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배후는 친박과 검찰 '괴뢰'다

[대담한 대담] 소장파 정치학자 김윤철-정한울-이관후 ② 해법

"낡은 세력이 최선을 다해 탐욕을 부린 결과"(김윤철), "지나치게 최선을 다해 결국 희극이 된 사건"(이관후)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헌정 중단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같은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프레시안>은 젊은 정치학자 3명(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이관후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의 긴급 대담을 마련했다.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는 소동을 한바탕 겪은 뒤,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달라"로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야당이 내세운 전제 조건 중 하나인 '2선 후퇴'에 대해선 거부했다.

정국의 흐름을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항아리에 감춰둔 곶감을 하나씩 빼주듯 '감질나게' 야당의 요구를 하나씩 수용하는 형국이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에 30만 명의 국민들이 쏟아져 나와 '박근혜 퇴진'을 외친, 분노한 민심이 보기에 정치권의 상황은 답답하기만 하다. 왜 이런 '간극'이 나타났나? 또 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어떻게 제도권 정치 안에 담아내야 하는가?

현재 야당의 태도와 전략에 대해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인 사고"라고 비판하는 세 명의 젊은 정치학자들은 현재 박근혜와 최순실에 가려져 여론의 주목을 받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 친박 세력과 검찰의 책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여 년간 정치 지도자로 키우고 세우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자질과 역량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당장 권력을 잡고 그로 인해 떨어지는 사익을 편취하겠다는 욕심에 박근혜란 '상품'을 판 이정현 대표를 포함한 친박 세력의 책임이 매우 크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해체와 개혁 없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정치세력이 분칠을 하고 또다른 '박근혜'를 내세울 가능성 자체를 없앨 수 없단 지적이다.

또 자기 조직의 수장(채동욱 전 검찰총장)까지 내치면서 박근혜 정권과 함께 안위를 누렸던 검찰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일차적 개혁 대상이다.

대담은 지난 3일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전홍기혜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대담자 각각의 직함은 '박사'로 통칭한다.


① 진단 : '적폐의 총아' 박근혜, 최선 다해 말아먹다

ⓒ프레시안(최형락)

정치공학에 매몰된 정치권, 순서가 잘못됐다


전홍기혜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밝혀질 때마다 '이게 나라인가'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김윤철 박사 말대로, 낡은 세력이 "너무 열심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사익을 추구했다".

정한울 : 국민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외신의 지적대로 'for what?'과 'why?'가 빠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무슨 사건이며,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흔히 '국정 농단'이라고 하는데, 스캔들인지 게이트인지도 잘 모르겠다.

▲ 이관후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프레시안(최형락)
이관후 :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지? 충격적이다.

김윤철 : 낡은 세력이 최선을 다해 탐욕을 부린 결과다.(웃음)

이관후 : 지나치게 최선을 다한 결과, 결국 희극이 됐다.(웃음)

정한울 : 4.13 총선 이후 정치권은 시대정신과 민의를 거론하며 '협치(協治)'를 내세웠다. 그런데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일 처리를 수평적으로 하는 거버넌스(governance)가 아닌, 싸우지 않고 타협한다는 의미의 '협치'를 말하고 있다.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의 기습 개각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야당과 협의 없이'가 강조되어 있다. '일방적'이라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이 야권과 협의해 신임 총리를 내정했다고 비정상적 상황이 정상이 되나?

집권 세력의 말대로, 국정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국민에게 이번 사태의 본질과 원인을 먼저 얘기해야 한다. 특히 '샤머니즘 사건'이라는 의혹에 대해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치권이 공학적인 면에만 치우쳐 있다 보니,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대안도 거국중립내각나 책임총리제처럼 정치공학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김윤철 : 정한울 박사가 굉장히 중요한 말을 했다. '협치'를 여야 간 또 사회 세력 간 갈등이 갖는 건강성을 거세 언어로 만들었다. 그래서 화내고 비판하고 공격하면 안 되는, 또 다른 기득권 유지 위한 도구로 만들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표출된 민심, 즉 저항의 본질을 정치권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 최종 목표는 구호처럼 '박근혜 하야' '정권 퇴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야권 누구도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 말하지 않다. 그래서 '정권 교체하면 너희는 달라?'라는 볼 멘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정권 교체' 부분에 있어, 더불어민주당 스스로 자신의 잔꾀에 발목이 잡혔다.


일단, '시민적 저항'을 담을 틀을 만들어야 한다. 정당은 시민의 요구를 어떻게 하면 정치적 방침(또는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상시국회의를 먼저 결성해야 했다. 시민과 정치권이 '박근하야'와 '엄정 수사 및 진상 규명'이라는 기본 지침을 공유한 뒤, 비상시국회의를 통해 거국중립내각이나 조기 대선 등 '이후'에 대한 논의를 해야 했다. 지금은 일의 순서가 거꾸로 됐다.


