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소환된 날, 삼성 주가 역대 최고치…이유가 뭘까?

전성인 "총수 비리 처벌, 경영 지표에 악영향 없어"

9년 전과 판박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지난 2008년 2월 28일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부회장은 두 번째 특검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 역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행위 논란 때문이다.

9년 전에 이재용 수사 제대로 했더라면


2008년 특검 조사, 발단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인 김 변호사의 양심 고백이었다. 당시 김 변호사는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경영권 불법 승계 등 삼성 비리를 폭넓게 공개했었다. 당시 조준웅 특별검사는 이들 비리에 대해 전부 면죄부를 줬다. '삼성 특별검사가 아니라 삼성 특별변호사'라는 말이 나왔다.

변호사? 그렇다면 성공 보수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보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만한 일이 있다. 조 특검이 삼성 비리를 덮었던 2008년 겨울, 조 특검의 아들은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리고 2010년 1월, 조 특검의 아들은 삼성전자 중국 법인에 과장으로 채용됐다. 명백한 특혜였다. 조 특검의 아들은 대학을 마친 뒤 고시 공부를 한 것 외엔 아무런 사회 경력이 없었다. 게다가 당시는 채용 기간도 아니었다.

이 부회장이 두 번째 특검 조사를 받게 된 건, 거대한 촛불 시위 때문이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촛불을 들었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재벌 총수 처벌까지 요구하는 수준으로 번졌다.

9년 전, 이 부회장과 삼성 수뇌부를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래서 비리의 싹을 잘라냈더라면, 재벌 총수들이 정경 유착 가능성을 먼저 두려워하게 됐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아예 불가능했거나 훨씬 소규모였을 수도 있다.

또 '경제 탓', 근거 있나?

그런데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하는 매체 가운데 상당수가 9년 전엔 입장이 달랐다. '삼성 비리에 대한 수사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했었다. 수사를 대충 하라는 주문이다. 조준웅 특검이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리고 이 부회장 소환 조사를 계기로, 이런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는 소환 하루 전인 지난 11일 "'이재용 부회장이 피의자라니'…삼성, 특검 소환 통보에 당혹"이라는 기사를 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인 삼성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며, "삼성이 진행 중인 사업 재편이나 지주사 전환, 인수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는 내용이다.

비슷한 보도가 잇따른다. 과연 맞는 내용인가. 따져볼 때가 됐다. 삼성 총수가 구속되면, 실제로 어느 정도 피해가 생기나.

재벌 총수 처벌, 경제에 악영향 없다

마침,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이런 주제로 계량 분석을 했다. 12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재벌 총수 처벌, 왜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다. "재벌 총수 처벌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 2008년 삼성특검과 '박근혜 게이트'"라는 자료에서 전 교수는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가 국민 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 총수를 처벌하면 경제에 해롭다'는 주장은, 총수가 자리를 비우면 삼성에 해롭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삼성이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이 워낙 크므로, 결국 경제 전체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논리가 이어진다.

그런데 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 총수 비리 처벌을 둘러싼 여러 움직임이 삼성의 경영 지표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볼 근거는 없었다.

전 교수는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한 2007년 10월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종 사면을 받은 2009년 12월까지를 분석했다. 통계 기법을 통해 다른 변수를 통제하고, 오로지 '삼성 스캔들 처리 과정'이 경영 지표에 미친 영향만 따졌다. 그 결과, '순이익/총자산', '순이익/자기자본',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매출액' 등의 지표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었다.

이 시기, 경영 지표는 복잡한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이는 '삼성 스캔들 처리 과정'과는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총수 처벌하면 주가 오른다

이런 분석 결과는 현대자동차, SK, CJ, 한화 등 총수 구속을 경험한 다른 재벌의 사례와도 통한다. 이들 재벌 역시 총수가 구속돼 있는 동안 경영 상태는 안정적이었다.

오히려 주식 가격만 놓고 보면, 총수 비리 수사는 종종 호재였다. 기업 투명성이 개선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는 배당 성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주주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삼성전자 역시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 이후 주식 가격이 올랐었다.

지금은 어떨까. 마찬가지다.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 조사를 받은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36%p 오른 194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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