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왕이 만난 날, 북한은 로켓 엔진 실험…왜 지금?

미국과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 실제 기술적으로 발전했을수도

북한이 신형 로켓 엔진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히면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 날짜에 맞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공개된 엔진이 기존과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제 ICBM 시험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9일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신형 고출력 로켓 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새형의 대출력 발동기 지상 분출 시험은 연소실의 추진력 특성과 터빈 펌프 장치, 조절 계통, 각종 변들의 동작 정확성, 구조적 안정성을 비롯한 대출력 발동기의 전반적인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은 "시험 결과 국방과학자, 기술자들이 자체의 힘과 기술에 의거하여 완전히 우리 식으로 설계‧제작한 새형의 대출력 발동기의 시동 및 차단 특성, 발동기 동작 전 과정에서 연소실의 추진력 특성과 터빈 펌프 장치, 조절 계통들을 비롯한 모든 계통들의 기술적 지표들이 예정값에 정확히 도달하여 안정하게 유지되었으며 구조적 믿음성도 충분히 보장 된다는 것이 확증되었다"며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신은 "로켓 공업의 새로운 탄생을 선포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대사변"이라며 "로켓 공업 발전에서 대비약을 이룩한 '3.18혁명'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자평했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18일 신형 로켓 엔진 실험을 참관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북한이 이번 시험과 관련해 대대적으로 신형 엔진의 성능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선전했지만, 지난해 로켓 엔진 시험은 이미 3번이나 시행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고체 로켓 엔진, 4월에는 ICBM의 대출력 엔진, 또 지난 9월에는 신형 정지 위성 운반 로켓용 엔진을 시험했다.

당시 북한은 시험을 할 때마다 엔진의 자세한 제원까지 설명했으나 이번에는 시험의 대략적인 내용만 소개했다. 또 이번에 진행한 로켓의 엔진이 미사일용인지 위성 발사용인지도 명확히 표현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모호성' 전략으로 미국과 중국에 모종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틸러슨 장관과 왕이 부장의 회담 날짜에 맞춰 로켓의 엔진 시험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ICBM 발사가 임박했음을 은연중에 내비치면서 현재 자국에 가하고 있는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엔진이 기존에 노출됐던 엔진과는 다른 엔진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ICBM의 1단 추진체가 완성 단계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이번 시험 엔진의 화염 크기 및 길이로 보아 액체 연료의 종류가 좀 더 효율이 좋은 것으로 바뀌었을 수 있고 엔진의 효율이 더 증가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보조 엔진"이라며 "지난해 9월과 달리 보조 엔진이 3~4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로켓의 주 엔진 여러 개를 묶으면 출력을 올릴 수 있지만, 그만큼 신뢰성은 떨어진다. 가능하면 큰 엔진 하나로 발사하는 것이 좋은데, 주엔진 여러 개를 묶지 않아도 보조엔진을 여러개 배치하면 주 엔진 하나만 가지고도 발사가 가능하다.

그는 "보조 엔진을 여러 개 사용할 수 있다면 주 엔진을 굳이 묶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는 그 자체로 기술적인 발전"이라며 "결국 오늘 시험한 것이 단순 엔진이 아니라 보조 엔진까지 포함된 1단 추진체 전체 속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는 ICBM 1단 추진체의 완성 단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북한이 "곧 1단 추진체의 실제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적으로 봤을 때 없던 것을 갑자기 계획하기는 어렵다.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아마 지난 9월 이후 대략 6개월 정도의 일정으로 개발 및 준비해 온 것일 수 있다"며 "시험 날짜를 정하는 것과 발표 내용의 수위를 보면 정치적 의도도 일부 있다고 보여지지만, 전적으로 이러한 의도만 있다고 보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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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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