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사드, 마지막 카드가 남아있다"

"중국이 물러설 거란 판단은 틀렸다"

정부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체계를 전격적으로 도입해 중국의 보복 조치가 거칠어지는 가운데,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미국한테도 명분을 살려주고 중국한테도 명분을 살려줘야 된다"며 외교적 해법을 제안했다.

송 전 장관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드 문제는 "중국과 미국의 거대한 세력 싸움"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드는) 미국이 대중 견제의 틀에서 추진되는 미사일 방어망(MD)의 한 부분"이라며 "(미국은) 배치 명분이 축적된 것으로 판단을 한 것 같다. 사드 배치는 철회를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게는 사드 배치에 차질이 생기면 중국에 밀린다는 굉장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대만, 필리핀,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도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송 전 장관은 "중국도 만약 사드 배치를 그대로 용인하고 대응조치를 하지 않으면 미국에 목이 졸린 상태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며 "중국이 그냥 물러나서 평시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지금 판단이 틀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자기 집 대문 앞에 CCTV를 놓는 것으로 생각을 한다"며 "중국은 (사드를) 한국과의 문제로 보는 게 아니라 미국과의 문제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송 전 장관은 "마지막 카드가 완전히 던져진 건 아니다"면서 "한국, 미국, 북한 중국 넷이 모여서 풀어나가는 틀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특히 "사드 배치 결정 자체는 그대로 두되 중국이 사드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엑스밴드 레이더는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으니 현장에 배치하는 시간을 좀 조정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사드의 사격통제레이더(AN/TPY-2)의 3월 중 반입을 추진하고 있다.

적어도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드 레이더 반입을 늦추는 조치를 취한 뒤에 중국에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미사일 실험 안 하겠다는 선언 정도는 중국이 받아내라. 그러면 우리가 그다음 건설적인 조치를, 선순환 조치를 하겠다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송 전 장관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북한은)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군사훈련도 조정해야 우리도 핵 개발 안 하고 잘 살 수 있다고 얘기한다"며 "미국이 갖고 있는 카드를 한국이 동원해서 북한의 핵 개발을 중지시키도록 해야 한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외교안보적 협상 노력도 당부했다.

송 전 장관은 한편 사드 이슈에 대한 야권 대선후보들의 태도를 비판하며 "선거를 앞두고 표를 계산해서 그런지 이미 배치된 결정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가 다음 정부에 넘기라고 했다가 아주 모순되는 입장"이라면서 "방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 체계의 도입 이후에도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한 발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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