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發 '계란 공안 정국', 성주 주민 희생양?

경찰, 비디오 분석 시작'…황교안 뺑소니 사고' 진실은?

경찰이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경상북도 성주 방문 당시 벌어진 격렬한 주민 항의를 '불법 폭력 행동'으로 보고 증거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 등에 반발해 황 총리에게 물병·계란을 투척하고, 황 총리가 탑승했던 버스를 에워쌌던 주민들을 공무 집행 방해나 교통 방해 혐의로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성주 군민은 '사드 성주 배치 반대 범국민 비상대책위원회'를 '사드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발족하고 중장기 투쟁을 준비 중이다. 21일 대규모 상경 집회도 예고했다.

아울러 황 총리가 성주를 빠져나오던 당시 아이들이 타고 있던 주민 차량을 들이받고 후속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사건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당시 황 총리를 경호하던 경찰은 해당 주민 차량의 유리창을 깨부수는 등의 행위도 했다.

경찰, 현장 비디오 분석 후 주민 소환 조사 방침

경찰은 경북지방경찰청에 수사관 25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 달걀·물병 투척을 한 인물의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채증 비디오를 분석하고 있다.

황 총리가 군청사를 빠져나와 탑승했던 버스를 트랙터로 가로막은 주민에 대한 처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북경찰청은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이 같은 경찰 방침을 '공안 정국을 조성해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내어 "지역 주민들을 처벌하기 이전에 정부는 먼저 자신의 잘못부터 돌아보는 것이 먼저"라면서 "계란 투척을 핑계로 사드 문제를 공안정국으로 덮으려는 정부 의도가 있다면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또한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총리가 "변변한 수습책도 없이 몸으로 때워 보려다 자초한 일"이라면서 "사드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공안 조성을 통해 차단하려는 꼼수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사드 도입에 따른 포괄 안보 영향 평가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군사적 효용성, 정부 의사 결정의 타당성, 대(對) 중-러 외교 대책, 비용 규모와 부담 주체 조사, 미사일 방어(MD) 참여 여부, 객관적 환경 영향 평가 등 여섯 가지 항목에 대해서 철저히 검증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장기전' 준비하는 성주…투쟁위원장 "우리 지역만 안 된다 아니다"

성주 군민은 장기전을 준비 중이다. 황 총리가 다녀가고 이튿날인 16일, 성주 군청에서는 사드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가 발족했다.

이재복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영길 도의원, 백철현 군의원, 김안수 경북도친환경농업인회장 등 4명이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기존 비상대책위원 55명에 인원을 추가해 200여 명의 위원을 구성했다.

이들은 출범식 결의문에서 △ 평화 시위로 사드 배치 철회 때까지 투쟁 △ 대규모 상경 집회 등 반대 운동 전개 △ 주민 무시 탁상행정 및 행정 절차 하자에 대한 법적 투쟁 등을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이제는 하나의 목적으로 가야 한다. 우리 지역만 안 된다는 목적이 아니다"라면서 "참외가 되고 안 되고는 그 다음 차례다. 우리가 '괌에 방문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고 대가를 달라고 한 적도 없다. 언론 기사를 보면 굉장히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항곤 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은 지난 12일 시작한 단식 농성을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국방부 청사 앞 1인 시위와 군청 앞 릴레이 시위, 저녁 촛불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19~20일로 예정된 국회 '사드 긴급 현안 질의'에도 주민 대표단을 꾸려 방청하기로 했다. 21일에는 대규모 서울 투쟁을 한다.

투쟁위 발족식에는 경북 성주·칠곡을 지역구로 하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기타 지역 여당 인사도 참석했다. 이 의원은 "왜 성주가 군사적 효용성이 가장 큰 최적지인지 내용을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소속 인사의 '사드 성주 배치 반대' 일성에 발족식 참가자 일부는 "새누리당부터 탈당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황교안-주민 차량 '뺑소니' 사고 논란

황 총리가 탑승하고 있던 승용차가 성주를 빠져나오던 중 주민들이 타 있던 차량을 들이받고 그대로 떠난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의 승용차는 15일 저녁 성주읍 성산포대의 한 정비공장 앞 편도 2차로에서 사드 배치 주민 이민수(37) 씨가 자신의 차로 도로를 막아서자, 이 씨의 차 범퍼 뒤쪽을 들이받아 밀어낸 후 후속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황 총리를 경호 중이던 경찰관은 이 씨의 승용차 운전석 유리창을 발로 차고 곤봉으로 부수며 위협하기도 했다. 당시 이 씨의 차 안에는 아내와 10세 딸, 7세 쌍둥이 아들도 타고 있었다.

경찰은 단순 접촉 사고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한겨레> 취재에 "이 씨가 후진을 하면서 앞으로 가고 있던 황 총리 승용차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황 총리의 승용차가 길을 막는 차량 범퍼 뒤쪽으로 진행하면서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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