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글로컬’ 외교의 미래는?

[조철현의 글로컬 비즈] 전수조사로 살펴 본 기초자치단체들의 국제 교류 현주소

“나는 삼각산초등학교 3학년이야. 오늘 너네 동네 이름을 처음 알게 됐어. 네팔은 많이 들어봤지만 ‘포카라’는 처음 들었어. 우리 엄마도 처음이래. 그리고 너네랑 우리가 자매결혼을 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 네팔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나라지? 우리 동네에도 서울에서 제일 높은 북한산이 있어.”(서울 강북구 어린이가 네팔 어린이에게 쓴 편지글 중)

연필로 써내려간 아이의 편지글이 재밌다. 자매결연을 ‘자매결혼’이라 적었다. 하긴 아이의 입장에서 ‘결연’과 ‘결혼’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신의 동네(서울 강북구)와 그 동네(네팔 포카라) 사이에 뭔가 모를 좋은 인연이 있나 보다, 이쯤 생각하면 될 일이다.

아이는 게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그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알게 됐다. 이쯤만 해도 어른들이 만든 인연의 좋은 결실이다. 덧붙이자면, 포카라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200킬로미터쯤 떨어진 인구 19만 명의 산악도시다. 서울 강북구(구청장 박경수)와는 2013년 2월 자매결연을 맺었다.

▲서울 강북구가 해외 자매결연도시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손편지 쓰기 행사를 하고 있다. ⓒ강북구청
서울 강북구 아이들의 편지는 오는 11월 말쯤 네팔 어린이들에게 전달된다. 엄홍길휴먼재단과 렛츠런 강북지사가 주최하고 강북구청이 후원하는 네팔 어린이들과의 ‘우정나눔 손편지 쓰기’ 행사다. 10월 31일까지 편지접수를 마감한 뒤 우수 작품을 골라 네팔어로 번역하게 된다. 적은 예산으로도 따뜻한 효과가 기대되는 행사다.

이처럼 조용한 교류에서 실질적인 교류까지 지자체들의 다양한 ‘글로컬’(Glocal) 외교가 한창이다.

충남 서천군(군수 노박래)은 최근 본격적인 멸치생산 철을 맞아 부족한 일손을 자매결연 도시(몽골 바양골구) 근로자들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시범운영 사업’이란 이름이다. 서천군은 2008년 몽골의 또 다른 군소 도시 3곳과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시책 차원의 자매결연을 추진한 바 있다. 여러모로 지자체 글로컬 외교의 좋은 본보기다.

이밖에도 인천 부평구(구청장 홍미영)는 지난 7월 자매결연 도시국인 라오스에 의료봉사단을 파견, 부평구 기업체들의 라오스 진출을 측면 지원했다. 서울 강남구(구청장 신연희) 또한 지난 6월 벨기에 왕실 관계자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월루에 쌩 삐에르구와의 자매결연 40주년 기념식을 갖고 양 도시의 지속적인 친선 관계를 다졌다. 중앙 정부 이상의 외교적 성과였다.

프레시안은 최근 지자체들의 이같은 노력을 평가하고, 민선 21년의 연륜에 맞는 21세기형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글로컬 비즈센터’를 발족했다. 그리고 그 첫 사업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들의 국제도시 자매결연 및 우호 교류 현황을 살펴봤다. 방법은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전수 조사.

그 결과 10월 초 현재 전국 기초지자체 232곳 중 203곳이 세계 56개국 761개 도시와 국제교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자체 당 평균 3.75개의 해외 도시와 자매결연 또는 우호교류 협정을 맺고 있는 셈이다.(☞지자체별 교류현황)

