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 단층에 핵발전소 짓는다고?

[함께 사는 길] 핵발전소와 지진 ②

한반도에는 많은 핵발전소가 건설되어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이 한반도에 지진 확률이 제일 높은 지역 중의 하나인 경상도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에 경상도에서는 제4기 이후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단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비록 발생 주기는 길지만 진도 7.4 이상의 대규모 지진이 한반도에 일어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활성 단층에 핵발전소 못 짓게 규정 바꿔야

일본의 경우 9.0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아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위험지역에 핵발전소를 건설 운영함으로써 후쿠시마에서와 같은 대형 재해가 발생하였다. 이 재해로 인해 후쿠시마와 그 인근 최소 50킬로미터(㎞) 이내 지역은 향후 수십 년간 거주가 불가능한 수준의 방사능 피해가 지속될 것이고, 이 지역 주민은 자손대대 유전자 변형에 의한 피해의 고통을 받을 것이다. 후쿠시마의 비극은 한반도가 지진에 안전하다는 생각 아래 핵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임을 알려주는 증거이자, 지진과 관련된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해 정부와 국민의 바른 이해와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사건이다.

▲ 일본 후쿠시마는 2011년 핵발전소 폭발와 대지진, 쓰나미 등으로 폐허가 됐다. ⓒ프레시안(최형락)

한반도는 판의 경계부에 위치한 일본이나 네팔보다는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는 없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일 수 없는 이유는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한반도 형성 과정에서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 해역에는 많은 단층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많은 활성 단층(제4기 단층)이 확인되었다.

둘째, 현재 한반도와 그 일대에는 현재도 진행 중인 히말라야 산맥을 형성시킨 아시아판과 인도판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고, 일본 하부로 태평양판의 섭입(攝入, subduction)이 미치는 힘에 의해 동북동-서북서 방향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셋째, 이들 힘이 축척되면 기존의 단층들이 움직여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과 활성 단층에 대한 기존 연구와 역사 및 계기 지진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활성 단층의 정의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활성 단층은 앞으로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단층으로 정의되어야 하며 180만 년 전 즉 제4기 이후 한반도와 그 주변의 지구적으로 미치는 힘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제4기 이내에 움직였던 증거가 있는 제4기 단층을 활성 단층으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선정 시에는 활성 단층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으나, 핵발전소 건설 시에는 활동성 단층(5만 년 안에 1번 혹은 50년 이내에 2번을 움직인 단층)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활동성 단층뿐 아니라 제4기 단층도 앞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핵발전소 건설 시에도 활동성 단층이 아닌 활성 단층(제4기 단층)을 고려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발생 가능 진도 7.4 핵발전소 내진설계는 6.5

▲ 한반도에서 일어난 역사 지진들의 위치와 수정 메칼리 지도. ⓒ기상청
한반도에 일어날 수 있는 최대지진은 주기는 매우 길지만 진도 7.4 정도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강한 지진이 이미 역사 지진 연구를 통해 한반도에서 일어났을 가능성도 인지되고 있다. 비록 발생 주기가 매우 길기는 하지만, 그 시기가 내일이 될지 수천 년 후가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핵발전소에 대한 내진 설계는 과거에는 0.2G(200 Gal)로서 진도 6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최근에는 0.3G(300 Gal)로 대략 진도 6.5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핵발전의 경제성을 위해 일어날 확률이 낮은 진도 7.4 정도의 내진 설계는 필요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재해의 경우 일본에서도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은 진도 9 정도의 지진을 간과함으로써 최소 수십 년에 걸쳐 광범위한 지역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게 되었으며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일본과 같이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핵발전소 재해에 의한 피해 주민들이 이주할 곳이 없어 오염된 지역에 살면서 자손 대대로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역시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도 핵발전소 사고에 의한 재해가 일어날 경우 일본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핵발전소가 울산, 부산과 같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으며 한국의 주요 산업 시설이 집중된 지역 주변에 위치하고 있어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날 경우 그 피해가 일본보다 더 클 것이며 한국 경제도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따라서 0.2G로 설계된 핵발전소는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며 0.3G로 설계된 핵발전소의 내진설계도 상향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사는길

현재 한반도의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매우 부족한 형편이며, 앞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활성 단층(4기 단층)이 점점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지진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위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며 어쩔 수 없이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경우, 현재 발견된 활성 단층 주변에는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말아야 하고 국내에서 예상되는 최대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아가야 할 것이며 신설하지 않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국내에서는 에너지 과소비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그리고 과거 한국의 경제 성장기에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행했던 싼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정책이 아직 계속되고 있어, 이러한 에너지 과소비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백화점 등 상업 지역에서의 과도한 전기 사용과 갈수록 늘어가는 대형 전광판 등에 의해서도 엄청난 에너지 과소비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과소비를 위해 현재 많은 인구가 집중되어 있으며, 국가 경제에 중요한 기반시설이 많이 분포한 경상도 같은 지역에 핵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될 수 없다.

핵발전은 그 위험성과 함께 핵발전소 건설, 핵발전에서 발생된 폐기물 처리를 고려할 때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에너지다. 핵발전소 자체가 폐기물이며 그곳에서 나오는 폐기물 처리에 수백 년 내지 수만 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수십조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핵발전에 투입되는 돈을 에너지 절약부분과 신재생에너지에 투입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핵발전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새로운 직장도 많이 만들어지고 훨씬 안전한 에너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매우 위험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 핵발전소를 더이상 건설하지 말고 에너지 절약이나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안전한 에너지 공급과 새로운 직장 창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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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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