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안보라는 분야의 속성으로 인해서 국민들은 정부에 의존하여 정보를 습득하고 사태를 파악하며 방향을 모색한다. 국민들이 애타게 정부를 바라보는 시점에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위로는 정권을 압박하고 아래로는 주민을 흔든다
연이은 핵 실험 이후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우선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5차 북한 핵 실험 당일인 9일 라오스 현지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 밝혔고, 이어 2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꺾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 강조했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 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병진 노선을 선언하였고, 이를 꾸준히 그리고 확실히 추진하며 나아가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의 경우 국제 사회에 북한의 행태와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면서 인식 전환과 북한 저지를 위한 공조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한 제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홍샹(鴻祥) 그룹은 제5차 북한 핵 실험 이후 미국이 처음으로 칼을 빼 든 대상이라 볼 수 있으며, 중국 당국은 지난 20일 그룹 관계자를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하나는 북한 주민을 흔드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68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행한 연설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군의 헌신과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 대량 응징 보복 능력 등 우리 군의 독자적인 대응 능력 강화를 주장한다. 그리고 나아가 북한이 처한 참혹한 실상과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우려하며,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는 여러분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권리"라고 덧붙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북한 당국 간부들과 주민들을 직접 언급하며 처음으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대북 메시지를 보낸바 있다. 그리고 이번 국군의날 연설에는 한발 더 나아가 "북한 군인과 주민들에게 희망의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며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실상 내부에서 시작하는 북한 체제 분열과 붕괴 촉진 역할을 담당토록 주민을 흔드는 것이란 분석이다.
대북 정책,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인가
이러한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 개발, 미사일 발사는 확실한 잘못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감정적, 상호 파괴적 대응 역시 옳지는 않다. 스스로에게 "북한 붕괴나 대량 탈북에 준비가 되어있나" 혹은 "국가 원수의 공식 연설에 대량 탈북과 같은 발언이 현재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간 긴장 국면 해소에 도움이 되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생존과 안보는 국가의 가장 큰 목표이자 의무이다. 그러나 유일한 것만은 아니다. 생존과 안보의 문제라 하여도 효용, 대가, 논의, 절차 등을 간과하면 안 된다. 긴장과 갈등의 국면에서도 각종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면 전환의 가능성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국민들이 가장 소망하는 것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안전한 삶의 터전이며, 궁극적인 바람은 한반도 통일과 민족의 번영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대치와 갈등 국면에서 대량 탈북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의미한다. 평범한 북한 주민이 이와 같은 대통령 연설을 직접 접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 상황에서 그보다는 북한 정권을 자극하여 남북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히려 이러한 자극적인 발언 때문에 북한 정권의 주민 통제와 인권 탄압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 대응은 어쩌면 국면 전환의 길을 아예 막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어떻게 해야 중국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까
한국 정부는 국제 공조를 통한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번 5차 핵 실험 이후 그 강도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유엔 안보리는 5차 핵 실험 직후 긴급 회의를 열고 '의미 있는 추가 제재'를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뒤를 이은 10월 5일 안보리 상임이사국 영국의 유엔주재 대사는 유엔 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실제 북한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려고 유엔 안보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우리가 효과적으로 북한의 핵 실험,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의 협조가 필수라는 사실이다. 중국은 북한의 대외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제재를 통해 북한의 돈줄을 죄려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의 철저한 협조가 없다면 성공은 요원하다. 국제 제재 이후 중국의 홍샹(鴻祥) 산업개발과 시안콴청(西安寬誠) 실업유한공사 등이 관련 문제로 불거진 상황에 중국의 성의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 한반도를 포함하는 주변의 안정을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로 생각한다. 중국의 턱 밑에서 북한이 핵 실험, 미사일 개발로 지역의 불안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일본과 타이완 등지에 연쇄 반응이 일어날 것을 경계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이 제재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자국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것도 우려한다. 중국이 생존과 안보에 관련한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도 나름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중국에는 중국의 입장과 이익이 존재하며, 그들이 한국의 이익을 위해서 반드시 노력할 필요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개발은 위험한 것이나, 그 정도와 충격이 우리와 같은 수는 없다. 그리고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본래가 상당히 복잡하여 중국의 입장에서는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필요한 태도는 스스로의 입장이나 당위성에 근거하여 중국에게 무엇을 요구하기 보다는 그들의 상황과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서로의 이익이 만나는 부분을 중심으로 설득하며 필요한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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