중국이 전체 비율의 38.2% 차지, 겹치기 교류 많아 비효율 지적도

이중 중국도시들과의 국제교류가 압도적으로 많아 38.2%(291개 도시)를 차지했다. 베이징, 상하이, 텐진, 충칭 등 4개 직할시는 물론 중국 대륙 22개의 성 가운데 산시성(山西省) 한 곳만을 제외한 21개의 성내 도시들과 교류 중이고, 닝샤후이족자치구(경북 경산), 신장웨이우얼자치구(경기 오산) 등 4개의 소수민족 자치구와도 교류 중이어서 국내 기초 지자체들은 현재 중국 전역을 네트워크로 묶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과의 수교(1992)가 국내 민선자치 시대의 시작(1995)과 시기를 같이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교 직후였던 1992년 11월 국내 기초자치단체로는 전남 목포시가 장쑤성의 렌윈강시와 첫 교류를 시작한 이래 1994년 13건의 교류 협약으로 이어졌고, 1995년 민선 시대의 개막과 함께 1996년 22건, 1997년 25건 등으로 급증하더니, 2005년에는 한 해 동안만 무려 34건의 국제교류 협약이 중국 내 크고 작은 도시들과 체결됐다.

이 기간 중 가장 적극적으로 중국 내 도시들과의 관계망을 펼쳐 눈길을 끄는 두 도시는 경기도 평택시와 경북 포항시다.

평택시는 민선 2기 때인 1999년 5월 랴오닝성 잉커우시와 우호 협력 관계의 첫 삽을 뜬 이래 서해를 마주보고 있는 칭다오시와 룽청시, 르자오시, 린이시, 펑라이시 등 산둥성의 주요 도시들과 교류 협력을 체결했고, 저장성의 닝보시, 이우시, 푸젠성의 샤먼시, 푸저우시 등 중국 내 시급 이상의 17개 주요 도시들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포항시도 1996년 9월 지린성의 룽징시와 첫 교류를 시작한 이래 상하이시 난후이구, 텐진시 빈하이신구, 광둥성 사터우시 등 17개의 크고 작은 도시들과 우호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선 출범 이후 중국 내 몇몇 도시들과는 과열된 겹치기 우호교류가 체결돼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프레시안의 이번 전수 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지자체들은 중국 내 66곳의 도시들과 이중 이상의 교류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랴오닝성 선양시와는 1997년 6월 경북 구미시가 교류의 첫 장을 펼친 이래, 경기도 성남(1998), 강원도 춘천(1998), 전북 전주(2006), 전남 광양(2007), 경남 거제(2011) 등이 잇따라 이 도시와 교류협력을 체결했고, 중국 장쑤성의 대표적 상공업도시인 양저우시 경우도 경기도 용인시(2000), 제주시(2000), 부산 해운대구(2007), 경남 함양군(2007), 경북 경주시(2007) 등과 겹치기 교류협력을 맺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초지자체들이 4곳 이상의 겹치기 교류를 맺고 있는 중국 주요 도시

허베이성 친황다오시: 서울 강동구, 경남 거제시, 부산 남구, 경기도 평택, 경기 구리시, 서귀포시
저장성 항저우시: 전남 여수시, 강원 춘천시, 제주 서귀포시, 서울 강동구, 경북 경산시, 경기 수원시
지린성 옌지시: 서울 관안구, 경남 창원시, 대전 대덕구, 경기 고양시, 서울 동작구
지린성 창춘시: 강원 태백시, 전북 전주시, 경남 창원시, 경북 포항시, 경기 성남시
지린성 안투현: 충남 금산군, 충북 단양군, 경기 구리시, 강원 평창군
-산둥성 룽청시 / 경남 통영시, 경기 평택시, 충남 아산시, 충남 서산시, 전남 완도군
-산둥성 르자오시 / 경기 평택시, 충남 당진시, 경북 포항시, 서울 동작구
-산둥성 엔타이시 / 충남 금산군, 전북 군산시, 강원 원주시, 경기 안산시
-산둥성 웨이하이시 / 전남 여수시, 경기 부천시, 서울 용산구, 전남 신안군

