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탄핵, LED로 탈핵

[함께 사는 길] LED 보급률 70%되면, 신고리 5·6호기 짓지 않아도 된다

바야흐로 빛의 시대다.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켜 든 촛불이 대한민국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다. 물리적인 차원에서도 우리는 빛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해 지고 난 뒤의 어둠을 밝히는 빛, 조명에 대한 이야기다.

횃불에서 LED까지

아주 먼 옛날, 밤은 인류에게 공포였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생명을 노리는 야수들의 위협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딱했으면 프로메테우스는 신들 모르게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했을까. 인류 최초의 불은 그저 타오르던 나뭇가지였을 것이다. 빛보다 열이 더 강한 목탄에서 시작된 인류의 불빛은 벌꿀을 채취해 남은 찌꺼기로 만든 양초의 불빛으로 발전했고 이어 동백기름, 돼지기름, 고래기름 등의 유지를 종지나 등잔에 붓고 심지를 꽂아 태운 빛을 만들었다.

더 오래 더 밝게 빛나는 빛을 만들기 위한 인류의 노력과 도전은 계속됐다. 기름을 태워 빛을 만드는 시대는 1879년에 끝났다. '99퍼센트의 노력과 1퍼센트의 재능'으로 만들었다는 에디슨의 전구, 백열등이 등장한 것이다. 유리구 안에 필라멘트라는 선을 양쪽으로 연결한 백열등은 전류가 흐르면 빨갛게 열이 생기면서 밝은 빛이 만들어졌다. 필라멘트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물질로 만들어졌는데 전류가 필라멘트에 다다르면 흐름의 방해를 받은 원자들이 충돌해 열과 빛을 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백열등에 열광했다. 빛을 내기 위해 연료를 채울 필요도 없고, 그을음도 없고 바람 불어도 꺼지지 않으며, 다른 곳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날 위험도 없었다. 독일의 한 역사학자는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발견한 이후 인류는 두 번째 불을 발견한 것이다. 인류는 이제 어둠에서 벗어났다"고 극찬했다.

백열등의 본격적인 생산과 함께 전구를 밝히기 위한 전력 역시 필요했다. 에디슨은 1882년 뉴욕에 세계 최초의 상업 화력발전소를 건설했다. 이때부터 전구와 발전소의 질긴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완벽한 빛이라고 생각했던 백열등은 시간이 흐르자 여러 문제들이 발견됐다. 특히나 에너지 효율 면에 있어서 백열전구는 꽝이었다. 전력을 100 투입하면 90~95는 열로 날아가고 5~10만 빛에너지로 사용이 가능했다. 낭비적인 빛이 아닐 수 없었다.

더 효율적인 빛에 대한 추구 끝에 형광등이 등장했다. 형광등은 방전의 원리를 이용한다. 진공 유리관에 빛을 낼 수 있는 가스를 집어넣고 전류를 흐르게 하면 전자와 충돌한 가스 원자가 자외선을 방출하는데 이 자외선이 유리관 안쪽의 형광물질과 반응하여 가시광선을 내게 되는 원리다. 형광등은 백열전구보다 더 오래가고 에너지 효율면에서도 높았다. 형광등은 빠른 속도로 백열전구를 몰아냈다.

열광은 잠시, 형광등의 문제도 곧 드러났다. 형광등 속의 필수물질 수은이 문제였다. 수은은 형광등이 깨지거나 수명이 다해 꺼져도 사라지지 않고 폐기 이후에 자연계로 흘러들어갔다. 수은은 생물 농축되는 중금속이었던 것이다. 빛을 얻기 위해 사람과 자연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형광등을 대체할 다른 빛이 필요했다.

인류는 또 다른 빛을 만들어냈다. LED다! LED는 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의 약자다. 발광다이오드는 전류의 흐름을 그대로 빛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이전의 백열전구나 형광등에 비해 훨씬 더 적은 전력으로도 훨씬 더 밝은 빛을 내는 에너지 효율적인 빛이 발명된 것이다. 에너지 효율성은 내구성의 강화도 가져왔다. LED의 수명은 이전의 빛들보다 길다. 램프 기준으로 백열전구는 1000시간, 형광등은 5000~1만5000시간인데 비해 LED는 2만5000시간이나 된다.

▲ 사진 왼쪽은 LED로 된 촛불, 오른쪽은 LED 조명. ⓒ함께사는길

그깟 조명? 원전 3기 대체!

그깟 조명 하나가 에너지 효율이 높아봤자 뭐 어떻다는 건가? 그리 얕볼 일이 아니다. 에너지공단이 발표한 한 보고서(조명기기 이용현황 조사 및 보급기준 연구결과보고서, 2014)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243억 개의 조명이 사용되고 있고 조명 전력의 소비량은 2조 킬로와트시가 넘는다고 추정하고 있다. 빛을 내기 위한 전력의 생산 과정에서만 이산화탄소 17억 톤이 배출된다. 게다가 인류의 조명 사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 2020년에는 278억 개로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뭐든 지구촌 평균을 넘는 우리나라의 소비 증가는 조명에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공단의 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총 9억3586만 개의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 건물(상업) 부문이 전체 대비 57.9퍼센트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고 가정이 29.3퍼센트, 산업부문이 12.8퍼센트를 사용한다. 조명의 소비 전력은 8404만9199메가와트아워(MWh)로 우리나라 총전력사용량의 17.69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함께사는길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조명은 아직도 형광등이다. 조명 10개 중 7개가 형광등이다. 반면 LED는 16퍼센트에 불과하다. 일반 가정의 LED 사용율은 더 낮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조명은 컴팩트 형광등인데 60.9퍼센트를 차지한다. LED는 2.6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가정에서 36와트짜리 콤팩트 형광등을 26와트짜리 LED로 교체할 경우 같은 밝기를 내면서도 전력은 덜 소모된다. 교체 1년차에 15.6킬로와트아워(kwh), 2년차에 18.9kwh, 7년차에 27.5kwh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교체 조명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절감량 또한 더 커지고 내야 할 요금도 줄 것이다.

가정을 넘어 우리나라 LED 조명 보급률이 60퍼센트에 달하면 1만6158.8기가와트아워(GWh)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정부는 추정한다. 이는 1000메가와트(MW)급 원전 2.2기가 생산해내는 양이다. 월성1호기는 30년의 수명을 다 채우고도 억지 연장으로 가동 중인데, 그것도 모자라 연이은 지진 발생에도 위험한 가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 월성1호기의 발전용량이 679MW다. 만약 LED 보급률이 70퍼센트에 이르면 연간 전력 절감량은 2만4669GWh가 된다. 1000MW짜리 원전 3.4기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현재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로 인구와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부산과 울산에 추진하고 있는 신고리 5호기·6호기를 짓지 않아도 되는 양이다. 또한 LED보급률 60퍼센트만 돼도 742만9816톤(t)의 온실가스가 감축된다.

LED 들고 탈핵

LED 가격은 백열등이나 형광등보다 비싸다. 그래도 LED로 기존등을 교체하면 전기요금 절감, 교체 전구 감소 등의 이득으로 장기적으로는 훨씬 싸다. 더군다나 LED는 자외선을 발생시키지 않아 벌레가 잘 꼬이지 않는다. 특별히 환경의식이 없다손 치더라도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LED로 등을 교체하는 게 낫다.

광장의 촛불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에 낀 어둠을 걷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밤을 밝히는 빛 또한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한다. 위험천만한 원전으로 어둠을 밝히는 시대와 이별해야 한다. LED를 시작으로 생활 속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는 지혜와 실천이 광장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바다처럼 이어지고 합쳐질 때 우리는 탈핵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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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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