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무장관에 결국 '석유회사 사장' 지명

CNN "국무장관 업무, 엑손모빌과 석유사업 이익으로 이어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 석유업체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인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러시아와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와 함께, 엑손모빌의 사적 이익과 국무장관으로서의 공적 업무가 구분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방송 CNN은 13일 복수의 트럼프 측 관계자를 통해 틸러슨이 국무장관으로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틸러슨 내정자 역시 트럼프처럼 공식적인 외교 정책 집행 경험은 전무하지만, 유라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사업 경험이 많기 때문에 세계 곳곳의 지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틸러슨 내정자를 두고 "세계적인 플레이어"라고 칭했다. 트럼프 인수위 측 관계자들은 틸러슨 내정자가 복잡한 협상에 통달해있다면서, 석유 산업을 둘러싼 첨예한 지정학적 요인들에 대한 지식이 미국의 외교 및 국무부를 다루는데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측 관계자는 트럼프와 틸러슨 내정자가 사업을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비슷한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그가 국무장관으로 지목된 주요 요인이라고 꼽았다. 그는 또 트럼프가 그 어떤 누보다 틸러슨 내정자를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콘돌리자 라이스‧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밥 게이츠 전 국방장관 등이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틸러슨 내정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까운 관계라는 점에 주목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엑손모빌 CEO 자리에 있을 때 러시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와 협상을 통해 북국의 석유 자원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를 포함해 틸러슨 내정자는 러시아와 다양한 합작사업을 진행해왔으며, 푸틴은 지난 2013년 틸러슨 내정자에게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훈장(Order of Friends)'을 부여하기도 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이에 방송은 틸러슨 내정자가 지금까지 구축한 모든 관계가 엑손 모빌과 관련돼있다면서, 그가 국무장관으로서 취하는 조치들이 엑손모빌과 석유 사업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적 업무와 사적 이익이 분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셈이다.

▲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AP=연합뉴스

틸러슨, 의회 인준 통과할 수 있을까?

방송은 틸러슨 내정자가 "의회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상원 인준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 친분은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방송은 공화당 내 존 매케인‧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강경파가 틸러슨 내정자와 푸틴 대통령 간 관계에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들 상원의원이 틸러슨 내정자가 미국의 정책을 러시아와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만들 것이라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도와주기 위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번 틸러슨의 지명이 자칫 지난 대선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이러한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방송은 민주당이 트럼프 내각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틸러슨 내정자라고 간주하고 있다면서, 그의 상원 인준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제관계에 대한 관점과 동맹국에 대한 틸러슨 내정자의 관점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상원 인준이 쉽게 처리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방송은 "협상이라는 것은 국무장관이 하는 여러 가지 업무 중 하나에 불과하다. 미국 외교는 일관성 있는 정책의 틀을 잡아야 하고, 역사적 배경과 국제사회의 파트너들 간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대외 정책 경험이 부족한 틸러슨 내정자가 이러한 부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이슈도 틸러슨 내정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방송은 틸러슨이 국무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환경보호단체 및 활동가들에게는 경악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방송은 틸러슨 내정자가 기후 변화와 관련해 다른 CEO들과는 달리 유화적인 관점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그가 엑손모빌의 이익과 지구 온난화 이슈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2007년 미국 외교협회(CFR)가 주최한 한 세미나에 참석해 "온실가스 방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온실가스의 존재를 인정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엑손모빌은 기후 불확실성과 관련, 신중한 행동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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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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