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이 어젯밤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밝힌 내용인데요. 곱씹을 대목이 두 군데 있습니다.
첫째, "동지들과 함께"라는 대목입니다. 자기 혼자만의 선거전이 아니라 "동지들과 함께" 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세간의 예측대로 무소속 연대를 꾸릴 뜻을 숨기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뜨거운 지지를 호소한 대상도 '지역구민 여러분'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이었을 겁니다.
사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닙니다. 이들이 의견 교환을 했고 뜻을 모았다는 얘기는 일찌감치 전해진 바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동지'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이미 공개됐습니다.
둘째, "당으로 돌아와"라는 대목입니다. 한 표를 부탁해야 할 유권자가 확고한 새누리당 지지층임을 고려해 새누리당에 대한 애정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달리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한 표 챙기기가 아니라. 한몫을 대번에 움켜잡는 걸 꿈꾸고 있다고 읽을 수도 있습니다.
당으로 돌아온 다음에 보수 개혁의 꿈을 이루겠다고 밝힌 것이 방증합니다.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을 '접수'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유승민 의원의 큰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요? 참으로 묘합니다. 첫 번째 꿈과 두 번째 꿈이 묘한 함수관계를 형성합니다.
첫 번째 꿈을 실현하면 두 번째 꿈은 가시권에 들어옵니다. '동지'가 TK(대구-경북)는 물론 수도권에서도 살아 돌아온다면, 유승민 의원은 순식간에 전국적 영향력을 확보합니다. 당 접수의 동력을 확보하는 겁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경우, '동지들'이 추풍낙엽이 되는 경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자신의 생환 차원을 넘어 '동지들'의 집단 귀환 목표를 분명히 내걺으로써 자신의 잠재력 평가 지수를 한껏 끌어올렸는데요. 오히려 이게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는 생환했으면서도 오히려 유승민의 한계가 더 집중적으로 부각될 수도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깜깜히 선거판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실현될지 예견하는 건 무리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체크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도 아쉬움 가시지 않아 연관된 체크 포인트 하나를 추가하겠습니다.
지금 유승민 의원이 가는 길은 새로운 길이 아닙니다. 이미 2008년 18대 총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밟았던 길입니다. 친이계의 공천 학살에 친박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친박연대' 또는 '친박무소속연대'로 선거전을 치렀던 그때 그 길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싱크로율이 100%인 건 아닙니다. 8년 전 그때의 박근혜는 전국적 영향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친박' 무소속의 길을 틔워준 반면, 8년 후 지금의 유승민은 '친유' 무소속이 선전을 해야 자신이 전국적 영향력을 확보합니다. 선후관계가 다르고, 동력원이 다른 겁니다.
이 차이점이 또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함께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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