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한 수, 어쩌면 '녹색당'

[프레시안 books] <숨통이 트인다>

올해의 한 수, 녹색당

녹색당이 출사표를 던졌다. 성장 이데올로기를 끝낸다는 의미에서 녹색당의 출사표는 한국정치사에서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비가역적'이란 이런 경우다.

이 출사표를 쓴 비례 대표 후보 5명의 면면을 보면 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가장 관심 갖지 않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찍는 여성 감독(황윤). 오로지 무시로 일관한 국가와 싸워온 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이계삼), 힘을 잃고 있는 환경운동을 평생해온 환경운동가(구자상), 기본 소득과 대안 마을 공동체를 주장하는 청년 여성(김주온, 신지예)들이 녹색당이 내세우는 정치적 대표이고 의회에 보내고 싶은 인물들이다.

처음 후보들이 회자될 때 아, 정말 이 사람들이 후보를 수락했다고? 귀를 의심했다. 정치라는 흙탕물에 빠지지 않고 고고하게 시민운동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었다. 정치가 사라지고 정치가 혐오됨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이 후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들은 왜 녹색의 깃발을 맨 몸으로 들었을까.

"반대위 사무국장하는 이 아무개. 그 아(애)는 (경과지)주민도 아니면서 와 그렇게 설쳐 쌓노. 글마도 나중에 정치할라고 그라겠제?"
" 정치 안 할라믄 뭣 땜에 그렇게 사서 고생하것노."

맞다. 이들은 모두 사서 고생한 사람들이고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후쿠시마와 전기, 로드킬과 공장식 축산, 환경 파괴와 성장, 청년의 위기, 주거와 교육.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가 무엇이고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로 재구성하려는 것이다.

여성적 가치도 분명하다. 모든 한국 사회를 바꾸는 투쟁의 현장에 여성들이 있었고 그 여성적 가치가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정치 공학적 권력 의지가 아닌 시스템을 바꾸는 팀으로서 자신들을 인식하고 있다. 단 한 명이라도 국회에 들어간다면 그것은 개인이 아닌 녹색당이고 소외되고 대변되지 않는 사회적 약자와 자연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정치는 개인이 아닌 팀플레이라는 것이다.

▲ <숨통이 트인다>(포도밭출판사 펴냄). ⓒ포도밭출판사
물론 녹색당은 현재 한국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정당이다. 이미 경제는 성장을 종언했는데 여전히 우리 정치는 성장주의를 부추기고 국민들은 의심하면서도 뿌리치지 못한다. 경제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경험해보지 않은 불안과 공포 그 자체다. 그래서 1970년대도 그리워하고, 그 딸도 그리워하고, 식민지도 그립고, 분단도 지키고 대기업도 지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 절박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그래서 녹색당의 고민은 치열해야 한다. 선거 제도가 변화되기 전까지 여전히 1등이 싫어서 2등에게 투표하던 것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다수파인 무당파에게 정치적 행위의 소중함을 일깨울지, 3%의 작은 변화가 어떻게 한국 정치를 바꿀 지렛대가 될 것인지 확신을 주어야 한다.

<숨통이 트인다>(포도밭출판사 펴냄)는 그 대화의 시작을 알린다. 아주 어렵고 복잡한 이론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진솔한 눈높이의 정책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정치는 모름지기 이렇게 쉽고 따뜻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누구처럼 줄 잘 서고 충성도 높은 아주 잘난 개인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할 일이며, 그런 시민들의 정치가 되살아나기 전까지 우리는 그들의 정치를 구경하는 구경꾼일 뿐이다.

한국 사회의 파렴치함과 후안무치를 되돌리려는 안간힘, 정치와는 무관하게 살아온 그들의 인간적 삶을 출사표로 바꾼 녹색당의 목소리에 한국의 환경운동과 시민운동이 귀담아 듣고 응답해주길 바란다. 한 나라의 위대성과 도덕성은 동물들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황윤감독이 간디를 인용했다. 한국 정치의 변화와 지속 가능성은 녹색당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제발 4월에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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