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복당'에 친박 "비대위 쿠데타" 격앙

유승민 "보수 개혁에 모든 것 바치겠다"…김희옥 "거취 고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무기명 투표'를 거쳐 무소속 유승민·윤상현 등의 복당 신청을 전격 허용하자 당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복당 신청서를 진작 제출했던 강길부 안상수 유승민 윤상현 의원은 바로 일괄 복당이 허용됐다. 아직 복당 신청을 하지 않은 나머지 3명도 주변 의견 수렴을 거쳐 조만간 복당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당 대회 후 복당 논의'를 주장해 온 친박계는 예상치 못한 빠른 상황 전개에 '당했다'는 분위기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표결을 통한 비대위의 복당 허용 결정을 '쿠데타'에 빗대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복당 논의는 새 지도부 체제 안착 후 가능하다'는 생각을 에둘러 밝힌 바 있다. 그런 만큼 친박계는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비박계 '거물'인 유승민 의원의 '귀환'은 곧 당권 경쟁 구도의 재편을 의미하는 터라, 이날 비대위 복당 결정을 무위로 돌리기 위한 친박계의 사생 결단이 예상된다.

오는 17일로 예정됐던 국무총리 주재 고위 당·정·청 회의는 비대위의 복당 결정이 내려지고 몇 시간 후 전격 취소됐다. 이날 비대위 회의를 주재했던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취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이기도 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께서 '포용의 정치'를 펼치실 것으로 본다"는 말로 당내 화합, 당·청 간 화합을 호소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에 복당하시는 분들은 그야말로 당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복당 의원들에 대한 '자숙'을 에둘러 주문하기도 했다.

복당이 허용된 유승민 의원은 "국민이 원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보수의 개혁과 당의 화합을 위해 당원으로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 "당 수렁에 빠뜨린 문제 진앙…복당, 이렇게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낙인이 찍혔던 TK(대구-경북) 4선 유승민 의원과 비박계 맏형인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한 '막말·욕설' 파문으로 공천에서 배제됐던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의 복당 논란은 그간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 진원지와도 같았다.

비상대책위원 및 위원장 인선, 혁신위원회 구성 여부 및 위원장 인선 등을 두고 총선 패배 후 2달여 이어진 새누리당 내 논란은, 실상 '이들에 대한 복당을 허용할 것인가, 허용한다면 누구까지 허용할 것인가'란 질문을 두고 각 계파가 벌인 싸움이었다.

친박계의 당권 접수 시까지 복당 논의를 일단 '차단'하거나 최소한 '5+2', 즉 유승민·윤상현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복당만 우선 허용하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하려 했던 친박계는 비대위의 복당 허용 결정에 '부글부글'한 모습이다.

특히나 당내 가장 논란거리였던 복당 논의를 비대위가 전원 합의 형식이 아닌 무기명 투표로 매듭지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1차 국회법 파동으로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이래 이번 총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당을 수렁에 빠뜨린 문제의 원조 진앙"이라고 주장하며 "이런 분이 들어오면 단합이 되기는커녕 분란만 커진다. 유승민 복당, 이렇게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제1 사무부총장이기도 한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비대위의 결정을 '쿠데타'에 빗댔다. 김 의원은 "당의 중대한 현안은 의총과 같은 공식적 논의 기회를 만들어 전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일부 비대위원들이 비밀리에 작전하고 쿠데타를 하듯 복당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권성동·김영우·이학재 의원이 일괄 복당에 대한 분위기를 잡고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에 동조해 결국 승인이 이뤄진 것"이라며 "이들이 김희옥 위원장을 협박하듯 압박한 것으로 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했던 비박계 비대위원의 설명은 다르다. 김영우 비대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의 결정을 두고 '쿠데타'라는 용어까지 나오지만 혁신비대위로서는 정말 혁신을 위해서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오늘 결과는 내용을 떠나 비대위 개개인의 양심과 양식의 결과"라고 밝혔다.

비대위 표결 과정에 대해서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대위원들의 견해가 가감없이 개진됐고 결정 시기와 방법, 결정 내용에 대해서도 일일이 민주적인 무기명 투표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됐다"면서 "사례가 없을 정도로 모범적이었다"고 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는 합법적인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거취' 고민을 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김선동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김희옥 위원장께서 상당히 무거운 표정으로 당사를 떠나셨다. 거취 문제까지 심각히 고민하실 듯 하다"고 전했다.

그는 "내일로 예정된 고위 당·정·청 회의는 비서실장인 제가 비대위원장님 입장을 생각해서 '내일 회의 참석이 어려울 거라고 (총리실에) 오후 3시께 통보를 했고, 이어 총리실에서도 논의가 필요한 과제들이 많이 있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회의는 추후로 연기하자는 통보가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고위 당·정·청 전격 취소는 비대위의 복당 찬반 표결 후 약 3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비대위원장 측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표결에는 김희옥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의 비대위원 전원이 참여했다. 김영우 의원 설명에 따르면, 배석자 없이 비공개 회의를 한 이들은 찬성표가 6개가 되는 순간 개표를 중지했다고 한다. 이후 지상욱 대변인이 비대위의 복당 허용 결정을 정오께 발표했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거취 고민' 입장은 이날 오후 6시가 가까웠던 시점에서 나왔다.

▲ 새누리당 '복당' 결정을 받은 유승민 의원이 16일 오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귀환' 유승민 "보수 개혁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

친박계의 거센 반발은 당장 유승민 의원이 향후 전당대회에 출마하거나 비박계 당권 연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경우 전당대회 판세가 완전히 재편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8월 9일로 예정된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 출마 희망자 및 예상자는 이미 이정현 이주영 최경환 홍문종 의원 등 다수가 거론된다. 반면, 비박계 당 대표 출마자는 정병국 의원이 사실상 유일해 친박계만큼 세몰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됐었다.

복당한 유 의원이 전대 출마를 하지 않더라도, 어쨌건 그의 '귀환'만으로도 새누리당 내의 계파 구도는 완전히 새로워질 수 있다. '구심점'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어 온 비박계에 대선 주자급 인물이 생기는 데다, 당의 정책이나 기조 면에서도 유 의원이 강조해 온 '개혁 보수' 경향이 강화될 여지도 커진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청와대 출입사 편집·보도국장단 오찬에서 "사람 사이에의 관계라는 것이 신뢰가 바탕이 되고 또 그 가치가 서로 맞아서 일을 해 나가는 건데 그게 바뀌어서 오히려 대통령이라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고, 막 이렇게 될 때 제 마음은 허탈하다고 할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애 같은 거를 많이 느꼈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은 당시 복당 허용 문제에 대해 "앞으로 안정이 되고 지도 체제가 잘 안착이 되고 하면 그때 협의해서 판단할 문제"라면서 사실상 지도부 체제가 갖춰진 후 복당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홍문종 등 친박계 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복당 논의는 전대 후'에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국의 태풍'으로 다시 떠오른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오랜 집 새누리당으로 돌아가서 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민이 원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보수의 개혁과 당의 화합을 위해 당원으로서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한 '막말·욕설' 파문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후 탈당했던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새누리당을 위해 다시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한구 위원장의 '65세 이상 공천 배제' 방침에 반발해 탈당했던 강길부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국가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 시장이기도 했던 안상수 의원은 "당에서 백의종군하면서 당 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복당 신청을 하지 않은 이철규 장제원 주호영 의원도 조만간 복당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 측은 "지역 주민들과 유권자, 지지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복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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