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왜 자꾸 시끄럽나?

'지배구조 테마주'의 숙명

삼성SDS가 또 논란이 됐다. 이 회사는 원래 SI(System Integration)업체였다. 삼성 계열사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전산 용역을 담당한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물류 부문이 사업 영역에 추가됐다. 물류 부문이 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확대돼서, 올해 1분기에는 전체 매출의 35.5%를 차지했다. 전산과 물류라는 성격이 다른 부문을 포괄하는 회사로, 4년을 보낸 셈이다.

대부분의 재벌이 SI업체를 계열사로 둔다. 물류 부문도 비슷하다. 전산 용역과 물류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잦은 업종이다. 또 총수 입장에선 계열사를 통제하기에 요긴한 업종이다. 전산 시스템과 물류를 장악하고 있으면, 계열사 내부 정보를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SI 및 물류 업체는 총수 지분 비율이 높은 편이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SI 및 물류 업체인 삼성SDS 지분 가운데 9.20%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몫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이 각각 3.90%를 갖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 비율 합계가 17%에 달한다. 또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이 17.08%, 삼성그룹 간판기업인 삼성전자가 22.58%를 갖고 있다. 총수 일가의 장악력이 매우 강한 편이다.

삼성물산 "삼성SDS 물류 부문과의 합병, 검토 안 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삼성SDS가 주목받는 건 그래서다. 지난 2일, 삼성SDS가 SI와 물류 부문을 분할한 뒤, 물류 부문을 삼성물산과 합친다는 보도가 나왔다. SI 부문을 삼성전자 또는 삼성물산과 합친다는 전망도 나왔다. 주식시장이 들썩였다.

3일 오전, 이들 기업이 일제히 입장을 냈다. 삼성SDS는 "사업 부문 별 회사 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에 대하여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답변했다. 삼성물산은 "삼성SDS 물류 부문과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 삼성전자는 "삼성SDS SI 부문과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요컨대 이런 내용이다. 삼성SDS가 4년 동안 품어왔던 물류 부문을 떼어내는 건 고려한다. 하지만 그걸 어디와 어떻게 합칠지에 대해선 아직 입장이 없다.

합병하면 삼성물산 주가 오를 거라더니분노한 주주들


비슷한 일이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5월 27일, <한국일보>가 "삼성전자-SDS도 합병 유력"이라는 기사를 냈다. 다음날, 삼성SDS 주가는 34만1000원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곧 삼성전자가 합병 가능성을 부인했고, 삼성SDS 주가는 꾸준히 떨어졌다. 지금은 15만 원대다.

삼성SDS가 삼성전자, 또는 삼성물산과 합병할 가능성에 증권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부진한 실적이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하락세였다. 이는 '이재용 체제 삼성'을 만들어가는 삼성 수뇌부 입장에서 부담이었다. 지난해 합병은 명백히 삼성물산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한 방식이었다. 최근 법원 판결도 이 점을 인정했다.

합병을 추진할 당시 삼성 측은 '통합 삼성물산이 지주회사 격이 되므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논리로 삼성물산 기존 주주들을 설득했었다. 합병 비율 자체는 삼성물산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하지만, 주가 상승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합병 이후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면서, 삼성물산 기존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삼성 수뇌부는 삼성물산의 실적을 개선할 방법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이 꾸준히 늘어났던 삼성SDS의 물류 부문을 삼성물산과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SDS 물류 부문과 삼성물산이 합병한다는 언론 보도는 이런 분석을 기정 사실로 못 박는 거였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보도 내용을 부인하면서, 이런 시나리오는 물밑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는 남아 있다. 원래 무역 상사였던 삼성물산은,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놀이동산, 패션, 건설, 플랜트 등을 아우르는 회사가 됐다. 시너지를 내기 힘든 그림이다. 비약적인 성장을 기대할만한 업종도 없다. 결국 다른 계열사의 사업을 가져와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실적을 개선하지 않으면, 무리한 합병에 따른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는다. 삼성 수뇌부가 마땅히 가져올 사업을 찾지 못하면, 삼성SDS 물류 부문이 다시 주목받을 수도 있다.

삼성SDS-삼성전자 합병, 총수의 희망과 현실 사이

두 번째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장악력 확대다. 1996년 삼성에버랜드 CB(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 이후 20년 동안 이어진 삼성그룹 지배 구조 문제의 핵심은, 결국 삼성전자 장악이다. 이건희 회장이 승계할 때와 달라진 대목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을 물려받는 거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더하기 알파'를 물려받는다. 이건희 체제에서 삼성전자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삼성 직원들은 '삼성에는 삼성전자와 삼성후자가 있다'는 농담을 한다. 삼성전자와 다른 계열사 사이의 격차가 워낙 크다는 말이다.

총수 입장에서 주식회사 삼성전자의 성공은, 반갑지만 동시에 부담이다. 주가가 높으므로, 지분 비율을 늘리는 비용이 많이 든다. 지분 비율을 높일 수 없으니, 순환출자 등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지금은 순환출자 등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하지만 다른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은 있다. 그 중 하나로 거론됐던 게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이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제일모직은 총수 지분 비율이 높고, 삼성물산은 매우 낮았다. 제일모직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하면, 총수 일가는 손쉽게 삼성물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

똑같은 원리다. 삼성SDS는 총수 지분 비율이 높고, 삼성전자는 낮다. 삼성SDS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하면, 총수 일가는 손쉽게 삼성전자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후폭풍도 비슷할 게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격렬한 사회적 비난을 샀다. 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도 받았다. 최근 법원 판결은 당시 합병의 정당성을 근본부터 뒤흔들었다. 삼성 측이 총수에게 유리한 합병을 위해 노골적으로 삼성물산의 실적을 조작했다는 게다. 삼성SDS와 삼성전자를 비슷한 방식으로 합병한다면, 후폭풍이 더 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 비율도 높아서,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SDS와의 합병 가능성을 공식 부인한 건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겨레>는 삼성 미래전략실이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을 검토했지만, 포기하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삼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인데, 이 부회장이 "(합병을) 그럼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은 총수 입장에서 확실히 매력적이다. 손쉽게 삼성전자 장악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도 얻는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 사항'일 뿐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 부회장이 최근 삼성SDS 지분 2.05%를 판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당초 11.20%였던 이 부회장의 삼성SDS지분 비율은 지난 3월 매각을 계기로, 9.20%가 됐다.

재벌의 희망은 곧 현실이 된다?

그렇다면, 왜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을 점치는 보도가 끊이지 않을까. 주식시장에선 왜 이런 소문이 그치지 않을까. 삼성의 과거 역사 탓이다. 삼성 총수 일가의 '희망 사항'은 결국 현실이 되곤 했다. 시장과 사회의 반발은 소용없었다.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 산업 진출, 온갖 불법 논란을 뚫고 진행된 경영권 승계 등이 그랬다.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이 총수 일가의 '희망 사항'이라는 건 분명하니까, 결국 실현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삼성SDS 등 이른바 '삼성 지배구조 테마주'에 대한 시장과 사회의 관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듯하다. 재벌 총수의 '희망 사항'이 시장과 사회 반대 때문에 꺾이는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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