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北 김정은에게 축복이다!

[박홍서의 중미 관계 돋보기] 미-중의 한반도 '분할 지배' 성큼

7월 8일, 한미 국방 당국의 전격적인 사드 배치 확정은 과연 합리적인 결정인가? 사드의 목적이 애초 북핵 위협 차단이라는 점에서 보면 전혀 합리적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남한 내 사드배치는 북-중 동맹을 강화시켜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증강시킬 수밖에 없다.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중국 외교부의 성명은 이를 암시한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관영 언론은 좀 더 노골적으로 이제 북핵 문제를 재고할 시간이 되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김정은 정권에 '축복'이 되어버린 사드 배치 결정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4차 핵 실험 이후 전개된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시진핑 집권기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복원하고 강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당연히 이 모든 상황은 김정은 정권에게는 '축복'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또 다른 도발을 통해 사드 배치를 아예 '불가역적'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때다 하고 SLBM 시험 발사에 나선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중국이 '사악'해서 남한 내 사드 배치를 북-중 동맹 강화로 맞받아치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국제 정치의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 논리에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이다. 작용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반작용이 있는 게 자연의 섭리다. 현실주의 시각에서 충분히 '합리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에 관여한 이들은 불 보듯 뻔한 이러한 전망을 과연 하지 못했을까? 두 가지 중 하나다. 못했다면, 그것은 세력 균형 논리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외교 정책 결정자로서 심각한 자격 미달이다. 반대로 알고도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그 기저에 깔린 정치적 꼼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15년 현재 한국은 1년 54조 원을 대중국 무역 흑자로 벌어들이고 있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벌써 대중국 수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경제 위기를 말하면서 왜 박근혜 정권 스스로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주려 하는가? 결국 국가 이익이 아닌 정권 이익에 편승한 결정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사드 문제를 정치 쟁점화해 총선 이후 불리한 국내 정치를 반전시키고 대선까지 몰고 가겠다는 포석인지도 모른다.

미국으로서도 사드 배치는 여러모로 쓸모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중국 견제라는 측면이 부각되지만, 동북아 동맹 구조를 강화하는 '집토끼' 관리 전략으로서도 효과적이다. 이도 아니면,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거대 군산 복합체를 배불리는 데도 그만이다.

▲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사드(THAAD) 배치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중국으로서도 장기적으로 대북 영향력을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큰 손해는 아니다. 한미 동맹 강화에 맞서 북-중 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동맹 이론이 설명하듯, 강대국-약소국 간 비대칭 동맹 관계가 밀접해 질수록 약소국은 강대국에게 자신의 자율성을 내줄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 미-중의 한반도 '분할 지배' 공고화로 이어질 것

결국 사드 배치로 향후 한반도에 대한 미-중 양국의 '분할 지배'가 보다 공고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중 양국은 상호 간 충돌을 극도로 회피하려 하고 있다. 고도의 핵무기와 경제적 상호 의존이 심화될 대로 심화된 상황에서 전쟁은 곧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중 관계가 공고한 '협조 체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원만한' 남북 관계를 토대로 한 안정된 한반도는 미-중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각각 남북한과 동맹으로 연결된 미국과 중국에게 한반도 분쟁은 곧 상호 간 무력 충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북 관계가 갈등 상태에 빠져 있고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하다면, 미-중 양국은 그 차선책으로 한반도에 대한 기득권 강화에 골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남한이라는, 중국은 북한이라는 각자의 세력권에 대한 확실한 유지 관리가 그것이다. 냉전시기 미-소 양국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에게 한반도는 그들 사이의 거대한 완충 지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강대국들은 한반도를 전장 삼아 충돌하기도 하고, 또한 언제 그랬느냐며 타협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한반도 주민들이 다치고 죽어나갔다.

강대국에 빌미 제공해온 한반도 통치 권력들

이러한 비극의 역사를 강대국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강대국들이 무턱대고 '한반도 문제'에 개입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빌미는 결국 한반도의 통치 권력들이 제공했다. 1894년 청일 전쟁도, 신탁 통치가 무산돼 1950년 전쟁으로 비화된 것도 모두 한반도 정치 권력들의 편협한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비롯되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세력 경쟁이 어떻든 권력 강화에만 몰두했던 19세기 고종이나, 신탁이네 반탁이네 극한의 권력 투쟁을 벌였던 해방 정국의 정치 세력들은 한반도 문제를 산출한 장본인들이었다. 고종이 전향적인 국가 개혁에 나섰다면, 일제가 '조선 내정 개혁안'을 명분으로 어떻게 청일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겠는가? 해방 정국의 그 아귀다툼이 없었다면 어떻게 피비린내 나는 한국 전쟁이 발발할 수 있었겠는가?

2016년 한반도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남북한 통치 권력은 여전히 반목하며 한반도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미-중 양국으로서는 한반도 문제를 활용해 자신들의 기득권만 챙기면 그만이다. 사드는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남북한 권력은 언제까지 강대국들을 한반도 문제에 끌어들일 것인가? 그 과정에서 언제까지 한반도 주민들의 권익을 훼손할 것인가? 소설 <동물 농장> 속 상황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를 한반도 북부와, 경제는 성장했을지 모르나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피보호국임을 자처하는 한반도 남부의 통치 권력들은 이제 답해야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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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서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의 대한반도 군사개입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연구교수 및 상하이 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역임하고, 현재 강원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관계 이론,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반도 문제이다. 연구 논문으로 <푸코가 중국적 세계를 바라볼 때: 중국적 세계질서의 통치성>, <북핵 위기시 중국의 대북 동맹 딜레마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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