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수명연장, 괜찮은 건가요?

[함께 사는 길] 경주, 지진 그리고 원전·③

수많은 안전성 논란에도 수명연장을 결정해 가동 중인 월성원전 1호기가 계속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월성1호기가 제2정지계통의 정기시험 도중 헬륨주입밸브 누설로 인해독물질(가놀리늄)이 원자로에 유입되어 자동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에 고장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또 고장이 난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원자로 안전정지계통의 밸브가 작동시험 중 고정장치의 조임력 부족으로 미세하게 열려(0.1mm) 원자로 정지용 액체물질(가돌리늄)이 원자로 내로 유입되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정지계통의 동일라인에 있는 다른 밸브의 디스크 손상으로 미세한 내부누설도 확인하고, 누설방지를 위한 고정 장치를 설치고, 안전정지계통에 설치된 동일한 유형의 밸브 전체의 내장품을 교체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안전정지계통에 밸브 누설 등은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방사성물질 등의 유출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수명연장의 과정에서 안전성 심사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명연장 이후 잦은 고장 사고와 전원 상실 사고 은폐 그리고 결국 폐쇄 결정으로 이어진 고리1호기의 전철을 월성1호기 역시 밟아나가는 건 아닐까.

▲ 월성1호기는 수명연장 이후 두 차례나 고장사고를 일으켰다. 안전성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필수서류도 없이 결정한 월성1호기 수명연장

사실 월성1호기는 수명연장 심사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논란이 거듭되었다. 수많은 안전성 미검증, 최신안전기술기준 미적용 등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다. 하지만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지 않은 채 2명의 원자력안전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로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통과시켰다.

월성원전 바로 앞에 살고 있는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이와 같은 결정을 인정할 수 없었다. 결국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이 문제점을 밝히고,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2167명이 참여해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하였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7월 20일 열린 7번째 재판에서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 승인 당시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심사단장을 맡았던 성게용 부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서 신문이 진행되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안전성 평가보고서들에 대한 기술적 심사를 진행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성게용 부원장은 수명을 30년에서 10년 늘리는 것 외의 수명연장 과정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운영변경허가는 원자력안전위원들의 논의 없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가 결정해서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수많은 운영변경 허가 사항을 원자력안전위원들의 심의 없이 진행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수명연장 심의에 제출해야 할 필수서류인 '운영변경 허가 전후의 비교표' 역시 설계수명을 10년 연장한다는 사항 외에 나머지 변경 사항들은 원자력안전위원들에게 제출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도 밝혀졌다.

성게용 부원장은 설계수명을 10년 연장한다는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 개정안 외의 운영변경허가 전후의 비교표를 심사 서류로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들이 세세한 변경사항에 대해 심사를 할 수 없고 원안위원들이 담당할 레벨이 아니라고 변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들이 수명연장 과정에서 진행된 운영변경의 내용들을 제대로 보고 심사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명백히 원자력안전위원들의 심의 권한을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가 침해한 것이다. 결국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0년 수명연장 운영허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 관련 서류를 제출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월성원전 1호기 운영변경허가를 내린 셈이다.

최신 기술기준 적용 안 해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과정 내내 논란이 되었던 최신안전기술 적용에 대해서도 문제는 드러났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계속운전'을 위해서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에서 계통구조물기기에 대하여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평가할 것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성게용 부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안전성 평가에 있어서 '주기적 안전성 평가서'는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유효한 기술기준을 적용했다고 증언했다.

수명연장 심사 당시 월성1호기가 원전의 격납건물계통에 대한 요건 최신 안전기술 기준인 R-7을 적용해서 평가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있었다. 더구나 같은 원자로 모델인 월성 2, 3, 4호기에서는 다 적용하고 있는 기술기준을 월성1호기만 적용하지 않아 논란이 더욱 컸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이에 대해 그동안 애매모호한 답변을 반복해왔다.

재판에 와서야 성게용 부원장은 하위 법인 고시에 R-7이 명기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주기적 안전성 평가서는 최신기술기준이 아닌 월성1호기 운영허가 당시인 1983년 기준을 적용해서 문제가 없다고 증언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 당시는 인정하지 않다가, 이제야 R-7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주민들의 고통은 늘어만 간다

문제투성이 월성1호기가 계속 가동되고 있는 사이 주민들의 고통과 위험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월성원전 바로 앞에 살고 있는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 30여 가구는 2014년 8월 25일부터 2년째 원전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는 위험한 원전 앞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주를 요구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원전의 가동으로 인해 발생한 방사능 피폭의 위험에 항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동국대학교, 조선대학교,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방사성물질 삼중수소 피폭조사를 진행했다. 나아리 주민 61명의 소변을 조사한 결과 61명 모두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검출량은 평균 8.36Bq/l(리터당 베크렐)이며 최대 검출량은 28.8Bq/l 로 나왔다.

▲ 지난 7월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심사단장은 수명연장 결정 과정에서 각종 허가사한이 원안위 위원들의 심의 없이 진행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월성1호기 수명연장 가동 이후 조사한 2015년 말 주민들이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뢰해 진행한 삼중수소 피폭 조사에서도 40명 전원에게 삼중수소가 평균 17.3Bq/l 검출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사에 참여한 5세부터 19세까지의 9명의 아동과 청소년에서도 모두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다. 원전이 들어서면 지역이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는 선전해왔다. 하지만 지금 주민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고, 삼중수소 피폭, 갑상선암 다량 발생 등이 드러나면서 마을에 이사를 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주민들도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고 싶지만, 부동산 거래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에도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월성원전에서 불과 51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으로 큰 불안과 공포를 경험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명 끝난 노후 원전 월성1호기의 연이은 고장과 정지사고는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을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누진제 논란 이면에 감춰진 것들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냉방기 사용으로 인한 주택용 전기의 누진요금 논란이 가속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수요관리나 에너지 복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택용 전기 수요를 누진요금을 통해 단순히 억제해온 정부 정책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성장과 공급 위주로 산업용 전기를 싸게만 공급하기 위해 전력정책의 모든 면이 맞춰 있었던 점에 있다.

또한 이런 논란의 이면에는 원전 앞에 살고 있는 나아리 주민들과 같은 지역의 희생이 있다. 싼 전기만을 산업체에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원전 주변 주민들의 건강과 경제, 삶을 파괴해온 흑역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누진요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에는 씁쓸한 마음이 더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폭염에 전기요금 걱정에 에어컨도 마음 놓고 켤 수 없는 상황을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전기를 싸게 만들어 많이 공급해야 하고, 산업계가 아무런 부담과 노력 없이 싼 전기만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력정책의 원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제대로 된 수요관리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전기 낭비를 줄이고,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지역이 전력 자립하고 각 가정에서도 가능한 태양광 등을 설치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문제투성이 월성1호기 문 닫고, 더 이상 제2, 제3의 나아리는 만들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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