▲경기도 광명시가 지난 3월 중국 단둥시와 우호교류 협력서를 체결하는 모습 ⓒ광명시 제공

중국 이어 일본 140, 미국 91, 베트남 29, 필리핀 27, 러시아 26개 도시 순

프레시안의 전수 조사 결과 중국 다음의 최다 국제교류국은 일본으로 나타났다. 일본과의 첫 교류 도시는 1970년 4월 경북 경주시와 우호 교류 협력 관계를 맺은 나라현 나라시. 이때부터 민선 시대가 열린 1995년 이전까지의 우호협력 체결 건수는 35건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민선 출범 이후의 우호 협력 체결로, 같은 기간 중국 내 도시들과 맺은 인연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 다음은 미국(91개 도시)과 베트남(29개 도시), 필리핀(27개 도시), 러시아(26개 도시), 몽골(25개 도시) 순. 이중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들은 민선 출범 이후 첫 교류가 시작된 아시아 국가들이다. 특히 베트남(1992)과 러시아(1990), 몽골(1990) 등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수교 시점이 지자체의 민선 출범 시기와 맞물려 1990년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인 우호 관계를 시작했다.

이밖에 국내 기초지자체들은 호주(16개 도시), 캐나다(12개 도시), 터키(11개 도시), 대만, 프랑스, 멕시코(이상 7개 도시) 내 도시 등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중이며, 독일(6개 도시), 네널란드, 말레이시아, 스페인, 우즈베키스탄(이상 5개 도시), 인도, 인도네시아, 영국, 이탈리아, 캄보디아(이상 4개 도시) 등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중 1개국 1개 도시와 국제 우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만도 25개국. 대륙 분포도로도 아프리카(경기 파주시-남아프리카 공화국 스텔렌보쉬시, 충남 아산시-케냐 키수무시 등), 중남미(전남 광양시-파나마 파나마시티, 서울 송파구-파라과이 아순시온시 등), 유럽(경북 안동시-그리스 코린드시, 전북 익산시-덴마크 오덴서시, 서울 종로구-체코 프라하1자치구 등), 중동(경북 경주시-이란 이스파한시, 경남 통영시-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시) 등 지구촌 전역에 걸쳐 있어 글로컬 외교다운 면모를 보인다.

특히 전남 순천시와 우호 관계(빅토리아시)를 맺고 있는 세이셸공화국과 전남 여수시의 자매 도시국(포트오브스페인시)인 트리니나드토바고공화국은 국명조차 생소한 나라다. 부연하자면 세이셸공화국은 영연방의 하나로, 케냐 동쪽 1800킬로미터 지점의 서인도양 적도 부근에 위치한 인구 9만 여명의 국가이고, 트리니나드토바고공화국 역시 영연방국으로 카리브해 서인도제도 중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구는 2015년 현재 122만 명 가량이다.

최다 우호협력 관계 기초지자체는 포항시, 창원시, 평택시 순

경북 포항시는 10개국 29개의 도시와 우호교류 협력을 맺고 있어 국내 232개 지방자치단체 중 외형상 가장 폭넓은 글로컬 교류망을 갖췄다. 1979년 일본의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와 맺은 교류 협약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가 민선 자치시대 이후의 결실이다. 대륙별로도 미주(미국), 유럽(독일, 러시아), 중동(터키), 중앙아시아(키르키즈스탄), 동북아(중국, 일본, 몽골), 동남아( 베트남, 필리핀) 등 비교적 폭넓은 분포다.

그 다음은 8개국 22개의 해외도시들과 교류 중인 경남 창원시로,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배트남,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의 주요 도시들과 우호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그 뒤를 이은 경기도 평택시 또한 중국, 미국, 일본 터키 등 4개국 21개 도시와의 인연을 지속 중이다.

