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왜 남중국해가 문제인가?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미-중 전략적 경쟁의 구조화 ① 해양안보에 대한 인식차

2010년대 동아시아 안보 연구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주제는 단연코 미-중/중-미 관계이다. 한반도에 국한하더라도 '미-중 관계와 한반도'라는 제목의 연구 및 기사는 수없이 많다. 사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그리고 군사적 도발도 그 해결 과정에는 어김없이 미-중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중요하고 지역적이나 세계적으로 함의가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양국 간의 협력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또한 다양한 지역 현안의 관리와 해결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왜 요즘 국내외 언론에서는 양국 간 협력보다는 갈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일까? 오래 전에 전문가를 자칭하는 식자들이 미-중 관계를 '부부 관계'에 비유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협력과 갈등의 이중주'라는 더 모호한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왜 요즘 미-중 관계는 '갈등의 오케스트라'처럼 들리는가?

'대양 국가' 미국과 '대륙 국가' 중국에게 '바다'란?


앞으로의 글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근본적인 국익 및 인식의 차이가 다양한 현안 및 쌍무, 다자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 첫 순서로 해양안보를 다루려고 한다. 이 이슈, 영역에 대해서는 양국이 사활적(vital) 이익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영해, 영토 분쟁 및 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다층적 이해관계에 의해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 중간에 위치한 '대양 국가(inter-oceanic power)'다. 육지로 연결된 캐나다와 멕시코는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고 미국 대륙을 침공하기 위해서는 대양을 건너야 한다. 대양 국가는 정의상 바다를 통해 상업 및 경제 이익을 추구하고 동시에 다른 지역/국가의 연안에 접근(access)할 수 있어야 한다. 냉전기 소련에 대해 미국이 해상 우위를 점한 것, 그리고 중국에 대해 동아시아의 섬나라나 연안 국가를 중심으로 동맹 혹은 파트너십을 형성한 것도 같은 논리이다. 미국에 있어 해양은 기회이자 도전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전형적인 '대륙 국가(intercontinental power)'다. 해안(1만8000킬로미터)보다 육속 국경(2만2000킬로미터)이 조금 더 길고, 역사적으로 중국(즉, 중원)에 대한 위협은 서쪽과 북서쪽에서 유래했다. 식민지의 시대라 일컫는 19세기에는 바다로부터의 침략을 막지 못해 1840년 이후 '치욕의 백 년'을 맞았다. 중국 공산당군은 해, 공군이 없는 육군이었고, 1949년 건국 후에도 육군대장인 샤오진광(肖勁光)이 무려 30년간(1950년 1월∼1980년 1월) 해군사령관을 맡았다.

해양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게 된 것은 개혁 개방 정책의 추진이 계기가 되었다. 1980년대 해군사령관을 지낸 류화칭(劉華淸)은 해양 전략과 해군 역할의 중요성을 정립한 공로로 '중국 해군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이 해양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고, 대륙 국가로서 반(反)접근(anti-access, 중국어로는 '反介入') 전략을 채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중국에 있어 해양은 위협이자 주권이다.

해양에서 미-중의 국익 충돌과 인식차

미국과 중국은 국가 이익이 다르고 또한 해양이 국익에 갖는 의미를 달리 해석하고 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양국이 국제법과 유엔해양법(UNCLOS) 조항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공해와 전관경제수역(EEZ)에서는 상업적, 군사적 접근이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항해의 자유'로 표현되는데 여기에는 군함정의 통과, 상공 통과(overflight), 그리고 감시 정찰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중국의 주권에 대한 확대 해석과 전관경제수역에 대한 통제는 수용할 수 없으며 중국이 유엔해양법, 즉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전관경제수역은 공해와 다르며, 동 수역 내에서는 타국의 군사 활동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연안 국가의 권리로서 타국의 군사 활동(예, 항해나 상공 통과)이 통제되어야 하며, 특히 감시 정찰 활동은 자국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공해와는 달리 전관경제수역 내의 군사 활동과 항해의 자유도 해당 국가(즉, 중국)의 주권이 미치는 해역인 만큼 통제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해양안보에 대한 미국과 중국 간의 인식 차이는 동아시아 해역에서의 갈등과 대립의 저변 요인이다. 더욱이, 중국이 오랜 기간 주장해온 '구단선(九段線, 사람 혀 모양으로 남중국해 거의 전 해역을 포함)'과 관련 동남아 국가 간의 마찰, 2014년 후반기 이후 난사군도 7개 소도 및 사주에 대한 매립 공사, 그리고 이 중 3개에서의 활주로 건설(현재 중단됨)은 근본적으로 해양 안보에 대한 양국의 인식 차에 기반하고 있다.

▲ 남중국해에서 각국의 영해권 주장. 빨간선이 중국의 주장. ⓒwikimedia.org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자국의 영토 영해 내에서의 활동이고 국제법(즉, 유엔해양법)적으로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역외 국가'인 미국의 간섭과 '강권(强權) 정치'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본다. 미국은 중국이 항해나 상공 통과에 대한 유엔해양법 58조나 87조의 모호성을 이용 곡해하고 있고, 상기한 중국의 활동은 항해의 자유 및 역내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해양안보, 특히 남중국해에서의 해양 분쟁은 아세안(ASEAN) 10개국이 미-중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더욱 복잡한 실정이다. 남중국해가 한반도와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우리에게도 남중국해 이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한국의 주요 해로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지역 안정에도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는 분쟁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당히 선언적 차원의 입장을 고수해 왔다. 최근 일본이 동 이슈에 대해 과거보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같이 우리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글로벌화되고 있는 해양안보는 더 이상 관망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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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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