그나마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국 시민사회단체 결성한 비상시국회의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촛불집회참가하는 등 순서 밟아가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비상시국,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이 협치 한다면?

정한울 : 김윤철 박사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먼저, 비상시국회의라는 것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가 정치적 정당성을 잃었을 때 시민에게서 그 정당성을 찾자는 것이다. 옳은 방법이다. 그런데 지금 비상시국회의가 시민사회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까? 국가적·사회적 위기 때마다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 역시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정치권만큼 권력이 없을 뿐이지, 비판의 여지가 많다.

두 번째는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촛불집회에도 참석하고 수습책도 고민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왜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이야기를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당과 해결 방안을 같이 모색하는 것도 아니고. 관련 언급을 할 때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문제인가 생각해 봤으면 한다.

세 번째,
사태 수습과 관련한 일거수일투족이 대선주자에게만 쏠려 있다.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을 당했을 때, 아니면 거국내각을 구성하더라도 해결 주체는 개인이 아닌 정당이 되어야 한다. 언론도 대선주자의 입만 주목하고 있는데, 지지율 1·2등이 무슨 권한으로 개각을 하고 국정을 운영하나. 야권 내 손꼽히는 대선주자 누구도 정당을 중심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주자의 선거캠프가 아니라, 정당 차원에서 책임 있게 수습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늘 정당 약화를 얘기하는데, 주자들이 오히려 정당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사실상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인데, 그럼에도 뒤엉킨 정국을 풀 수 있는 주체는 '정당'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관후
: '거국중립내각'이라는 정치적 수사가 너무 빨리 나왔다. 애초에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셈이다. 대통령이 일찌감치 책임을 인정하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하야도 고민하겠다'라는 정도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였다면 야권의 거국내각 제안이 의미가 있었겠지만,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비리의 몸통'이라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수사를 받는 한편, 의회는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국무총리 인선에 돌입해야 한다. 이때 진행되는 인사청문회는 총리 인준 절차나 다름없다. 동시에 국정조사와 특검을 실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전모 확인는 대로, 대통령의 하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 결과 대통령이 하야하면, 국회는 조기 대선을 위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이런 순서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김윤철 : 박원순 시장의 비상시국회의 참여를 눈여겨본 이유는 주체가 정당이든, 대선주자든, 지자체장이든 시민사회와 직접 대면하고 관계를 갖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또 사태를 해결할 방법도 사실 그것밖에 없다.

정한울 : 현실적으로 (그렇다).

김윤철 : 정한울 박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각자 비상시국회의와 정당에 대한 이상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 든다. 정당 현실에 비췄을 때 과연 이들이 사태를 수습하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까? 또 대선주자의 발언에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는 이들이 '게임 플레이어'인 동시에 정당을 움직일 수 있는 '파워 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정당을 추스르면서 가자고 권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장 역할에 주목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을 위시한 집권 세력이 정말 최선을 다해 벌인 정치적·사회적·경제적 부조리다. 행정부와 집권여당, 심지어 권력기관도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한 국가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까? 일종의 연방제 구조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선거를 통해 대표성과 정당성을 확보한 지자체장과 국회가 협치한다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지자체장이 장외에서 '대통령 하야'와 같은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면, 정세적으로 사태를 빨리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시장의 성명 발표는 주요했다. 다만, 내용을 의식해 정치적으로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하야'를 외쳤어도, 구호는 공약이 아니기 때문에 철회 가능하다.


정치는 자신의 일관성을 증명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 실업과 복지 혜택처럼 국민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정치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판은 마치 학자처럼 일관성 증명에 무게가 실려 있다. 사안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프레시안(최형락)


'대통령 하야'해도, 불안하고 창피하다

전홍기혜 : 주말 촛불집회뿐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도,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에 대한 분노가 정치적 구호로 표출된 것인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한울 : '하야'라는 외침은 표현적인 목표와 실천적인 목표 두 가지 모두 의미가 있다.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의 '도저히 못 참겠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분명히 존재하는 여론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할 것 없이 정치권 전반을 비판하는 목소리일 수 있다. 전례가 없는 사태이기 때문에, '하야' 여론에 대한 해석을 단정할 수 없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국민적 여론이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80년대 직선제 개헌과 비교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대통령을 현실적으로 쫓아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국기문란이 가장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하야'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위 침묵하는 다수 또는 정치적 이념이 없는 사람은 분노와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일에 불안해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국민적 분노가 다 표출됐다고 보지 않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감정일 것이다. 그런데, 실질적인 하야나 탄핵이 이들의 불안감을 없애줄 수 있을까? 아닐 수 있다. 아직은 수식이나 구호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하야가 이뤄진다면 국민 정서는 더욱 불안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태 수습 과정에 국민적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대안도 같이 제시되어야 한다. 앞에서 강조한 'for what?'과 'why?'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한, 수습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거국내각제와 책임총리제 모두 공허해진다.

