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두어 달 전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이미 예측했었다.
"지금 사드 배치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한미 간 역학관계상 그리고 관행상 이 주장을 믿기 어렵다. 실제로 전에 주한미군의 평택이전 사업에서도 한국 국방부는 이전 비용의 절반만 한국 측이 부담한다고 했지만,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93% 이상의 엄청난 비용을 한국 측이 부담했다는 주한 미국 대사관의 비밀전문을 공개한 바 있었다" -사드, 중국을 적으로 만들고 우리는 생존할 수 있을까? 2017.2.6일자 <프레시안>
한국 사회의 "최고의 갑", 진정으로 "견제받지 않은 세력" 미국
한국 사회에서 미국과 주한미군은 그야말로 '최고의 갑'이고, 진정으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다. 용산 미군기지 지하수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허용 기준치의 162배까지 검출되었다. 하지만 이 사실조차 환경부가 조사해놓고도 그간 "미국과 외교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쉬쉬해왔다.
또 환경부는 이번 성주 시드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사드 기지 설치가 예정된 성주골프장이 이미 미국에 공여됐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서 나타난 성조기의 물결과 같은 광경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일들은 언필칭 '자주국가'라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지금 한국 내에 사드 찬반이 팽팽한, 그리해 누구나 인정하는 대단히 예민한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 측 인사들이 백악관 주위에서 얼마나 사드 배치를 구걸했으면, 트럼프가 사드 비용을 한국이 내라는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했겠는가?
"이게 나라냐!"는 탄식은 비단 박근혜 국정 농단만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사대적'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로 조상들에게 송구스럽고 후손들에게도 머리를 들 수 없는 참담한 지경이다. 트럼프가 사드 비용을 내라고 큰소리친 이 날은 한 마디로 '국방 국치일'이다.
왜 한국은 이토록 미국을 '숭배'하는 나라가 되었을까?
돌이켜보면, 지난 1980년대 우리 사회에서는 반미의 물결이 대단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세계에서 가장 미국을 '존중'하고 두려워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1997년 발생한 'IMF 금융위기'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 전 국민들이 위축된 가운데 미국이라는 강력한 힘에 대하여 일종의 '경외감'이 증대되었고, 이와 동시에 전개된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 중산층까지 광범하게 퍼진 미국 조기유학으로 상징되는, 그리해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미국 유학을 경험하게 되었던, 우리 사회의 전일적인 '미국화' 현상이 그 배경으로 작동되었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사실 경수로 건설을 포함한 1994년의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단기간에 붕괴할 것으로 '잘못' 예측하고 맺어진 것이었으며, 오바마 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도 기본적으로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무능하고 무대책의 그리고 '착오의' 정책이었다. 미국의 힘을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고, 미국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비록 지금 단기적으로 대외 의존적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 한국은 기본적으로 민족 자존감이 대단히 강한 나라이다. 만약 트럼프의 언행처럼 한국민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미국의 언행이 계속된다면, 지난 80년대와 같은 커다란 반미의 물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하여 자주적 외교를 펼쳐야
국제 관계에서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敵)도 없다. 이를테면, 결코 화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미국에게조차 손을 내밀어 '연합'하여, 전에 같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의 해양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베트남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베트남은 또 중국과 인도라는 양대 지역 강대국의 대립 국면을 교묘하게 활용함으로써 자국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한반도는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 간에서 스스로의 몸값을 얼마든지 제고시킬 수 있는 절호의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바로 지금의 국제정세야말로 자주적인 외교의 전개로써 미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에 대하여 우리의 지정학적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시기이다.
반대로 일방에 스스로 경사(傾斜)하게 되면, 도리어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2015년 박근혜가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열병식에 참석해야 할 것인가의 논란이 일어날 때, 한 기자가 필자의 견해를 물어왔다. 필자는 만약 열병식에 참석하게 되면 마치 '시계추'처럼 어느 일방(중국)으로 크게 경사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반드시 다른 일방, 즉 미국으로도 다시 크게 경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열병식 참석에 반대한다고 대답한 바 있었다.
박근혜는 불행히도 시계추처럼 크게 흔들리다가 결국 파탄 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후과는 계속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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