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폭발 폰' 이미지 벗으려면?

[함께 사는 길]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폰의 비밀

2017년이면 꽉 찬 10년입니다. 스마트폰이 현대 삶,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떨어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하게 된 이래로 말이죠. 우리는 거대한 브라운관 모니터와 무거운 데스크톱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으로 한 손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음악과 영화를 듣고 뉴스를 검색해보며,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데스크톱과 랜선을 통해서만 인터넷 하던 시대에서,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스마트한 한 손의 혁신을 선물했습니다.

눈 뜨면서 잠들 때까지, 아니 자는 시간마저도 함께하는 스마트폰(수면 앱). 스마트폰도 우리처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스마트한 길을 걷고 있을까요? 삼성에 갤럭시노트7을 단순 폐기하지 말고 재활용을 촉구하는, 그린피스의 '갤럭시를 구하라' 캠페인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산부터 버려질 때까지

지난 10년간, 우리가 '혁신'을 누리기 위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스마트폰이 만들어졌을까요? 쓰고 나서 버려지거나 서랍 한쪽 귀퉁이에서 잠자고 있는 스마트폰은 또 얼마나 될까요?

전 세계 IT기업들은 적어도 2개 이상의 새로운 스마트폰을 매년 선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0년에 갤럭시S를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국가통신사유형별을 제외하고도 약 430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매달 5.5개의 신제품을 출시한 셈이죠. (와우!) 삼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글로벌 IT기업들은 앞다투어 매달, 매년 신제품 출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기존 제품에 비해 기능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새로운 제품이 줄을 잇는 것이죠.

판매에만 몰두하는 생산 시스템은 결국 소비자의 지갑을 얇게 만들고 권리를 약화시켰습니다. 더불어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구도 힘들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죠.

ⓒ그린피스

응? 우리 권리?


스마트폰 평균 사용기간. 전 세계 평균 2년 7개월. 한국은 2년 2개월. 90여만 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고작 2년 남짓이면 작별합니다.

얇은 스크린은 살짝 떨어뜨려도 와작 깨지기 일쑤, 교체 비용만 수십만 원. 충전을 해도 해도 뒤돌아서면 어느새 배터리는 다시 바닥, 개인적인 배터리 교체는 제조업체에게 고소당하는데 어쩐다. 비싼 AS 비용에 숨이 턱 막힙니다. 애지중지 다루며 20개월 사용하고 나니, 더 이상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안 된답니다! 헉!(안드로이드 폰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지원기간은 20개월 고작. 스마트폰 평균 사용기간보다도 짧다. 애플은 약 37개월이지만, 이도 부족하다.) 그래도 참아가며 기를 쓰고 폰을 계속 썼는데, 하드웨어 용량이 부족해집니다. 이건 업그레이드해주는 곳도 없습니다. 에잇! 새 폰 나왔네, 폰 사야지.

소비자는 원하는 기간만큼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원받아야 합니다. 제조사는 쉽고 편하고 저렴하게 고쳐 쓰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하죠. 상품을 구매한 우리, 즉 소비자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만난 상황처럼, 이 같은 소비자의 권리는 아주 깊숙이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너무 원해서' 새 폰을 산다는 치밀한 설득에 압도당하죠.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 나도 당연한 것일 거라며, 이전 폰의 할부금이 남아있어도, 눈물을 머금고 수십만 원을 내고 새 폰을 구입하게 됩니다.

지갑이 얇아진다고?

다른 IT 제품과 달리, 스마트폰는 교체 주기가 매우 짧습니다. 스마트폰은 수명을 채 다하지 못하고, 또는 갑자기 전원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돌연사로, 짧은 생을 마칩니다. 눈 감은 스마트폰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리는 서랍에 밀어 넣거나 곧장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제조사들은 수명을 다한 스마트폰을 회수해서 자원과 부품을 재활용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사들에겐 관심 밖의 일입니다. 그래서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가 일어나고 삼성의 첫 대응도, 해오던 대로 '전량 폐기'였던 것이죠. 과연 430만 대 갤럭시노트7에는 어떤 자원이 쓰였을까요?

금이 100킬로그램, 은 1000킬로그램, 코발트가 2만 킬로그램, 팔라듐 20~60킬로그램, 텅스텐 1000킬로그램 등.

최첨단 IT 기기인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PC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금속들이 있습니다. 이름도 낯선 희토류 금속들과 금은 같은 귀금속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희토류 금속들은 전 세계에서 몇몇 나라에서만 생산되고 있는데, 이들 나라가 해당 자원의 수출을 제한 또는 가격을 인상할 경우, 스마트폰의 판매 가격은 그에 맞춰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IT 핵심 자원에 대해 가격 인상뿐 아니라, 2010년 중국 정부가 수출 제한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린피스

단순히 폐기냐 vs 화려한 부활이냐


소비자의 권리와 요구는 젖혀둔 채 발전한 스마트폰 생산과 신제품 출시에만 몰두한 판매중심의 생산방식은 엄청난 양의 전자쓰레기를 함께 양산하고 있습니다. 2014년 한해에만 전 세계 버려진 전자쓰레기의 양은 약 4300만 톤(t). 그중 스마트폰 같은 소형 전자기기는 300만 톤에 이릅니다. 최첨단 기술과 혁신을 외치는 IT 업체들이, 정작 스마트폰 생산방식은 전혀 스마트하지 않고, 최첨단과 혁신도 빠져있다고 비판을 받는 이유이죠.

삼성은 '갤노트7 폭발 사태'를 큰 교훈 삼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신제품 출시와 폐기를 반복하는 기형적 사업방식이 아닌, 폐기가 생산과 이어져 원을 이루는 순환방식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리콜 조치 된 갤노트7이 대부분 새 제품인 걸 고려해서, 삼성은 우선, 폭발한 원인을 제거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 알람 진동 유닛, 마이크 등을 분리해 다른 제품에 사용해야 합니다. 스크린, Circuit board, ICs, MLCC와 같이 생산 시 가장 많이 환경에 부담이 되는 부품과 희소한 자원이 사용된 부품을 우선순위로 해서 재활용을 결정해야 합니다. 또한, 자원을 추출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전자폐기물과 섞지 않고, 단독으로 처리해서 최대한 많이 유가금속과 희소금속이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처리해야만, 삼성은 전 세계 소비자에게 '폭발 폰'을 만든 회사가 아닌, 혁신적으로 스마트폰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즉, 고장이 잦은 부품의 교체가 쉽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충분히 지원하는 등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IT기기가 우리 삶에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았고, 그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린피스는 IT기업들이 지난 10년간의 행태를 답습하지 않고, 소비자와 지구를 생각하는 '진정한 혁신'으로 전환할 때까지, IT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제조사들이 소비자의 권리와 요구를 묵살하지 않고, 사업방식을 바꿔나가려면 여러분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갤럭시를 구하라'를 비롯한 그린피스의 IT 캠페인에 참여해 주셔서 여러분의 목소리를 전달해 주세요.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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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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