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위안부 소녀상 철거가 조기 해결 조건"

외교부 "아사히 보도, 사실과 달라" 유감 표명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서울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돼있는 평화비(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19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가 1965년 일-한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종래의 입장을 강조했다"며 "이런 전제 위해서 (위안부 문제의) 조기타결을 위해서는 '소녀상을 철거하는 게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단독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정부는 일본에서 이렇게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와 함께 신문은 한국 정부가 평화비를 철거할 경우 아베 정부는 지난 2007년 사업이 종료된 '아시아 여성기금'의 후속 사업을 확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전했다. 또 아베 총리가 편지를 통해 모든 위안부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되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기금 사업은 이미 피해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이 사업에 민간을 끌어들여 국가의 책임을 희석시켰고,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도의적'인 책임만을 지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총리의 편지를 누가 받을지, 어떤 메시지가 담길지도 문제다. 당시 일본 정부는 기금을 수령한 위안부 피해자에 한해서만 '총리의 편지'를 전달해 '선택적'인 사과를 진행했다. 편지 내용 역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당시 일본 총리가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만 언급해 국가의 책임 문제는 제외시켰다.

이에 아베 정부가 문제의 근본적 해결 의지는 없으면서,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여론을 만들고 있는 평화비를 없애는 데만 혈안이 돼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화비는 지난 2011년 12월 14일 1000번째 '수요시위'를 기념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한 조형물로, 미국 LA 글렌데일시 시립중앙도서관, 미국 미시간 한인문회회관에 설치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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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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