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안보총책 러시아 내통설에 발칵

트럼프, 북 미사일 발사에 '절제된 반응' 보인 이유가...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 보였던 대북강경기조와 달리 "일본을 지지한다"는 간접화법으로 넘어갔다.

<뉴욕타임스>는 "취임 23일만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도발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놀라울 정도로 억제된 반응을 보였다"면서 "지난달 29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이란에 대해 제재하라고 즉각 공개적으로 지시한 것과 뚜렷하게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대조된 반응을 보이게 된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믿고 지시할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될 위기에 몰린 상황과 연관짓고 있다.


▲ 러시아 내통설에 휩싸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

러시아 주미 대사와 제재 해제 논의한 사실 감추려다 들통난 안보총책


우리로 치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해당하는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와 내통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져 트럼프도 더 이상 이 보좌관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플린 보좌관의 핵심 측근인 로빈 타운리 부보좌관 겸 NSC 선임국장에 대한 NSC 기밀취급권 인가 요청을 거부했다. 민주당에서는 플린 보좌관의 기밀취급권 역시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플린은 지난달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꾸준히 접촉하면서 대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플린은 러시아 주미대사와의 접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러 제재 해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가, 제재 관련 논의도 있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뒤늦게 시인했다.

플린의 말을 믿고 여러 방송에 출연해 옹호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자신마저 속였다는 배신감에 더 이상 보호하는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어 '사실상 대통령'으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백악관의 실세들도 플린을 떠나 보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배넌과 함께 백악관 실세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은 12일 여러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플린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답변을 흐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측근들에게 털어놓았으나, 플린에게 물러나라고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최근 트럼프를 직접 면담한 인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또한 통신은 "또다른 몇몇 백악관 관료들도 트럼프가 플린 보좌관에 대해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침묵했다"면서 "이런 침묵은 입장을 급격히 바꾸는 성향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정책 판단을 내릴지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플린을 둘러싼 논란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일련의 국가안보 현안을 다뤄야 하는 상황에서 빚어지고 있다"면서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난맥상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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