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많아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 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급증하는 노인 의료비 부담을 덜려면 기존 건강보험제도와 별도로 노인의료보험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25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한국재정학회 주최 춘계 정기학술대회 '한국재정의 미래'에서다.
◇ 국회의원 수 많을수록 재정건전성·청렴도 높아
소선거구제보다 비례대표제를 주요 선거 제도로 선택한 나라의 사회복지 지출 규모가 크며, 재정의 소득불평등 완화 효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최신 통계를 이용해 선거제도가 재정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본 결과다.
연구 결과 핀란드,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비례대표제 위주 국가는 미국, 한국, 일본 등 소선구제 위주 국가보다 정부 지출 규모가 컸으며 그만큼 재정정책의 재분배 효과도 높았다.
최 연구위원은 "비례대표제의 경우 좀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는 정책을 약속하게 되며, 동시에 다양한 사회경제적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의회에 진출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거구의 크기(한 선거구당 선출되는 의원 수)로 따진 비례성이 높을 때도 정부 지출·수입 규모가 컸고 재정건전성이 양호했다.
우리나라는 재정정책의 재분배 효과가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정치인이 많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일 것"이라며 "(재정의 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례대표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가 많을수록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했고, 재정이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정도가 컸다. 국가청렴도도 더 높았다.
의원 숫자가 늘어나면 행정부와 공공기관을 더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으며, 국민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는 데 따른 것이라고 최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는 "국회의원에 대한 반감으로 의원 숫자를 축소하자고 주장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며 "의원 수를 줄이면 그들에게 들어가는 세비를 아낄 수 있겠지만 의정 활동 둔화로 정부, 공공기관 등에서 재원 낭비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국민건강보험 지속 한계…별도의 노인의료보험 도입해야
노인의료비에 대해서는 세대 간 부양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고령화 시대에 지속 가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고령자의료비를 조달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70세 이상 고령자가 최저 진료비 연령층보다 진료비를 2004년에는 7.46배 더 썼는데, 2010년에는 9.70배로 늘어났다.
그는 "2050년이 되면 15∼64세 인구가 전체의 52.7%인데, 이들이 37.4% 인구를 부양하게 돼 사실상 고령자 부양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별도의 노인 의료체계를 운영하는 국가는 노인의료비가 다른 연령계층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노사가 함께 근로 기간에 2.9%의 보험료를 내면 65세가 되는 해부터 혜택이 적용되는 노인의료보험을 운영한다. 호주는 30세까지 민간의료보험을 보유하도록 유도해 노후에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일본은 75세 이상에 대해 환자 본인부담 10%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 의료 책임을 분담하는 후기고령자의료보험제도를 2008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65세 이상 연령층의 의료비 증가율이 45∼64세 사이의 연령층 의료비 증가율보다 낮았고 일본은 65세 이상 의료비 지출 대비 65세 이상 의료비는 1997년 1.69배에서 2013년 1.56배로 감소하는 등 고령자 의료비 부담이 적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노인의료를 위해 노인의료보험을 도입하면서 수단으로서 공공과 민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자치단체에도 노인의료 부담을 분담시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