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소장 대신 선임 이정미 참여'…헌재 결론 영향 주나

탄핵심판 준비절차 '수명재판관' 지정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본격 변론에 앞서 준비를 맡을 3명으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과 같은 지정재판부 소속인 박한철 소장 대신 이정미 재판관을 지정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헌재는 14일 재판관회의를 열고 준비절차 '수명(受命) 재판관'에 이정미, 이진성, 강일원 재판관을 지정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강 재판관과 같은 제1지정재판부 소속이지만 이정미 재판관은 제2지정재판부 소속이다.

헌재는 통상 준비절차 수명재판관으로 주심 재판관과 같은 지정재판부 소속 재판관을 지정한다. 지정 권한은 소장에게 있다. 통상의 경우라면 이정미 재판관이 아니라 박 헌재소장이 자신을 지정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헌재는 이에 대해 재판장인 헌재소장은 전체 탄핵심판 사건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준비절차는 원활한 변론 진행과 집중적·효율적인 심리를 위해 미리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각종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준비하는 재판관은 변론 절차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내년 1월 31일 퇴임하는 박 헌재소장이 '다목적 포석'을 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 사건인 점에서 소장이 준비부터 변론 절차까지 깊숙이 관여할 경우 향후 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행여 예기치 않은 논란이 일 경우 대응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심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서 자신을 배제하고 다른 재판관을 지정했다는 것이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에 이어 재판장인 박 소장까지 준비절차 담당 재판관을 맡게 되면 재판관의 다양한 의견 수렴이라는 헌법재판의 본래 취지가 옅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견해도 있다.

심리의 연속성을 위한 '거리 두기'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 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말에 끝난다. 본인이 준비절차에 참여하더라도 심리가 길어진다면 변론 절차나 결론 도출에는 참여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자신은 빠지고 준비 단계부터 선임 재판관인 이정미 재판관을 지정했다는 얘기다.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3월 13일까지라는 점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 재판관이 준비 단계부터 철저히 심리에 참여해 적어도 이 재판관의 임기 내에는 결론을 내도록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정미 재판관은 박 소장 퇴임 후 준비절차에 이어 변론 절차에서도 재판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헌재법과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관한 규칙상 권한대행은 재판관회의에서 선출한다. 재판관회의는 사유가 생긴 날부터 7일 이내에 소집해야 한다. 선출 전까지는 임명일자순으로 선임 재판관이 대행한다.

헌재 배보윤 공보관은 "준비절차는 변론 절차에서 하는 것을 사전에 하는 것이므로 준비절차에 회부되면 변론 절차가 사실상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며 "쟁점이 명확하게 정리되고 증거가 준비되면 준비절차를 종료하고 변론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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