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보안 '구멍', 진짜 이유는…

"잇따른 인천공항 보안 사고, 인력 부족해 벌어진 인재"

중국인 부부와 베트남인 밀입국, 폭발물 의심물체의 발견까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는 인천국제공항이 최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출입국 관리 시스템이 허무하게 뚤리는 등 보안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를 놓고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직접 "이번 사태는 공항공사가 비용 줄이는 데만 혈안이 돼 제대로 된 인력 충원을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인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2001년 개항 당시에 비해 이용자 숫자나 운행 항공편의 숫자는 3~4배 증가했음에도 공항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의 숫자는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이유였다.

2일 취임한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비상경영을 선포했지만, 혁신적인 수준의 인력 충원 없이는 비슷한 사태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현장의 경고인 셈이다.

▲인천공항의 허술한 보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운항 편수와 승객 수는 3~4배 늘었는데 일하는 노동자 숫자는 그대로

인천공항의 덩치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01년 8만6000여 수준이던 운항 편수는 2014년 29만 편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승객 수도 2001년 1454만 명 수준이었으나 2014년에는 4551만 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반해 일하는 노동자의 숫자는 사실상 정체돼 있다. 2001년 개항 당시 5800여 명이었던 외주업체 노동자는 2016년 현재 6200여 명 수준이다. 인천공항은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86%가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2014년 기준)으로 사실상 외주업체들이 그 시스템을 다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박대성 지회장은 여객터미널 지하 1층부터 4층까지의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 보안검색 노동자다. 박대성 지회장은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14개의 순찰조가 운영되는데, 승객이 늘어나면서 출입초소에서 여권 및 탑승권을 확인하는 업무로 파견되는 경우가 많아 하루 중 28%는 순찰조가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보안검색 인력 모자라니 순찰조가 승객 몰릴 땐 여권 탑승권 검사하기도"

박대성 지회장은 "베트남인이 무인출입국심사대를 강제로 열고 탈출하던 시간에도 출입국심사대 앞을 순찰하는 해당조가 다른 업무를 하느라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박대성 지회장은 "여객터미널 보안검색 인원이 총 1200명인데 최소 480명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 지회장은 "5년 전부터 순찰조도 2인 1조에서 1인 1조로 숫자가 줄어들었는데, 이 숫자로는 제대로 된 순찰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항 외곽 경비를 맡고 있는 특수경비대 이성규 씨는 "망루에서 월담자 여부도 확인해야 하고, 순찰차를 타고 순찰도 돌아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주간에는 망루 근무자가 못 들어가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보안 관련 업무만이 아니다. 비행기 접안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탑승교 설비 노동자와 여객터미널 환경미화 노동자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각각 53명, 431명으로 변동이 없다. 같은 기간 이용 승객은 2배가 늘어났다.

승객과 직원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등 승강 설비를 담당하는 노동자는 2008년에 비해 4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승강설비는 무려 150개가 늘어 1인당 책임져야 하는 승강 설비 수는 대폭 늘어났다.

업체 측은 공사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런 사정을 다 알면서도 추가 인력 충원 요구를 공사에 집요하게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요구를 하더라도 공사가 받아들여주지 않기도 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의 신철 정책기획국장은 "승객이 비행기에 타고 내리는 탑승교를 맡고 있는 외주업체가 2013년 공항공사에 24명의 인력충원을 공식 요청했지만, 공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이후 오히려 탑승교 인력을 공사에 요구에 따라 줄일 수 있다는 입찰공고를 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결국 '비용 절감, 수익 창출'이라는 사기업에서나 해당될 경영방침을 통해 인천공항이 돈을 벌고 효율적인 공항이 되긴 했지만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노동자 개인의 근무기강을 따지고 노동강도를 높인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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