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실전 배치 임박, 제재는 글렀다

[현안진단] 북핵 대응책이 아니라 해결책을 생각할 때

사상 최강 대북 제재의 결과는 5차 핵 실험

9월 9일 9시 30분(북한 시각 9시) 북한은 5차 핵 실험을 단행했다. 핵 실험 직후 북한의 관영 매체는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실험"을 했으며, 이제 핵탄두가 "전략탄도 로켓들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되었다고 전했다.

핵탄두 폭발 실험은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형태의 탄두로 제작하여 신뢰성을 검증하는 것으로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해당한다. 이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실전 배치 직전의 단계에 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북한의 5차 핵 실험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예견되어온 바다. 올해 초 4차 핵 실험 직후 북한은 성명을 통해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있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북한을 책임 있는 핵 보유국이라고 규정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항구적 전략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3차례의 핵 실험과 3차례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단행되었으며, 이는 북한의 전체 핵 개발 과정의 절반을 넘는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단 한 차례도 핵 무기 개발을 포기할 의사를 밝힌 적이 없으며, 북핵 협상이 이루어진 바도 없다. 이로 볼 때 김정은 정권의 의도가 핵 개발 시도를 담보로 한 협상이 아니라 우선적인 핵 보유에 있다는 판단이 가능해지며, 김정은 정권은 '핵 협상 전략'이 아니라 '핵 보유 전략'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차 핵 실험 직후 김정은은 핵탄두 폭발 실험과 다양한 탄도 로켓 발사를 지시했다. 이후 북한은 이미 실전 배치된 핵탄두 탑재 가능 스커드 및 노동 미사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사했으며, 중거리 탄도 미사일 무수단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북극성의 개발에도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6자 회담,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 그리고 한국과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 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 능력을 강화한 것이다. 북핵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정책이 결국 무위로 끝나가고 있는 데 대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 위)이 지난 5일 탄도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노동신문

왜 해법이 아닌 대응책에 매달리는가?

올해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정부는 개성공단의 폐쇄에 이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북핵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미 당국은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번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동방경제포럼, 중국 항저우(杭州) G20 회의, 그리고 라오스 동아시아 정상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드 배치가 그 효용성과 상관없이 북한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 KAMD, 그리고 북한 핵 무기가 사용될 징후가 있을 경우 이를 선제 공격으로 파괴한다는 킬체인(kill chain) 모두 북한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전제로 한 대응책이다. 최근 북한의 북극성 발사 성공 이후 대응책으로 모색되고 있는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역시 동일한 맥락에 놓여 있다.

1990년대 초 1차 핵 위기 이후 우리는 한결같이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삼아왔다. 어떤 경우에도 남북은 핵무기를 개발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에서 북핵 문제는 해결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 실험을 할 때마다 대응책 내놓기에만 분주하더니 이제는 어느새 근본적 해결책은 운위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번 5차 핵 실험 이후에는 아예 미 전술핵의 재반입과 우리의 핵무기 보유 등의 목소리까지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우리 스스로에 의해 포기되고 있는가?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게 되면 상상을 넘어서는 재앙이 언제든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잠재하게 된다. 좁은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민족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상황을 막을 해법은 찾지 않고 북한이 핵무기로 도발할 경우 강력히 응징 보복한다는 사후적 대응책만 밝히고 있다.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이외에 그 어떤 대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겨야 한다.

미-중에게 북핵 문제 해결은 후차적이다

미국 오바마 정권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전략적 인내로 대응해 왔으며, 이 사이 북한은 차근차근 핵 능력을 강화해왔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핵 위협이 적어도 당분간은 미국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안보 정책상 자신들에게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이 증대되는 상황에서도 '인내'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차 북 핵 실험 이후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대응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사드 체계가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한 요격뿐만 아니라 중국의 안보적 이해 관계와 충돌할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 정부는 해상 사드로 불리는 SM3 미사일을 차기 이지스함에 장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뿐만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 위기 때마다 미국은 핵잠수함과 핵 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 항구에 입항시키고 핵 순항 미사일(ALCM)을 탑재한 B-52 전략 폭격기와 B-2스텔스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켰다. 이들은 모두 전략 무기 체계로 그 영향력의 범위가 중국까지 도달하는 것들이다. 사드 배치 논란에서 보이듯이 북한의 핵 위협 증대는 아시아 회귀를 외치고 있는 미국이 전략 무기 전진 배치의 명분으로 작용해온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을 억제하기 위한 자신들의 미사일 공격망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구사하고 있는 A2AD(Anti-Access Area Denial) 전략은 사실상 미 항모 함대를 견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이 같은 중국의 전략적 구상에 심각한 제약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사드 배치 결정으로 부각되고 있는 미-중 간 갈등과 중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은 북핵 문제의 해결이 아닌 미-중 간 패권 경쟁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전략 무기 전진 배치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에 대한 안보적 견제 능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 우리는 이미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세상'에 와 있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다.

▲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TV는 9일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5차 핵 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우리 주도의 북한 비핵화 노력이 절실하다

북핵 문제를 빌미로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사이 한국은 심각하고도 위중한 안보적 위협에 놓이게 되었다. 북한의 핵무기가 실전 배치에 임박했다는 판단은 이제 상식이 되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이 핵 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도 점차 명백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북한 핵 문제의 완전하고도 궁극적인 해결 이외에 그 어떤 대안도 존재하지 않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통일로 가는 첫 걸음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자각하고, 북핵 위협의 직접적 당사자인 한국이 주도적으로 비핵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압박의 대상은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6자 회담이 현재까지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를 주도한 미국과 중국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에게 북핵 문제의 우선적 해결에 대해 단호하고도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한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넘어 동북아 안보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토록 해야 한다.

대북 제재와 압박 일변도 정책의 한계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독재 체제 및 불량 국가가 국제적인 제재와 압박으로 기존 정책을 포기하거나 긍정적인 변화를 선택한 사례는 거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핵 개발에 나서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제재에 굴복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따라서 압박과 제재를 견지하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관여(engagement)의 확대를 통해 비핵화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 문제가 미‧중간 패권 경쟁의 소재로 이용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선 비핵화를 위한 전방위적 차원의 북한 설득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공개든 비공개든, 직접이든 간접이든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북 특사 파견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 핵 개발의 주요 이유인 북한의 위기 의식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남북한의 상생과 공영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제안한 바 있는 '최고위급 회담'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북핵 문제의 복합성을 고려할 때 최고위급 차원의 협상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북한이 제기한 군사 당국 간 대화에도 적극 나서서 북핵 문제를 평화 체제 문제와 함께 입체적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북한 핵무기가 실전 배치되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미국의 확장 억제에 의존한다 해도 한반도는 상시적인 핵 참화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 형식과 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북핵 협상의 대화 채널을 전방위적 차원에서 가동하여 북한 핵 개발의 즉각적인 동결과 궁극적인 비핵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핵무기 개발은 민족 전체의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북한을 자멸의 길로 이끄는 것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관여의 확대를 기해나가야 할 것이다. 대북제재의 강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그 일환이다. 적어도 식량과 의약품에 한해서는 분배의 투명성을 전제로 무제한적인 대북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는 기아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답이며, 계기마다 반복되는 대응책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뒤쫓아 다니지 말고 앞장서서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위한 주도적이고 공세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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