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0% 돌파, 이재명 뜨는 데는 이유가 있다

[초록發光] 청년 배당 1년을 평가한다면?

분기마다 1회씩, 1년에 4회 각 12만5000원을 만24세 청년에게 지급하는 성남시 청년 배당이 지난 10월 20일 이후 지급을 끝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시작부터 사회적인 관심을 끌었고, 보건복지부와의 갈등이 있었다. 개선해야 할 지점도 존재하지만, 올 한 해, 청년 배당 정책을 쭉 지켜본 바로는 잘 설계된 제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가지 차원에서 청년 배당 인식 조사가 있었다. 청년 배당 수령자인 만24세 청년을 대상으로 했다. 하나는 13명을 무작위로 모집해서 심층 인터뷰(FGI)를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49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것이다. 두 가지 조사의 결과는 청년 배당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를 잘 보여주고 있다(조사 주체 : 녹색전환연구소,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행정적 비용이 과다하고 대상자들이 느낄 수 있는 모멸감은 선별 복지가 지적받는 단점이다. 절차적 복잡성도 무시할 수 없다. 청년 배당은 이런 단점을 찾을 수 없었다. 심층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배당 과정의 복잡성이나 어려운 점을 물었으나 돌아온 답변은 “수령 받는데, 단 1분도 걸리지 않았어요”였다.

설문 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아래 세 개의 도표를 보자. 청년 배당의 절차적 효율성을 묻는 세 가지 질문이다. 먼저 수령하는 장소의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다. 무응답을 제외하고 96.3%가 수령 장소가 집에서 가까웠다고 답했다. 수령 절차는 99.8%의 청년들이 간편했다고 말한다. 복잡했다고 답한 청년은 단 1명뿐이었다. 수령 기간에 대해서도 97.3%의 청년들이 충분했다고 답했다. 절대 다수의 청년들은 수령 과정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이런 결과는 절차가 간편하며 낙인이 없고, 그들 간의 경쟁이 없는 보편 복지의 장점을 보여준다. 청년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공유하는 ‘서울시 청년 활동 수당’과 비교하여 살펴보면, 그 장점은 더욱 가치 있다. ‘서울시 청년 활동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가구 소득, 미취업 기간, 부양 가족 수가 명시된 서류들과 활동 계획서를 제출해야한다. 청년들은 스스로 자신이 청년 수당을 받아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임을 증명해야 한다. 타인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가난의 낙인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올해 ‘서울시 청년 활동 수당’에는 6300여 명이 지원하여 3000명이 선정됐다. 무한경쟁 속에서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는 또래 청년들과 또 한 번의 경쟁에서 패배의 아픔을 맛본 청년들이 존재한다. 반면에 청년 배당은 그 어떤 낙인의 상처도, 그리고 대상자들 간의 경쟁도 없다. 오히려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경험이 축적된다. 공동체의 일원임을 자각하는 과정이다.

아래 두 개의 그래프를 보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를 막론하고 무수히 많은 청년 정책이 존재해 왔다.

하지만 청년 스스로도 체감하지 못하고, 심지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경험이 있는 청년들도 ‘청년’이라기보다는 ‘가난한 자’의 자격으로 지원받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청년 배당은 달랐다. 주민센터 창구에서 상품권을 받은 청년들은 “나의 삶을 배려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도표). 그럼으로써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지역 공동체에서 배제된 청년이 호출 받으며 한 명의 일원으로 등장하게 된다.

청년 배당은 환대의 징표가 된다.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힌 청년들이 94.6%를 넘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하나의 정책이 다층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역 가맹점으로 등록된 소상공인들이다. 상품권은 지역에서만 유통되고 현금으로 맞바꿀 수 있다. 경제적 승수 효과가 직접적이다. 청년들도 이러한 현상을 인지하고 있다. 청년 배당은 청년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단체장의 강한 의지로 준비된 청년 배당이 졸속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실행된 지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보자면, 이런 우려는 기우다. 사회적인 여러 논란은 있었지만, 정책 자체만 놓고 보자면 부실공사라는 비판은 찾을 수 없다. 생각보다 잘 설계된 정책이다. 무엇보다 호평 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청년 배당이 청년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데 있다.

예컨대, 청년 배당 지급 매체인 상품권은 현금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부담 없이 다른 세대로의 자유로운 양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든 세대에게 이롭다. 상품권은 대부분 가족에게 양도됐다. 지역에 순환되는 구조다. 없던 돈이 풀렸으니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청년 배당은 모든 세대를 연결한다.

청년 배당 지급 후, 1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정량적 변화보다는 정성적 변화가 궁금해진다. 어쩌면 변화의 정도가 미미하거나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청년 배당 시행 1년의 세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은 연령층을 확대하고 지속화 구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최근 여러 지역에서 청년 배당 조례 주민 발의를 준비하는 움직임에도 일정하게 기여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