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사건, 현대아산의 책임을 묻기 전에…

[기고] 이명박 정부의 '책임정치'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브리핑을 통해 "금강산·개성관광 사업 점검 평가결과 (현대 아산의)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언론들은 당연하게도 '처벌'에 무게를 둔다. 그러면 이런 문제를 총괄하는 통일부 혹은 통일부 장관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과연 통일부 장관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중 하나가 책임정치 실현 기능이다. 믿고 맡겼으니 다음 선거에서 책임을 물을 때까지 임기동안 책임을 지고 정치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임을 내 멋대로, 내 맘대로라고 해석하는 헌법학자들은 아무도 없다. 각국의 정치 현실도 그렇다.
  
  민심에 따라서 정책을 전환하는 것도 그렇고, 정무직 인사들에 대한 문책 등을 통해 민심과 소통하는 것, 이것 또한 책임정치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책임정치란 책임지고 하겠다는 의미도 있고, 잘못 됐을 때는 언제든지 책임지겠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다.
  
  권한 가진 사람 따로, 책임지는 사람 따로
  
  미국산 수입 쇠고기 문제가 있었다. 결국 책임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었던 정운천에게로 돌아갔다. 검역 기준이라는 기술적 합의가 한미간 협상의 전부라고 평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미 FTA, 한미정상회담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 쯤은 이제 공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 종합적인 차원에서 훈령이 있었을 것이고, 농림수산식품부는 그 훈령에 따라 협상을 끝냈을 것이다. 그런데 책임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져야 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 FTA의 미 의회 비준 동의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 개방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다.
  
  정부 들어 처음인 '7.7 개각'에서 당초 예상됐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경질된 것도 책임정치가 왜곡된 대표적 사례다. 권한과 책임은 장관에게 있는데 장관은 함부로 바꿀 수 없고, 차관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환율을 실무적으로 책임졌던 최 차관을 경질한 것은 (환율 정책이 잘못됐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최 전 차관을 경질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까지 했다. 당장 모순된다. 책임주의의 원리와도 맞지 않는다. 여론을 반영했다지만 여론은 최 전 차관의 경질을 요구하지 않았다. 분명 강만수 장관이었다. 정치 현장에서 책임 정치가 왜곡되는 사례이다.
  
  독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거의 동시에 발생한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왜 책임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일까? 외교통상부나 주일 대사관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일 계획은 없는가? 이런 방식의 대응으로 인해 '결국 금강산 피습 사건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이고,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미적미적 대응이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주일대사의 소환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일대사의 소환은 일본에 대한 항의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높은 수위의 외교적 수단일 뿐,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이번이 헌정사상 네번 째 대사 소환이라지만 일본은 한 번도 그에 대한 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역시 독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점유 수단을 강화함과 동시에 대내적 차원의 문제 점검을 위한 프로세스가 진행돼야 한다. 왜 이명박 행정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누가 책임 져야 하는지 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현대아산의 책임을 묻기 전에
  
  다시 현대아산의 책임 문제로 돌아와 보자. 이 사건의 핵심은 큰 틀에서의 남북문제 안에 있다. 남북한 사이의 긴장 고조가 고의에 가까운 북한 군부의 과잉 대응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엄연히 북한 땅인 만큼 관광 제한선을 넘어선 지역은 북한군의 경계가 작동하는 지역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발포가 있었다.
  
  과거에는 일반 관광객의 이 정도 위반에 대해 북한 군부가 지금처럼 강경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분명히 고려해 봐야 한다. 지나치게 이 사건을 피해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현대아산은 관광객에 대한 일차적 보호 의무가 있다. 위험 지역에 대한 설명 의무도 있다. 그렇다고 관광객의 24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문제를 현대아산의 관리 책임 문제만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통일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에서 나왔다.
  
  감사의 범위와 책임의 범위는 이 사건에 한정돼야 한다. 털어서 먼지 찾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조사도 시작되기 전 민간기업의 책임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과잉이다. 책임의 소재를 현대아산에 돌리려는 왜곡일 수 있다. 이는 시장 원리와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이명박 행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민간 기업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이 행정부의 정책과 배치된다. 민간 기업에 책임을 묻기 전에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
  
  '읍참마속'은 현대 정치의 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로지 민심 수습용으로 '조자룡의 헌칼 휘두르듯' 일만 터지면 사람을 바꾸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문제는 책임 정치의 원리다.
  
  △ 결과에서부터 원인으로 정확히 복기하고, 프로세스를 재점검해야 한다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책을 보완하고 때론 정책의 전환을 꾀한다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인적 책임이 필요하다면 문책을 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정책적 대안과 비젼을 가진 새로운 사람으로 대신한다. 이런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임기 동안 책임지고 위임받은 정책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바로 책임정치의 원리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