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이재용도 낯 뜨거워서…"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 재점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재용 체제 삼성'을 만드는 핵심 고리였던 이 사안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얼마나 개입했나. 그 정도가 깊을수록, 당시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및 편법 논란에 대한 이 부회장의 책임도 커진다.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처음엔 거부하다가 왜 찬성했나?

삼성 미래전략실 핵심 관계자인 김종중 사장의 증언이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당시 합병을 앞두고 진행된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에 대해 처음에는 거부했었다. 당시 매각 조치가 여론의 비난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매각은 결국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던 결정에 동의한 정황이 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했다. 이는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에게 손해가 되는 합병이었다는 뜻이다. 이는 국민 노후 자금을 불안하게 하는 일이라서, 격렬한 반발이 일었었다.

오로지 총수 일가만을 위한 합병


아울러 당시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 확대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비판도 뜨거웠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물산 지분이 전혀 없었다. 반면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였다. 따라서 삼성물산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린 뒤, 제일모직과 합병하면,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는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을 헐값에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편법, 불법 수단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자사주를 KCC에 매각했다. KCC는 제일모직 대주주 가운데 하나다. KCC는 당시 합병에 찬성했다. 공정성 논란이 나왔었다. 자사주는 회사의 재산으로 구입한 것이다. 따라서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은, 삼성물산 주주 일반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했다. 그런데 당시 자사주 매각은 삼성물산에게 불리한 합병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삼성물산 주주 일반에겐 손해가 되는 조치였다. 이에 대해선 다양한 법적 논란이 있었다.

"이재용도 낯 뜨거웠던 것 아니냐"

이 문제가 국회에서 다시 불거졌다. 6일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를 거론했다. 당시 삼성물산 자사주를 왜 팔았느냐는 게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 부회장은 '동문서답'을 했다. 갤럭시노트 7 발화 사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박 의원이 재차 따져 묻자 이 부회장은 정확한 경위는 모른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증언이 나왔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과거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을 만나서 들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김종중 사장으로부터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자사주의 매각을 강력히 권고했는데 이재용 부회장께서는 초반부에는 거부 의사를 보이시다가 마지막 순간에 팔게 되었다'라고 제가 들은 바가 있습니다."

손혜원 의원은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이) 낯 뜨거운 일이라서 이 부회장이 거부한 것 아니냐"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너무 뻔한 것인데, 남들이 다 보는 것인데 이것까지 팔면서 이렇게 합병을 성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부끄러웠던 것은 아니냐"라고도 했다.

"합병 발표 한 달 전에 청와대가 움직였다"

이어 손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가 있기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에 청와대가 움직였다고 말했다. 합병을 위한 물밑 작업을 했다는 게다. 손 의원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이 자신과 가까웠던 김진수 보건복지 비서관을 통해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게 협조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홍 전 본부장은 "일체의 지시(협조 요청)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청와대도 이미 지난해 4월에 합병 건을 알고 작업했는데, 이재용 부회장은 당연히 4월 전에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보고를 받은 시기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손 의원의 말은 이에 대한 반박이다.

이재용, 합병 관련 의사결정에 깊이 개입한 정황

또 이 부회장은 "당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최고 경영진 몇 분들이 협의를 한 다음, 저에게도 의견을 물어왔다"고 말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교수의 말은 이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있다. 김 교수가 소개한 김종중 사장의 말대로라면,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등 합병 관련 민감한 사안의 의사 결정 과정에 이 부회장이 깊이 개입했다. 적어도 최종 승인은 이 부회장이 했다. 이 부회장의 말처럼 최고 경영진 몇 명이 협의 한 내용에 대해 의견만 낸 수준은 아니다.

주진형 "한국 재벌, 조폭과 비슷"

한편 이날 청문회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냈던 한화투자증권의 주진형 전 대표이사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주 전 대표이사는 당시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취지의 압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주 전 대표이사는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이 '당신 때문에 삼성 장충기 사장한테서 불쾌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다시는 그런 보고서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해라'라고 하기에 못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합병에 부정적인 내용의 두 번째 보고서가 나가자 또 "'삼성 구조본에서 굉장히 격앙돼있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야할 것'이라고 하기에 '제 발로 물러날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주 전 대표는 한화가 왜 그랬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우리나라 (재벌) 그룹들이 조직폭력배들과 운영하는 방식이 비슷해서, 한 명을 확실히 응징해야 다른 조직원들이 따라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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