이관후 박사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지?'라며 충격적이라고 했는데, 조사를 보면 80년대 민주화 이후 국가에 대한 자부심 상승했으며 국민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이 같은 비상시국에도 쿠데타를 우려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높은 의식 수준 덕이다. 그런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민주주의 성취, 국가 환란 극복과 같은 자부심이 한순간에 자괴감으로 바뀌었다.


▲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윤철 : 사태 초기부터 '대통령 하야 →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 거국내각 구성 → 조기 대선'을 통한 좋은 정부 만들기, 그리고 최종 목표는 '국가 재설계'라는 프로세스가 가장 모범 답안이라고 생각했다.

정한울
: 이번 사태로 국민이 받은 충격이나 분노의 정도를 보면, 충분히 하야를 바랄 수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에는 '대통령 하야'가 사태 수습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했다. 그럼에도 국민적 불안의 근본 요인은 '하야 과정'이나 '하야 이후'에 나타날 여러 현상 때문이다.


김윤철 : '대통령 하야'라는 민의에 정치권이 건설적으로 반응하지 못한 탓이다. '하야'라는 목표 아래, 일련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정치적 의견은 갈수록 분화하고 있다. 정한울 박사 말대로, 수습책 대선주자 개인이 아니라 정당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당내 공분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당론을 모으는 게 시급하다.


정당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는 옛날식으로 말하면, 과도정부 혹은 이중정부에 가깝다. 사태 수습을 위해 여러 단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하야든 조기 대선이든 일정을 짜는 게 중요하다. 정치학 중 '국가론'에서는 권력의 처소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최고 통수권자의 권력이 행정부에 있을 수도, 입법부에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은 국정 공백에 대한 방안이 될 뿐 아니라, 새로운 체제 구상과도 연결된다.

전홍기혜 : 국민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대통령 하야' 자체가 불안한 게 아니라, '하야 이후' 상황이 문제다. 결국 공은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간다. 여야가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한울 : 야당도 거국내각만 하자고 할 게 아니라, 내각을 채울 구체적인 인사까지 얘기해야 한다.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내정자는 안 된다"가 아니라, "야당이 원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를 추천한다"고 말해야 한다. 정말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불안도 해소된다.

▲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어떻게 이런 일이'에 대한 책임, 새누리당과 검찰에게도 있다


김윤철 : 꼭 지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새누리당이다. 박근혜 대통령 외에도 이정현 대표를 포함한 '친박'은 정말 '괴뢰'다. 사태 수습에 제일 큰 걸림돌이다. 친박이 여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이상, 정치권의 합의를 기대할 수 없다. 야당에서 요즘 '새누리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일단 목표를 정확하게 잡았다.

정한울 : 전적으로 동의한다. '세계 경제 10위권에 드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국민이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세웠고,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사회 발전의 측면에서도, 현 집권 세력인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지도부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검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지금까지 폭로되지도, 견제되지도 않았을까? 검찰 관련 의혹을 억누르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안에서는 친박이, 밖에서는 검찰이 압박했을 것이다. 두 세력이, 국민적 자부심을 자괴감으로 만든 주범이다.


민주당은 이미 국민적 여론이 높은 '대통령 하야'보다 새누리당을 공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새누리당 해체'와 사실상 친박인 '지도부 사퇴'를 주장해야 한다. 우리 정당정치는 책임정치를 하는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제1야당이 사실상 주범을 솎아내지 못한다면, 국민의 대리인으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범인 검찰도 개혁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검찰총장 직선제' 등 비판 수위를 높여야 한다.


김윤철 :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 검찰 조직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다는 게 말이 되나? 안 된다. 처음부터 특별검사제를 강하게 밀어붙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무적 비상 체제를 구축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검찰에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정한울 : 아직 사태에 대한 분노가 다 표출되지 않았다. 아까 말했듯, 국민들은 '이게 뭐지?' 하며 분노를 나타냈는데, 분노의 실체도 원인도 아무 것도 해명된 게 없다. 국정 개입뿐 아니라, 재계 인사까지 주무르는 등 관련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사태 납득하기 어렵다. 늦었지만, 그래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박근혜 정부도 아직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정치권은 2004년 탄핵 정국을 하나의 승부로 본다. 국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보수 세력(당시 한나라당, 지금 새누리당)의 무지막지함을 표로 응징했고, 진보 세력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은 '정의의 승리'라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정치를 게임처럼 여기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

12년 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며 TV를 보던 시민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지금 상황도 그때와 마찬가지다. 정치는 사람의 삶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아닌 안정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김윤철 :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에 절대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또 분화된 야권 때문에 정권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현재 상황을 섣불리 단정하면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초유의 사태를 풀어갈 상상력과 결단이다. 무엇보다 '시민적 저항'을 동력으로, 국가를 재설계해야 한다. 시민들은, 특히 청년들은 아직 샅바 제대로 잡지 못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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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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