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액 난사, 박근혜 정부의 '인체 실험'"

보건의료단체연합 "인체에 치명적 위험…뇌출혈, 예고된 참사"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평생 농사를 지어왔던 69세 노인이 경찰의 물 대포를 맞고 '뇌출혈'을 일으켰다.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그밖에도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들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인들은 "예정된 참사"였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최근 여러 차례 집회에서 물 대포를 특정 인물을 직접 겨냥해 살포하곤 했다. 또 무차별 대중에게 난사하기도 했다. 둘 다 치명적인 위험을 부른다.

아울러 물 대포에 포함된 최루액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최루액은 흔히 '캡사이신'이라고 통칭하는데, 물 대포에 포함된 건 고농도 '파바'(PAVA)다. 매운 맛을 내는 물질인 캡사이신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합성 캡사이신'의 한 종류인 셈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따르면, 한국 경찰이 사용하는 파바와 캡사이신은 인체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영국 경찰, 군중에 대한 물 대포 사용은 금지

14일 집회에서 뇌출혈을 일으킨 농민 백모 씨는 경찰이 물 대포를 조준 살포 한 경우다. 백 씨가 쓰러진 뒤에도, 경찰은 백 씨를 향해 물 대포를 쐈다. 현장에서 이미 백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백 씨를 주변 시민이 구조해서 병원으로 옮겼다. 물 대포의 조준 또는 집중 살포가 뇌진탕 혹은 골절을 일으킨 사례는 이미 흔했다. 물 대포를 정면으로 맞을 경우, 그 충격은 살을 찢고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

무차별 대중에게 난사하는 경우 역시 숱한 피해 사례를 낳았다. 집회 참가자 가운데는 노인, 어린이, 여성, 장애인 등이 종종 포함된다. 이들이 물 대포에 맞을 경우, 부상은 필연이다. 14일 집회 현장에도 어린이의 손을 잡고 온 시민이 있었다. 주변 시민이 우연히 집회 대열에 섞이는 일도 있다.

다른 나라도 시위 진압을 위해 물 대포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지침에 의해 엄격히 통제된다. 예컨대 영국 경찰청은 '군중에 대한 살포'는 금지한다. 군중 속에 노약자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 69세 농민 백모 씨가 물 대포에 맞고 쓰러진 뒤에도, 경찰은 그를 향해 물 대포를 조준 분사했다. ⓒ프레시안(손문상)

물 대포 속 최루액 '파바', 인체에 "매우 유해"

한국은 지침 자체가 느슨하다.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다. 예컨대 14일 집회에선 물 대포가 뿌려진 바닥이 온통 하얗게 됐다. 물 대포에 포함된 최루액, 즉 '파바'의 농도가 매우 높았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경찰은 '파바' 농도에 대한 지침이 있나. 그걸 제대로 지켰나. 14일 쏜 물 대포의 '파바' 농도는 과연 얼마 였나.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모른다.


'파바'는 인체에 위험한 물질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5일 보도 자료에서 "파바의 위험은 아직까지 모두 밝혀지지 않았으나 인체에 '매우 유해한 물질'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질 안전에 관한 국제기구가 공식 발표한 자료인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s)에 따르면, '파바'의 위험은 다양하다. 눈에 닿거나 입으로 삼킬 경우는 '매우 유해'하다. 코나 입으로 호흡할 경우는 '유해'하다. '심각한 과량 노출'은 사망을 부를 수도 있다.

'파바' 접촉의 '만성 영향'에 대해선 활용 가능한 자료가 아직 없다. 인체 유해 물질이라서 실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 시민 상대로 '인체 실험' 하나"

합성 캡사이신의 일종인 '파바'만 위험한 게 아니다. 일정 수치 이상의 캡사이신은 그 자체로 위험 물질이다. 한국 경찰은 캡사이신을 분무형(스프레이 방식) 최루액으로 사용한다. 위험도에 따른 농약에 대한 세계보건기구 권고 분류(WHO Recommended Classification of Pesticides by Hazard)에 따르면, 캡사이신은 1b(5-50mg/Kg rat)에 속한다. 이는 '극히 위험한 물질'로 분류 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미군의 독성 연구 자료를 인용해 캡사이신이 "돌연변이 유발 효과, 발암 효과, (면역 반응) 민감화, 심혈관 독성, 폐 독성, 신경 독성 및 인간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단체는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청 자료를 인용해 캡사이신이 8주 이전의 태아에도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캡사이신이 '돌연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도 상당수 있다"고 발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파바의 인체 위험성 데이터가 아직 많이 쌓이지 않은 이유는 유해 물질이라 인체 실험 데이터가 없어서"라며 "박근혜 정부는 지금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위험 물질을 사용한 폭력 진압으로 인체 실험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아이들과 노약자가 포함된 무장하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분사되고 있는 최루액(파바)과 캡사이신은 사용이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14일 집회 현장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구급차가 계속 오가며 부상자를 실어 날랐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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