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검은 월요일', 진짜 요인은?

[분석] '차이나 리스크'는 상수, '위험 회피' 자극 요인 주목해야

글로벌 금융 시장이 새해 첫 거래일인 4일 중국발 쇼크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겹쳐 요동치더니 5일에는 소강 상태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4일 새해부터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 제도에 의해 끝내 거래 중지가 될 정도로 7%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 선전종합지수는 8% 넘게 폭락하며 9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덩달아 국내 코스피 지수가 2% 넘게 하락하고 미국 뉴욕 증시의 S&P 지수는 2001년 이후 15년 만에 새해 첫 거래일 낙폭으로는 최대치인 1.5%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15원 넘게 급등해 1200원 선을 돌파할 기세였다.


▲ 4일(현지시간) 중국 허베이성 한단의 한 증권회사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은 남성의 모습이 주가지수를 나타내는 모니터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새해 첫 개장일인 이날 장중 7% 가까이 폭락하면서 사상 첫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완전 중단됐다. ⓒAP=연합뉴스

중국 증시 물량 폭탄 예고, 위안화 약세 등이 '위험 회피' 자극

하지만 이날 글로벌 금융 시장을 흔든 최대 요인이 '차이나 리스크'라는 지적이 무색하게 다음날 소강 상태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하룻만에 '진정세로 돌아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발 경제 위기설은 2010년부터 제기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이런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금융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글로벌 금융 시장의 반응을 "위험 회피"라고 간단히 정리했다. 새해 첫 주에 우려할 일들이 겹쳤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제조업 지수가 지난해 12월 하락세를 보였다는 통계를 '차이나 리스크의 재부상'의 근거로 들기도 하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여전히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능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덴마크의 단스크방크 수석 애널리스트 알란 폰 메흐렌은 "중국 경제는 주택 건설 투자와 통화 확대, 그리고 재정 투입 등 경기 부양책으로 2016년 상반기에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제조업도 같은 기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뉴욕 소재 자산 운용사 밀러 타박의 수석 경제 전략가 앤서니 캐리더키스는 4일 중국 증시의 폭락 요인에 대해서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커져서라기보다는 새해 첫 주에 예정된 수급 요인을 우려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증시의 대폭락 사태 당시 중국 당국이 대주주들의 매도를 금지한 조치가 8일 끝나기 때문에 물량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새해 첫날 중국 증시 폭락의 최대 요인이라는 것이다.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통화 바스켓에 편입된 이후 위안화 가치에 대한 불안감도 금융 시장을 흔드는 주요 요인이다. 위안화는 중국 당국의 환율 하락 허용 조치가 지속되면서 2011년 5월 이후 달러 대비 환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달러 대비 위안화의 환율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안전 자산으로의 이동'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국과 독일 국채에 매입세가 몰려 이들 가격은 상승했다. 금값도 온스당 14달러가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단절 사태로 국제 유가가 반짝 급등했지만, 하룻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 보여주듯 앞으로 원유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지 못했다. 런던 소재 컨설팅 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제섭은 "원유 재고량과 중동 이외 지역의 생산 증가로 인해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은 예전처럼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발 경제 위기설'은 여전히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상수다. 하지만 증시의 급등락을 '차이나 리스크'로 그때그때 설명해버리는 분석은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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