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대공원 조경사입니다. 10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켰습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쳤습니다. 권력과 공모한 범죄 집단인 재벌해체와 재벌총수 구속을 요구했습니다. 부정한 권력에 충성해왔던 법원, 검찰, 경찰의 수뇌부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퇴진 이전과 이후의 우리의 삶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체 직장인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고, 최저임금을 높여 하루 8시간 일하면 배고프지 않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아주 소박한 바람입니다.
그리고 저와 동료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박원순 시장님이 노동이 존중받는 노동특별시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박원순 시장
그런데 지금 서울대공원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서울대공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존중받으며 살고 있는지, 박원순 시장님의 노동철학이 서울대공원에서 집행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기간제 노동자로 근무했던 기간이라도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했고 연이어 반복적으로 고용되었다면 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으로 연속 고용으로 봐야 한다"는 서울중앙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서울대공원은 "소송당사자에만 해당되는 것이니 포기하든지 아니면 그냥 소송 하세요"라고 무사안일하게 자기의 업무를 떠넘겼습니다. 저는 담당 공무원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청소노동자의 노동과 매수매표 노동자들의 노동을 평가절하하고 서울시 생활임금보다 조금 높게 책정하여 서울시 생활임금수준은 넘었으니 별 문제없다는 서울시 담당부서 관계자들의 노동에 관한 인식을 나무라는 것도 아닙니다.
버젓이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대형 무료 순환버스를 운행하는 운전직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행정편의상 매수매표로 구분되면서 몇 년이 지나도 버스 운행에 대한 운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함으로 인해 경력의 단절로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한 항의도 아닙니다.
국민의 건강권을 말하는 박원순 시장님의 노동인식이 서울대공원에서는 병가 사용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와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아무리 아파도 맘 편하게 치료받지 못하도록 각종 평가와 수당의 차별적 적용으로 서울대공원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건강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서울대공원 관리자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원에서 벌어지는 차별들
서울대공원은 환경문제로 인해서 매년 찾아 올 수밖에 없는 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을 때 관람객 출입구에 대한 최소한의 방제조치도 하지 않고 안일하게 구경만 하고 있다가 고병원성조류독감이 발생하자 애꿎은 원앙만 살처분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서울대공원은 휴장할 것이니 최저기준의 휴업수당 받고 관할 주소지에서 대기하고 있어라"며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을 서울시 생활 임금에도 못 미치는 휴업수당을 받도록 했습니다.
인체 감염의 두려움을 극복한 채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책임감으로 오늘도 떨리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하소연하는 게 아닙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인체 감염시 감염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 근무 동의서, 그것을 강요하는 서울대공원 관리자들에게 그 책임을 추궁하고자 하는 것도 역시 아닙니다.
또한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업을 선택한 노동자들에게는 휴업수당을 지급하면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 마냥 휴업동의서에 서명하게끔 만드는 것에 대해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근무동의서 서명 강요
결정권자가 그 책임에서 도망가고 선택지를 타인에게 넘겨버리면 그 넘겨진 선택지를 악의를 가진 자가 모아서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박원순 시장님께서 노동이 존중받는 삶을 누릴 수 있고, 인간 존엄 최소한의 경제적 권리인 서울시 생활임금 도입 취지에 부합되는 행동을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 됐다고 말하고, 아프면 치료받고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는 건강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바람을 가진 우리 동료들이 '이기적인 노동자 놈들'이라고 욕을 먹어야 할 만큼 잘못된 것인지요.
오늘 서울대공원 노동자들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박원순 시장님은 안녕하십니까? 우리 노동자들도 조금은 안녕하면 안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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