 노력을 배가하면서도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인도적 현안은 북핵문제 등 정치현안과 연계하지 않고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다시금 확실하게 해야 한다.

이산가족 사업, 대북정책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라

정부가 국정과 대북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역사적 소임을 이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숙제가 너무 많이 밀려있고 새로운 도전은 압도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산가족 문제가 북핵 문제 등 정치적 현안과 분리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정부가 받아들인다면, 지금같이 정부가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은 상황에서 이산가족 사업은 정부가 직접 수행하지 않고 대한적십자사 같은 권위있는 기구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어차피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 인도적 사업은 쌍방의 적십자 기구가 수행 책임을 지도록 위임된 상태이다.

정부는 북핵 문제와 평화 문제에 전념하고 이산가족 문제는 적십자가 전념하도록 하여, 고령 이산가족들에게 얼마남지 않은 시간안에 이 문제를 가능한 최선을 다해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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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빈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는 지난 1986년 통일부에 입부한 이후 20여 년 동안 남북관계 현장을 지켜왔습니다. 고 이사는 개성공단지원단장과 정책홍보본부장, 하나원장 등 통일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사)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을 지냈습니다. 현재는 평화재단과 (사)한반도평화포럼 등에서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한 연구‧자문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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