또 이밖에도 경기도 파주시와 서울 서초구, 전남 광양시, 경북 경주시 등이 각각 16개의 해외도시들과 교류 중이며, 인천 중구(15개 도시)와 전남 여수시, 경기도 고양시(이상 14개 도시), 제주시(13개 도시), 경기도 성남시, 강원도 삼척시, 충남 당진시, 충남 금산군, 경북 구미시(이상 10개 도시) 등도 최소한 10개 이상의 국제급 도시들과 글로컬 교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프레시안의 전수 조사 결과 경기도 파주시와 서울 서초구는 협력 교류국의 숫자 면에서 좋은 사례로 평가됐다. 먼저 파주시의 경우는 16개 교류도시가 미국(2), 중국(2), 일본(2), 러시아, 남아공, 스페인, 캐나다, 프랑스 등 13개국에 걸쳐 골고루 분포됐고, 서초구 또한 중국의 6개 도시를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10개 도시가 미국(2), 아르헨티나(2), 영국, 호주, 러시아, 터키 등 비교적 폭넓게 퍼져 있어 지자체 주민들에게 문화교류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조충훈 순천시장이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홍보를 위해 우호협력도시국인 세이셸공화국의 제임스 알릭스 미셸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순천시 제공

교류도시 숫자보다는 우호 협력의 질적 발전 우선돼야

지난 9월 인천시의회는 인천과 케냐 나이로비주 간의 자매결연 추진안을 가결하면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두 도시의 거리 상 제대로 된 교류가 가능하겠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의원들은 또 2009년 이후 교류가 끊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시와의 교류 실적을 문제 삼기도 했다.

또 충남 천안시의 경우도 지난 7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시와의 우호협력을 체결하면서 여론으로부터 일부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비행시간만 18시간 가량이나 소요되는 도시와 비효울적인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출장비로 4000여만 원의 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이다.

프레시안 글로컬 비즈센터는 이러한 비판을 고려해 지자체 자매결연에 대한 여론의 생산적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이번 전수 조사에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양보다 질‘의 실질적 교류 성과를 꾸준히 평가함으로써 수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아직 지자체 홈페이지에 미반영된 2016년 국제교류 숫자까지 합치면 금년 중으로 국내 기초지자체들은 약 800곳의 해외도시와 협력 관계를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년과 내년은 민선 6기 3~4년차를 맞는 시점으로 단체장들의 선심성 실적내기가 급물살을 탈 시점이다. 그 과정에서 국제교류 명분의 외유성 출장 등의 문제가 불거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선 1기~6기 기초지자체의 3년~4년차 시기 국제협력 체결 현황

-민선 1기(1995~1997) : 47건(1997)
-민선 2기(1998~2001) : 37건(2000), 27건(2001)
-민선 3기(2002~2005) : 40건(2004), 58건(2005)
-민선 4기(2006~2009) : 39건(2009), 55건(2009)
-민선 5기(2010~2013) : 47건(2012), 51건(2013)
-민선 6기(2014~2017) : 40건(2015)

프레시안 글로컬 비즈 센터는?

프레시안의 글로컬 비즈 센터는 지자체들의 국제교류 우수 사례를 발굴 보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지자체 국제교류 감시센터 운영 ▲지자체 GLOCAL BIZ AWARD 제정 ▲지자체 국제교류 축제 한마당 개최 ▲저개발 국가 및 빈곤 지역과의 국내 지자체 자매결연 추진 등을 목표로 출범했다. 우선은 예산 낭비 없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자는 운동 또한 글로컬 비즈 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바로 이 작은 운동 중의 하나를 우리는 네팔 어린이들에게 손편지 쓰기 행사를 추진 중인 서울 강북구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이같은 행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구광역시 중구와 일본 오사카부 야오시 간 학생들의 편지교류 사업이 2011년부터 매년 지속돼 적은 예산으로 도시 간 우호교류에 한 몫 했던 사례도 있었다. 마침 연말이 다가온다. 한동안 교류가 뜸했던 우호 도시 간에 송구영신 카드라도 주고 받으면 어떨까? 먼저 우리부터 띄우기 시작해 매년 연례행사로 발전 시켜나간다면 국가 간 외교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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