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가 왜 단식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기고] 28일 생신제 '한광호가 빛나는 날에'

양재동에 곡기를 끊은 상주가 있습니다. 열사의 (이복)형인 국석호입니다. 단식을 시작한 이유는 단 하나. 동생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입니다. 단식을 결심하면서 그는 어머니께 "이번에는 서울에 조금 오래 있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하고 나왔다고 합니다. 동생을 잃고 슬퍼하는 어머니 앞에서 이제 본인이 무기한 단식을 하려고 한다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뱉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로 9일차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무기한 단식입니다. 또 다른 죽음을 막고, 지옥 같은 6년의 시간을 건너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국석호는 동생의 영정 옆에서 목숨을 걸었습니다. 검은 얼굴은 더욱 거메지고, 몸에 힘이 빠져갑니다.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도로변에 초라하게 쳐진 차양막 하나에 기대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비닐하나 치지 못하는 현대차 본사 앞에서 효소 하나에 의지한 채 노숙을 하며, 단식을 버팁니다. 어쩌면 옆에서 웃고 있는 동생의 영정을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결의를 다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화가 납니다.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는 요구가 그렇게 무모한 외침이었을까요. 20년 가까이 일해 온 일터를 조금 더 사람 냄새 나게 만들자는 마음이 그렇게 용서받지 못할 마음이었을까요. 노동자들이 뭘 그리 잘못했기에 1927일 동안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을까요. 노동자들이 어떤 죄를 졌기에 괴롭힘에 시달리다 죽어나가야만 할까요. 회사의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것이 뭐 그리 무리한 일이라고 열사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길에서 잠을 청해야 할까요. 동생의 장례를 치르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기에 상주가 단식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요.

불법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이라는 물리적 폭력이 지나간 공장에는 감시와 차별, 괴롭힘이 남았습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같이 쉬고 있으면 관리자가 와서 비흡연자에게만 왜 쉬냐며 나무랍니다. 잔업/특근시 지급되는 간식을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만 고의로 누락시킵니다. 어떤 날은 '어용' 노조를 시켜 폭력과 욕설이 발생하도록 유도합니다. 그걸 몰래 녹음해 노동자들을 고소·고발 합니다. 혹여 벌금형이 나오면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에 들어가 또 다시 괴롭힙니다. 일상적으로 잔업/특근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배제시키고, 임금을 차별합니다. 이렇게 회사는 6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노동자들을 괴롭혀왔습니다.

ⓒ김미성

그나마 위안은 이제 조금씩 진실들이 밝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조파괴에 맞서 싸웠던 노동자들의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고, 회사가 만든 '어용'노조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검찰의 솜방망이 수사에 지연되어 왔지만 유성기업 유시영 대표이사의 재판 역시 그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제2노조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기 무섭게 제3노조를 설립합니다. 해고무효 판결이 나오자마자 항소를 합니다. 끝나지 않는 지옥. 이 싸움이 끝나면 노동자들의 마음에 남은 상처들도 아물 수 있을까요.

8월 27일은 한광호 열사의 생일입니다. 살아있었다면 42세가 되어 동료들과 함께 생일을 축하받을 8월 27일, 그의 형은 12일 째 단식을 이어갑니다. 유성 범대위에서는 한광호 열사의 생일을 기억하기 위한 생신제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8월 27일로 예정된 세월호 국민촛불에 작은 마음이나마 보태기 위해 생신제는 8월 28일(일) 오후 4시부터 진행합니다. 이 날만큼은 양재동 단식농성장에 한광호의 생일을 기념하는 생일나무를 놓고, 많은 분들의 생일축하 편지도 받아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보실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27일과 28일은 한광호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8일 양재동 농성장을 찾지 못하더라도 SNS에서, 각자 있는 곳에서 한광호의 생일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동생의 영정 옆에서 곡기를 끊은 국석호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생일을 보낼 한광호와 그의 형 국석호,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생일날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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