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은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차세대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하여 대통령님께 보내는 편지'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재의 추진방식으로는 비용은 비용대로 막대하게 들면서 기간은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 결국 우리는 껍데기만 개발할 뿐 진정한 자주 능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 의원은 정석대로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개발을 예로 들었다. 정 의원은 "T-50 개발의 1차 목표는 기체 중심의 개발이었기 때문에 록히드마틴을 통해 기술 이전을 받았고 부품은 외국제품을 사용해 개발을 성공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2단계 목표는 T-50에 사용된 외제부품 및 중요 기술을 국산화해 T-50이나 KT-1(터보프롭 기본훈련기)에 적용한 후 KF-X와 같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핵심 기술과 무장 등을 개발한다는 것"이었다며 "그다음 제3단계가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순수 우리 기술로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비춰볼 때 현재 KF-X 사업은 2단계를 제대로 밟지도 않고 바로 3단계로 넘어가려 한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이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KF-X기의 외형은 그럴싸하고 멋있게 나올지 모르지만, 중요한 핵심기술은 미국에 맡기는 동시에 기술통제를 받아야 하고, 내부 알맹이 부품은 80~90% 이상 외국제품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조속히 KF-X 사업에 필요한 핵심기술부터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부품도 개발하고 검증해서 KT-1 및 T-50에 적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KF-X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정 의원의 주장대로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경우 공군의 노후화된 전력에 공백이 생기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현행 경공격기인 FA-50을 최소비용으로 개조·개발해서 공군의 작전요구성능(ROC)을 최대로 충족시키면 된다"며 "이렇게 하면 약 7년이라는 시일 내에 3조 원이라는 최소 비용으로 전력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개조 개발기 FA-50은 미국 전투기와 경쟁 대상도 아니고, 록히드마틴은 이미 T-50 개발에 투자를 한 상태라 자기네들한테 이익이 된다"면서 미국과 협조도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방사청은 논란이 됐던 4대 핵심 기술 중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를 오는 2021년까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산업체인 LIG넥스원에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머지 3가지 기술인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TGP),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는 자체 개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아직까지 독자적 성능개량이나 체계개발을 해 본 경험이 없다. T-50은 미국 록히드마틴과의 기술지원 및 공동개발로 수행했고, 수리온 헬기 사업도 유로콥터의 기술지원을 받아 개발했다"며 "아직 기계식으로 된 항공 레이더를 개발했던 경험도 없으면서, 제한된 시간 안에 AESA 레이더를 개발해 장착한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관련 기관인 국방부, 방위사업청, 공군,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개발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이들은 이 사업을 추진해왔던 주체들이다.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죽으나 사나, '가능하니, 하자'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 사업에 대한 전면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과연은 탐색개발 중 상당히 많은 개발예산을 학계나 연구기관에 위탁연구비로 준다. 그러면 이들은 국과연의 우군이 되어, 이 사업을 '할 수 있다', '무조건 가야 한다'는 분위기로 몰고 가는 것"이라며 "KF-16 성능개량도 우리가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미국업체로 넘긴 국과연이 전투기(KF-X) 체계개발을 직접 하겠다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이 사업을 볼 수 있는 경험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KF-X 사업추진 위원회'를 만들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필요하다면) 청와대 안보실장과 언제라도 공개적으로 토론을 할 용의가 있으니, 허락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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